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홍의현 기자] 보험사의 인공지능(AI)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사내 직원교육부터 보험상품 추천, 보험가입 접수‧심사, 완전판매 모니터링 및 보험사기 방지, 광고·마케팅 등 업무의 모든 과정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비 절감 및 직원 업무 능률, 소비자 만족도를 제고하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손해보험은 최근 국내 보험사 중에서는 최초로 AI 휴먼 기술을 도입했다. AI 휴먼은 실제 사람과 유사한 수준으로 구현됐으며, 실시간 대화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번 사람이 직접 영상을 촬영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딱딱한 기계음이 아닌 실제 사람의 목소리와 얼굴이 묘사돼 활용도가 높다. 하나손보는 이 기술을 사내 임직원 교육,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 대상 홍보 영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생손보 업계 1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AI 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네이버클라우드와 업무협약을 맺고 AI 및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 광학자문인식(OCR) 기술을 통해 이미지화된 문서를 판독하면서 ‘보험금 지급 및 계약 심사’ 등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화재도 작년 자사 다이렉트 채널을 전면 개편해 데이터 분석 및 AI 기술을 활용한 초개인화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고객이 원하는 보험료에 맞춘 최적의 보장을 소개하는데 AI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다이렉트 보장분석서비스에는 연령대와 성별 등 동일 고객 집단의 가입 형태, 직전 3년 동안 삼성화재에 청구돼 지급했던 보상데이터를 AI 기술로 분석해 보장내용과 금액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개시한 바 있다.
DB손해보험은 AI 기반 로보텔러 기술을 선택했다. 이 기술은 완전판매 모니터링 과정에 활용된다. 기존에는 상담사가 고객에게 직접 전화하거나 문자(알림톡) 등으로 완전판매 모니터링을 해왔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면 AI 로보텔러가 전화를 걸어 고객의 실시간 음성을 정확하게 텍스트로 변환한 후 의도를 파악하고 대화를 주고받는다. 더불어 TM(텔레마케팅) 보험계약에서 인간 상담사가 필수 안내사항 등을 고객에게 정확하게 설명했는지를 AI가 녹취본을 통해 점검하고 심사를 완료하는 기술도 활용 중이다. 이를 통해 약 43분의 심사 시간이 3분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AI 기술을 활용한 보험사기 방지 시스템도 있다. 교보생명은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으며, 신한라이프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많은 보험사들이 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시스템은 의료 데이터 정보를 수집해 이상거래로 탐지된 건을 따로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보험사기는 보험사들의 손해율을 높이는 주원인으로 꼽힌다. 허위, 고의, 피해과장 등 여러 항목으로 나뉘는 보험사기는 매년 증가해 지난 2020년 기준 적발금액만 8986억원에 달한다. 2016년 적발금액이 7185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4년 만에 급증한 수치다. 적발 금액이 높아진 것은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도입한 AI 기술도 한몫했다.
신한라이프는 광고·마케팅에도 AI를 활용했다. 지난해 7월 합병 출범과 동시에 AI 모델인 '로지'를 활용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 광고는 유튜브 공개 20여 일 만에 누적 조회수 1000만뷰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후 공개한 ‘로지 뮤직비디오’도 현재 약 1100만뷰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한라이프는 합병 출범으로 생소한 브랜드를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보험 상품에 AI 기술을 도입한 사례도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달부터 AI를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고객의 투자성향과 글로벌 경제상황을 분석, 적합한 펀드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AI 변액보험 펀드 디지털 관리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흥국생명 등 다른 보험사들도 AI를 활용한 추천·전략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도 보험사들의 AI 도입‧개발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손해보험협회를 비롯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목소리로 디지털 업그레이드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AI 기술은 다양한 업무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비 절감을 크게 노릴 수 있다. 또 단순 반복 작업을 AI가 대신해줘 직원들의 업무 능률이 오르고, 고객 입장에서는 24시간 언제든 보험상품을 이용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아진다”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보험사들도 앞으로 더 업그레이드된 AI 기술을 계속해서 도입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