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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연 3.00→3.25%...사상 첫 6연속 인상

'6% 육박' 인플레율에 금리인상...경기침체 등에 빅스텝 피해
취약차주·기업 부담 가중 불가피..."내년 상반기 3.75% 전망"

 

[FETV=권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6회 연속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3.25%로 결정된 것은 2011년 6월 이후 11년 5개월 만이다.  

 

한은 금통위는 24일 오전 9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00%에서 3.25%로 0.25%p 올렸다. 지난 10월 사상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으로 10년여 만에 '기준금리 3% 시대'를 연 한은은 이번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3%대 중반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기준금리'는 초단기금리인 콜금리에 즉시 반영되고, 장단기 시장금리와 예금·대출 금리 등의 변동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실물경제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은은 3·6·9·12월을 제외하고 매년 8번 금통위를 열어 물가 동향, 국내외 경제 상황, 금융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이 6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데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109.21)는 1년 전보다 5.7% 올랐다. 상승률은 7월(6.3%) 정점 이후 8월(5.7%), 9월(5.6%) 떨어지다가 3개월 만에 다시 높아졌다. 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일반인)도 11월 4.2%로 10월(4.3%)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7월 역대 최고 기록(4.7%) 이후 5개월 연속 4%대를 유지하고 있다.

 

당초 이달 초까지만 해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0.5%p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다. 하지만 채권시장 등에 자금·신용 경색 위험이 남아있고 부동산을 중심으로 경기 하강 추세가 뚜렷해지자 추가적인 빅스텝은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 의견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초중반까지 떨어지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긴축 속도 조절을 시사한 점도 베이비스텝 결정에 영향을 줬다. 연준이 23일(현지시간)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은 "과반을 상당히 넘는 수의 참석자들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의 둔화가 곧 적절해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열린 11월 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은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3.75∼4.00%로 끌어올렸으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르면 12월부터 인상폭을 낮추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기준금리가 또 다시 오른 만큼 고위험 가구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고위험 가구'는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를 초과한 가구를 뜻한다. 한은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고위험 가구의 금융부채는 총 69조4000억원에 달해 전체 금융부채의 6.2%를 차지했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5%p 오를 경우 취약 대출자 1인당 평균 연간 이자 부담은 지금보다 25만9000원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기준금리는 올 들어서만 1.25%에서 3.25%로 2.00%p 치솟았다. 

 

기업에게도 부담이다. 이정연·최병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금리상승에 따라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들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올해의 경우 이자율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에 과거대비 취약기업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이 1을 하회하는 '취약기업'은 전체 코스피 상장종목 대비 20~25%를 차지한다. 취약기업 중 80%는 영업적자로 인해 이자를 지불 할 수 없으며, 20%는 연간 영업이익이 연간 이자비용을 밑돈다.

 

전문가들은 높은 인플레이션 탓에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당장 다음달 연준이 긴축 속도 조절을 통해 빅스텝에 나서면 한미 금리차가 또다시 1.25%p까지 벌어져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금리 인상을 부추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8일 "한미 기준금리가 내년 초 정점에 도달한 후 하반기 물가 안정화에 따라 점차 인하 가능성이 시장금리에 반영되는 것이 기본 시나리오"라며 "국내 기준금리는 대외여건과 국내 물가 대응 필요성을 고려할 때 내년 상반기에 연 3.75%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기준금리의 경우 가계부채 부담 증대와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요국의 고강도 긴축, 물가·환율 안정의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최종 3.75%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