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208/art_16455121263773_a09057.jpg)
[FETV=김수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단 조건이 붙는다. 결합 후 뉴욕, 파리, 제주 등 일부 노선의 슬롯(시간당 가능한 이행기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을 다른 항공사에 이전하고 운임 인상은 제한해야 한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두 항공사가 결합하면 계열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가항공사도 합병된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이번 항공 결합 건은 약 30년 이상 우리나라 항공운송 시장을 양분하던 양대 항공사 체제가 변화하는 것으로, 국내 대형항공사간 최초의 결합사례”라며 “경쟁압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일부 노선에 대해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부과했고, 이 노선에 신규 진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결합으로 중복되는 노선은 총 119개다. 이들 노선에 대해서는 경쟁항공사의 신규진입 등을 촉진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를 부과할 예정이다. 시정조치의 이행의무는 기업결합일에 시작된다.
조 위원장은 “이 건은 현재 다수의 외국 경쟁당국이 심사 중에 있어 향후 동일한 노선에 대해서 공정위와 조치와 일부 상이한 외국당국의 조치가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외국 경쟁당국의 심사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추후 전원회의를 다시 개최해 외국의 심사결과를 반영한 시정조치 내용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영국, 호주 등 6개국이 이 건을 심사 중이다.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하는 건 이 결합이 법상 예외인정 사유인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와의 기업결합(회생불가 항변)’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아시아나는 현재 정상적으로 채무를 변제하고 있고, 영업실적 개선 추이 등을 고려 시 근시일 내 지급불능의 상태에 처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공정위에 따르면 양사 결합 이후 우리나라 국제선 전체 약 48.9%, 국내선 제주 노선 전체 약 62.0%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국제선 노선별로는 결합회사 독점 운항 노선이 10개고, 점유율이 60% 이상인 노선이 29개다. 국내선은 독점 노선이 6개다. 대구↔제주를 제외한 모든 제주-내륙 중복노선에서 점유율은 약 60% 이상이다.
공정위는 총 65개의 국제선 중복노선 중 26개 노선은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6개 국제선 노선은 미주(5개)‧유럽(6개)‧중국(5개)‧일본(1개)‧동남아(6개)‧기타(3개) 등이다.
미주노선의 경우 총 13개중 결합으로 영향을 받는 중복노선은 총 5개인데 모두 독과점 우려가 컸다. 합산점유율이 약 78%~100%에 이르고, 델타항공을 제외하면 경쟁자가 없거나 1개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측은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2018년부터 조인트벤처 협약을 체결하고 한-미 노선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어 경쟁제한성 판단 시 하나의 사업자로 취급했다”고 전했다.
또한, 총 22개의 국내선 중복노선 중 14개 노선(제주↔김포, 청주, 부산, 광주, 진주, 여수, 울산 노선)에서 독과점 우려가 제기됐다. 제주-내륙 노선의 경우, 합산점유율이 60%∼100%에 달했다. 공정위의 경제분석 결과 가격인상 가능성이 컸다. 제주-진주, 제주-여수, 제주-울산 노선의 경우, 결합 후 완전 독점하게 된다.
공정위는 독과점 우려가 있는 26개 국제노선 및 8개 국내노선 대상으로 신규 항공사의 진입, 기존 항공사 증편시 합병회사가 보유한 국내공항 슬롯 반납을 의무화했다. 반납해야 할 슬롯개수의 상한선은 각 노선별로 결정된다.
두 항공사 중 1개사의 점유율이 50% 이상이면 결합에 따라 증가한 탑승객수를 감소시킬 수 있는 슬롯만 가져가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슬롯을 반납해야 한다. 두 항공사의 점유율이 모두 50% 미만이라면 합산점유율을 50% 이하로 축소시킬 수 있는 슬롯의 개수만 가져가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슬롯은 반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