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성우창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 현대차·기아의 주가가 지난 17일 4%가량 하락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 시행을 앞두고 전기차 관련주가 수혜 종목으로 떠올랐지만, 현대차·기아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고,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생산량이 호조를 보이는 등 올해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기에 여전히 투자 매력이 살아있다고 보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관련주 15개를 모은 'KRX 전기차 TOP15 지수'는 전날 종가기준 3029.69로 마감, 이달 들어 5.46% 올랐다. 2차전지·소재 생산 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큰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도 동기간 9.81% 오른 5145.69를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을 위한 IRA법 시행을 앞두고 전기차 관련주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작 전기차를 직접 생산하는 현대차·기아의 주가는 약세다. 전날 각각 3.80%, 4.02% 급락한 19만원, 7만8700원에 마감했다. 8월 내내 +1%대 주가 상승률로 지지부진하다가 결국 음수로 바뀌었다. 현대차·기아에서 생산된 전기차가 IRA법에 따른 세액공제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IRA법은 전기차 성장을 위해 세액공제를 확대하지만, 중국 견제와 미국 내 생산 지원을 위해 소재·생산지 요건을 강화했다.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배터리 부품 생산과 조립이 상당 부분 북미에서 이뤄져야 한다. 리튬·코발트 같은 배터리 소재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추출되거나 가공돼야 한다.
그러나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하는데다, 배터리 원자재 수입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기 때문에 세액공제 요건에 충족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5만5000달러 이상 세단, 8만달러 이상 SUV·트럭·밴 이 세액공제 제한 대상이 되는 것도 가격이 비싼 전기차에 불리한 점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는 바로 내년부터 국내 생산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사라지게 돼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축소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기아에 투자 매력이 여전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벤츠·BMW·포르쉐 등 경쟁사 모델 상당수도 IRA법 세액공제 대상에 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 역시 출시 차량 대부분 가격 상한에 걸리기 때문에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은 미국과의 FTA 체결국이기 때문에, 현대차·기아가 부품 단위 수출 후 차량 조립만 미국에서 하는 방식으로 세액공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에는 중국산 원자재 비중만 낮추면 된다.
올해 들어 반도체 수급난으로 발목 잡혔던 차량 생산량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도 호조세인 것은 긍정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7월 미국에서 전년 대비 73.1% 증가한 3만9484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전년 대비 176.2% 증가한 1만8328대를, 기아가 471.6% 늘어난 2만1156대를 팔았다. 7월 친환경차 생산량은 각각 약 4만대로 전월 대비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역대 최대급 실적이 예상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분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거뒀다. 전기차 등 고수익 브랜드 중심 판매로 포트폴리오가 조정된 영향이 크다. 수출에 우호적인 환율과 해외시장 미국 자동차 판매 인센티브 감소 역시 호실적 배경으로 꼽힌다. 남은 하반기에도 점차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누그러지면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23만~30만원으로, 기아는 12만~13만원으로 매수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완화될 경우 생산량도 증가할 전망"이라며 "전기차 라인업 확대, 아이오닉5 증산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