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신진 기자] 6월 한국증시 추락장 속에서도 조선주가 일제히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계는 국제유가 강세에 힘입어 대표적인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형 수주까지 잇따라 성공하는 등 남다른 호황을 누리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이날 9만16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달 초(8만9100원)대비 2500원(2.8%) 오른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일(2만2350원) 보다 450원(2.0%) 증가한 2만2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같은기간 삼성중공업은 10원(0.2%) 떨어진 594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기간 코스피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꼴찌를 기록, 10% 가까이 급락한 것과 비교하면 조선 3사는 주가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조선주가 수혜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전통적으로 국제 유가 상승은 조선주에 호재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유 수출을 위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과 해양 플랜트 발주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는 등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107.62달러)보다 1.95달러(1.81%) 오른 배럴당 109.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8월물 브렌트유는 전일(109.10달러)대비 1.88달러(1.72%) 높은 배럴당 110.98달러에 마감했다. WTI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44%가량 올랐다.
올 하반기에도 국제유가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하면서 유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팽배하다.
이런 가운데 조선업계는 올들어 최대 규모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달 들어서만 16척 수주에 성공했다. 아시아 선사와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 유럽 소재 선사와는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또 오세아니아 선사와 LNG 운반선 2척을 계약했으며, 전날에는 필리핀 국방부와 2400톤급의 원해경비함 6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맺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7일 에이치라인해운(컨소시엄 리더), 팬오션, SK해운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으로부터 17만4000㎥급 LNG운반선 4척을 수주했다. 계약금액은 총 1조734억원이다. 9일엔 그리스 최대 해운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 산하 마란가스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5851억원에 추가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2일 버뮤다 지역 선주로부터 17만4000㎥급 LNG 운반선 12척 건조 공사를 따냈다. 수주 금액은 3조3310억원으로, 조선업 역사상 단일 선박 건조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같은 날 삼성중공업은 아프리카 지역 선주로부터 5543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2주를 추가로 수주했다. 이날 하루에만 14척, 4조원에 가까운 물량을 확보한 셈이다. 이는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액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조선 3사 모두 상반기에만 수주 목표의 60% 이상을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총 117척 수주하며 올해 총수주 목표인 174억4000만달러 중 78%을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목표인 89억 달러대비 66%(26척)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누계 수주 실적 33척을 기록해 연간 수주 목표(88억달러)의 3분의 2 이상(72%)을 확보했다.
추가 수주도 검토되고 있다. 머스크는 총 22억 달러 이상 규모의 1만6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2척의 발주를 검토중이다. 이를 위해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에너지는 LNG 증산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 조선 3사의 LNG 운반선 예약선박 수를 늘렸다. 이에 3사는 슬롯을 총 53개로 확대했다. 슬롯은 새 선박을 만들기 위해 미리 도크를 예약하는 것을 말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운반선 시황 호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올해에도 작년에 이은 수주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