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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니 사라졌네...4대 은행 '휠체어 ATM' 현황 보니

국민·신한, 1년새 760대 줄어...하루에 2대씩 감소
"점포 폐쇄 영향"...장애인·고령층 '고객 불편' 불가피

 

[FETV=권지현 기자] 국내 리딩뱅크(1위 은행)를 다투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인력과 비용 효율화를 위해 점포를 줄이면서 휠체어를 타는 고객들이 이용하는 현금자동인출기(ATM) 수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휠체어를 통해 움직이는 고령자와 장애인 고객의 경우 여전히 영업점 방문을 통한 ATM 업무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은행들의 배려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휠체어 수용 ATM'은 총 1만6411대로 나타났다. '휠체어 수용 ATM'은 휠체어를 탄 채로 접근할 수 있는 ATM을 말한다. 은행 건물 밖에서부터 입구를 거쳐 ATM 앞까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건물 입구의 단차를 없애고 내부에 물리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계만 놓고 보면 일반적인 ATM과 다르지 않다. 점자·음성 서비스가 되는 '장애인 지원 ATM', 큰 글씨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고령자 지원 ATM'과 따로 또는 같이 활용된다. 

 

4대 은행의 휠체어 ATM 대수는 1년 전(1만6505대)보다 약 100대 줄어들었다. 눈에 띄는 것은 리딩뱅크를 다투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감소 규모다.

 

국민은행의 2021년 말 기준 휠체어 수용 ATM 대수는 5175대로 1년 전(5733대)보다 558대 줄었다. 신한은행은 5509대에서 5309대로 200대 감소했다. 두 은행에서만 1년 새 총 758대가 사라진 것이다. 하루에 2대씩 없어진 셈이다.

 

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해당 기기 수가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1년새 2708대에서 2853대로 145대 늘렸으며, 우리은행은 2555대에서 3074로 519대 대폭 확장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용 고객 등이 상대적으로 적은 영업점을 폐쇄하거나 다른 영업점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휠체어를 탄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ATM 수가 줄어들었다"며 "휠체어 수용이 가능한 ATM이 설치된 '365 코너'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용 빈도가 적은 점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당 지점에 설치된 휠체어 수용 ATM 대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점포 축소를 감안하더라도 이들 초대형 시중은행의 해당 기기가 대폭 줄어든 것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작년 말 국내 점포 수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58곳, 67곳 줄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45곳, 41곳 줄였다.

 

하나·우리은행은 각각 40곳 이상 점포를 없앴지만 이들이 늘린 휠체어 ATM 수(664대)는 국민·신한은행이 줄인 대수(758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신규 점포를 새로 만들거나 ATM만 있는 '바로바로 코너' 등을 새로 만들 때 휠체어 동선 공간을 따로 확보했다는 뜻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차원에서 관련 사안들을 잘 들여다 보고 있는데, 이런 점들이 1년 만에 휠체어 수용 ATM이 500대 이상 늘어난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시중은행에서 휠체어 수용 ATM 대수가 줄어든 결과는 고령자, 장애인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A행정구 장애인 정책 부서 관계자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현재 연 면적 500제곱 미터 이상의 경우에만 금융사들이 휠체어 이동 접근로, 내부 복도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있다"면서 "대부분의 은행들이 이 면적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사실상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과 고령자들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ATM에 접근하려면 전적으로 은행 '의지'에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서울 B행정구 노인 정책 부서 관계자는 "법률에 정해진 사항 외에 은행이 편의 증진을 위해 휠체어 진입로를 마련하거나 일정한 수 이상의 휠체어 ATM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면서 "이런 점들이 은행 통폐합과 맞물리며 노인·장애인 고객의 금융 소외 현상을 야기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한 장애인 협회 관계자는 "지체장애인의 경우 적지 않은 수가 휠체어를 타는데, 대부분이 비대면 금융서비스 보다는 은행 방문이 더 익숙한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초대형 은행들의 휠체어 수용 ATM 수가 줄어든다면 장애인의 불편이 커지고 금융서비스 접근성이 이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