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호재로 집값이 크게 올랐던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경기 의왕시, 인천 청라국제도시 등에서 하락세가 가파르다.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는 서울 강남이나 1기 신도시와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모양새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 청계동 동탄신도시에 위치한 '시범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4.0' 전용면적 84㎡는 지난 8일 9억5000만원(21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기록한 신고가 12억5000만원에 비해 3억원 떨어진 가격이다. 또 청계동 '동탄역 시범우남퍼스트빌' 전용 84㎡는 지난 11일 11억4000만원(19층)에 손바뀜됐는데 직전 최고가(13억6000만원)보다 2억2000만원 하락했다.
지난해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던 경기 의왕시 역시 집값 하락세를 피하지는 못했다.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 푸르지오엘센트로' 전용 84.98㎡는 지난달 11일 12억5000만원(17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6월 16억3000만원(25층)에 비하면 4억원 가량 내려간 수준이다. 또 의왕시 내손동 '의왕내손e편한세상'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12억5000만원(19층)으로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18일 10억5000만원(10층)까지 떨어졌다.
인천 서구 청라동 청라국제금융단지 '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 전용 84㎡(28층)도 지난 3월19일 7억5000만원(5층)에 손바뀜했는데 이는 직전 최고가 12억4000만원(28층)보다 4억9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반면 강남과 서초 등 서울 중심가와 1기 신도시에서는 새 정부의 규제완화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히려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지난 3월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216㎡는 이전 최고가 대비 9억5000만원이나 뛴 69억원(27층)에 거래됐다. 아울러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76㎡는 58억원(7층)에 손바뀜됐다. 직전 최고가가 43억원(10층)이었는데 여기에 15억원이 더 오른 것이다.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일산과 분당은 재건축 규제완화 소식이 들리자마자 집값이 날아올랐다. 경기 고양시 일산 동구의 '강촌동아' 전용 84㎡는 지난달 13일 7억7300만원(15층)에 거래됐다. 지난 2월19일 6억 8500만원(13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8800만원 오른 가격이다. 또 성남 분당의 '양지2단지청구' 전용 134㎡는 지난달 6일에 22억원(5층)에 거래돼 지난 3월19일 20억5000만원(14층)보다 1억5000만원 높아졌다.
이 같은 집값 양극화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분해 상위 20%(5분위)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인 전국 아파트 매매 5분위 배율은 지난달 10.1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5분위 배율은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사이의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10을 넘겼다는 것은 상위 20% 아파트가 하위 20% 아파트보다 10배나 비싸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규제 완화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시장의 과열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세부계획안이 마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정책의 방향성만을 강조하면 시장의 기대심리만 커진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실리·실무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부동산으로는 가급적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