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포스코가 물적 분할 방식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포스코는 이를 발판삼아 오는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3배 키우겠다는 각오다. 주주총회를 통해 새롭게 신설되는 포스코홀딩스는 투자형지주회사로 세워 이차전지와 수소, 니켈 등 포스코의 신사업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철강 사업은 포스코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는 포스코가 맡는다. 회사는 이번 분할로 ‘상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동안 시장에서 바라보는 포스코의 기업가치는 저평가였다. 역대급 실적에 이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신통치 않았다. 이는 ‘철강회사’로 강하게 굳혀진 기업 이미지가 반영된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민영화 21년 만에 새로운 도전의 출발선에 서게 됐다. 또 주주의 70%에 달하는 '개미군단'을 설득하는 해법도 찾아야한다. 포스코 경영진이 예전보다 더욱 분주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물적분할 선택한 포스코, “상장은 없다”=지주사 체제는 인적분할이 아니다. 인적분할은 분할 비율에 따른 신설법인의 주식을 기존 지분율대로 나누기 때문에 주주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물적분할은 존속법인이 신설법인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구조다. 주주들 입장에선 주요 사업의 기업가치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상장 계획 없이 지주사로 재편하기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물적분할로 논란이 됐던 기업은 LG화학이다. 지난해 LG화학은 배터리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분리됐는데 당시 LG화학 주주들은 “배터리 사업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BTS 없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됐다”고 비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될 경우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의 가치를 100% 누릴 수 없어 주주들 입장에선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발생했던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홀딩스의 주주들은 철강회사 포스코가 상장되지 않기 때문에 철강 산업의 가치를 잃지 않게 됐다. 또 포스코홀딩스가 다양한 산업에 투자하기로 계획한 만큼 신사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투자전문회사로 4년 안에 시가총액을 7배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SK㈜와 비슷한 모델이다. 다만, 신설법인의 상장을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향후 상장 가능성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동안 이차전지와 수소 등 신사업과 관련한 계획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고 함몰되다 보니 기업가치가 현저하게 낮아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너가 있는 기업은 지분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 인적분할 하지만 회사는 신설 철강회사 정관에도 상장에 필요한 규정을 반영하지 않을 계획이고 분할 이후 재상장도 하지 않아 주주가치 제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업가치 힘 못받아...왜?=포스코의 실적과 주가는 따로 놀고 있다. 올해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9조원 규모다. 이는 최대 실적을 올렸던 지난 2008년(7조1739억원)을 가볍게 뛰어넘는 기록이다. 반면, 지난 10일 종가는 28만15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세웠던 5월11일(40만9500원) 대비 31% 떨어졌다. 중국이 철강 시장을 직접 통제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올해 5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9.0% 올랐다.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9월(9.1%) 이후 가장 높았고 로이터·블룸버그 등 시장예상치(8.5%)를 웃돌았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로 철광석도 피하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12일, 중국 칭다오항에 수입된 철광석 가격은 역사상 최고치인 톤당 237.57달러에 달했다.
치솟는 원자재 물가로 인플레이션 확산이 우려되자 중국은 철강 시장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3월에는 중국 최대 철강 생산지역인 당산시에 50% 감산을 지시하는 공문을 보냈다. 탄소중립과 2022년 동계올림픽을 대비 하려는 조치였다. 5월에도 다른 철강 지역에 대기오염 위험도에 따라 철강 생산량을 기존의 3분의 2 또는 80%까지 줄이라고 지시했다. 중국의 개입으로 역사적 고점을 형성했던 철강 시장의 피크아웃(Peak-out)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던 것이다.
주요 지표로 판단해도 포스코의 기업가치는 저평가 됐다는 분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의 올해 주가순자산비율(PBR) 예상치는 0.47배다.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은 저평가 종목으로 분류된다. 또 백재승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공급 과잉이던 2015~2016년, 포스코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2% 수준에 불과했는데 내년 ROE는 7.4%로 전망된다”며 “시장은 현재 포스코 ROE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1250/art_16393541379687_139517.jpg)
◆표대결 예고…주주 설득 어떻게?=현재 포스코의 최대 주주로는 국민연금(9.75%)과 씨티은행(7.30%)이다. 주요 주주의 지분이 10%도 채 안 돼 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70%에 달하는 소액주주 표심이 중요하다. 포스코가 지주사 설립으로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3배 이상 키우겠다고 공언한 만큼 설득력 있는 비전 제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포스코의 현 시가총액은 약 24조5000억원 규모로 목표 달성을 위해선 남은 8년 동안 74조원대로 성장시켜야 한다. 상장 주식수가 총 8718만6835주인 점을 고려하면 1주당 85만원대로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철강과 ▲이차전지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Agri-Bio) 등 7대 사업을 앞세운 성장전략을 꾸렸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본업 가치 재평가는 투자자 확신에서 비롯되며 수익이 배당 등을 통해 주주가치로 환원되는 과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리튬, 니켈, 수소 사업 등이 구체화 또는 사업화 되어 시장에서 가치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이미 사업화된 양극재/음극재 사업은 별도로 상장되는 포스코케미칼을 통해 평가받고 있고 리튬은 2023년 말 상업생산이 시작될 예정이며 수소는 사업화까지 상당한 시일이 남아 있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기업 분할을 위해 내년 1월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기로 했다.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지주사 설립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