[FETV=박제성 기자] 주요 제약사들이 코로나 치료제 임상개발을 줄줄이 중단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 중단 이유를 결론부터 말한다면 백신 접종률 상승으로 사업타당성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9일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경구용(먹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중단을 알렸다. 앞서 대웅제약은 임상 3상까지 진행중이였는데 백신접종률 확대와 더불어 임상 모집자 확보의 어려움을 겪어 자진 중단한 것이다.
대웅제약은 자사 췌장암 치료제인 카모스타트(DWJ128)를 내세워 먹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미국 길리어드가 개발한 글로벌 첫 코로나 치료제 램데시브르와 3상 병용요법을 추진했다. 코로나 치료제 수요가 사그라들자 3상 과정을 돌연 중단하는 카드를 꺼냈다.
앞서 대웅제약은 예방, 경증, 중증 3가지 유형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 3월 백신 접종률이 늘어나면서 경증 및 중등증 환자 대상 임상 2·3상을 중단한 바 있다. 현 시점에서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건 무의미 하다는 게 대웅제약 판단이다.
대웅제약 측은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고 백신 접종이 늘면서 중증 환자로 진행하는 비율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임상 모집자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 임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웅제약은 구충제를 활용해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중인 니클로사마이드는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카모스타트를 활용한 코로나 치료제 개발은 모두 중단한 것이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 인기 ‘시들시들’…사업타당성 결여 = 대웅제약뿐 아니라 다른 제약사들도 대부분 코로나 치료제를 기피하고 있다. 종근당, 동화약품 등도 중단을 알렸다. 셀트리온은 국산1호 정맥용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한 뒤 흡입형 코로나 치료제 임상 1상을 착수했지만 현재는 중단 상태다.
종근당은 올해 7월 자사 췌장암 치료제인 나파벨탄을 활용해 코로나 임상 3상 시험을 자진 중단했다. 앞서 같은해 3월 종근당은 코로나 환자를 대상으로 나파벨탄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 바 있다. 종근당도 코로나 백신접종률 향상으로 대웅제약도 일찍 임상시험을 철회했다. 종근당은 "코로감염자 대다수가 백신을 접종받아 중증환자로의 이행률이 감소해 중증 폐렴환자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 임상시험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동화약품도 이같은 상황을 맞아 과감히 중단했다. 올해 3월 정부로부터 코로나 치료제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았으나 8개월 만에 연구개발을 중단했다. 앞서 지난 2020년 8월 동화약품은 천식치료제로 개발 중인 천연물신약 후보물질 DW2008을 앞세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같은해 11월 식약처는 동화약품이 신청한 중등증 코중증등 코로나 치료제 DW2008의 임상 2상시험 계획을 승인했다.
그러다 올해 11월 동화약품은 코로나 임상을 자진 중단했다. 동화약품도 종근당과 대웅제약과 입장은 같다. 동화약품은 "코로나가 엔데믹(풍토병) 분위기로 전환돼 임상시험 환자 모집에 어려움이 있다"며 "사업타당성 결여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임상2상시험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요 제약사들이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중단하는 배경은 사업 타당성이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재작년부터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 치료제 수요는 최고조였다. 계속된 확산세로 인해 너도나도 코로나 치료제 개발의 열풍이 불었다. 이러한 열풍도 잠시 백신접종률 향상과 더불어 면역력 향상으로 백신 수요가 감소세로 전환됐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백신접종률 향상으로 코로나 치료제 개발 인기가 사그러들고 있다”면서 “이들 제약사들은 기존처럼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다양화를 통해 실적을 일구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