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포스코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이달 10일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미래 산업에 대한 전략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의 평가가 냉혹한 만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이다. 철강 산업에 국한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이번 개편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가운데 하나로 이뤄질 예정이다. 포스코 측은 분할 방식에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히고 있어 어떤 방향으로 지주사 전환이 전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1249/art_16387495664253_42d5af.jpg)
◆실적과 따로 노는 기업가치=포스코가 이번 분할을 결정한 이유는 기업가치 제고의 필요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올해 철강 시장은 역대급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주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이차전지(배터리)와 수소 등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과감한 투자까지 계획해도 철강기업이라는 이미지 탓에 시장의 평가가 인색한 상황이다.
올해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9조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서 철강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났고 원자재 가격도 강세를 나타내 건설,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과의 가격 협상력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친환경 정책으로 중국의 감산 조치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철강 공급망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저가 공세를 막을 수 있고 고객사들이 포스코 제품 구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도 될 수 있다.
하지만 회사 가치는 역주행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포스코 종가는 28만4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세웠던 5월11일(40만9500원) 보다 30%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35조7030억원에서 11조 가량 줄어든 24조7610억원에 그쳤고 시총 순위는 11위에서 14위로 떨어졌다. 철강산업은 경기에 민감한 만큼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기업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3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포스코의 현재 상황은 과도한 저평가라고 해석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주가는 올해 예상 순자산가치(NAV) 대비 0.47배에 불과(예상 ROE : 14.2%)하다”고 했다. 또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포스코의 올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7배로 3일 기준 KRX 철강(0.58배)보다 낮다. 일반적으로 PBR이 1배보다 낮으면 해당 종목이 저평가돼 있음을 의미한다.
포스코의 미래 가치를 책임지는 이차전지와 수소도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포스코가 59.7%의 지분을 보유한 포스코케미칼은 2030년까지 이차전지에서 글로벌 점유율 20%, 매출액은 연 23조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동안 포스코의 별도 기준 평균 매출이 30조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90%에 달하는 규모다. 이를 위해 포스코도 참여하는 유상증자로 시설투자와 운용자금으로 활용하고 글로벌 배터리사와의 업무협약, 원료 확보를 위한 생산 거점 구축 등 활발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시대적 과제인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수소환원제철소를 계획하며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철광석을 쇳물(조강)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철광석 내에 있는 산소를 빼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고로(용광로) 사용자는 유연탄(석탄)을 사용한다. 석탄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에 포스코는 이를 수소로 대체해 수소환원제철소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사측은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얻는 그린 수소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전했다.
◆인적분할·물적분할, 포스코의 선택은?=이번 방안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가운데 하나로 이뤄진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분할 비율에 따른 신설법인의 주식을 기존 지분율대로 나눠 배분받을 수 있어 주주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올해 6월 SK텔레콤도 인적분할을 이용해 서비스 회사와 투자전문 회사로 나눈 바 있다. 당시 SK텔레콤은 회사 사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인적분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반면, 물적분할은 존속법인이 신설법인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구조로 사업의 전문성을 키우고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설회사의 지분을 모두 보유할 수 있어 지배력을 키울 수 있고 향후 상장이나 지분을 매각해 막대한 자금까지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 물적분할로 세워진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 가치가 약 100조원대로 평가되는 만큼 LG화학의 당시 결정이 포스코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다만, 두 방안 모두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지배구조 개편으로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은 내년부터 20%에서 30%로 늘려야 한다. 포스코의 자사주 비중이 13%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인적분할시 포스코는 신설법인의 지분 17%를 추가 확보해야 한다. 지배력 확대를 위한 자금투입이 불가피한 것이다.
물적 분할을 결정하면 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해야 한다. 올해 3분기 기준, 국민연금은 9.75%의 지분을 보유한 포스코의 최대주주로 이어 씨티은행(7.30%)이 뒤를 잇고 있다. 두 기관 모두 10%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주주총회에 분할안이 상정될 경우 표대결을 염두해야 한다. 더군다나 소액주주 비중이 70%에 달해 분할안 통과 여부도 불확실할 수 밖에 없다.
포스코 관계자는 “저탄소·친환경 시대로의 대전환과 기술변화 가속화에 대응하여 미래성장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