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예상대로 3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아직 영업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탓이지만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대폭 늘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사측은 경쟁사보다 수주 물량이 적지만 선가가 꾸준히 오르는 덕분에 높은 가격에 LNG선을 건조할 수 있는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LNG는 메탄을 주성분으로 한 천연가스를 초저온으로 냉각해서 액화시킨 것으로 천연가스 가격도 올라 주요 발주처들의 프로젝트도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http://www.fetv.co.kr/data/photos/20211146/art_16371077192124_484bc4.jpg)
◆적자 지속되도 긍정적인 이유는?=대우조선해양은 3분기 1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강판) 관련 비용으로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한 2분기대비 1조원 가량 개선됐지만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기자재 비용과 외주비가 오르면서 선박 건조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전분기에 반영한 충당금 및 드릴쉽 관련 평가손실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평가다.
지난해까지 목표 수주를 채우지 못해 일감이 부족하고 선가도 낮게 형성됐던 만큼 4분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에프앤가이드는 500억원 규모의 적자를 예상했고 대우조선해양 측도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만 밝혔다. 조선업은 업계 특성상 수주한 선박이 건조되기까지 2~3년 가량이 필요해 올해 수주한 물량은 당장 실적에 반영되기 어렵다. 더군다나 단계적으로 건조 비용을 지급하는 헤비테일 계약으로 실적 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약 91억9000만 달러를 수주하며 한해 수주목표(77억달러)를 초과했지만 일감은 경쟁사 대비 부족하다. 이미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그룹 수주액은 모두 100억 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그럼에도 경쟁사의 슬롯(선박을 만드는 공간)이 채워진 만큼 대우조선해양으로 발주 물량이 몰릴 수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발주사가 선박을 빠르게 인도받고 싶다면 굳이 경쟁사와 계약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선가가 오르고 있어 고가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고부가 선박, LNG선 담아낼까?=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0월까지 글로벌 누계 선박 발주량은 4099만CGT(표준화물톤수)로 전년 동기대비 162% 증가했다. 이는 2013년(4698만CGT) 이후 최대 규모다. 신조선가지수는 12년 만에 150포인트를 넘어서며 지난달에는 152.28포인트를 기록했다. 올해 1월보다 20% 증가한 것으로 내년에는 165포인트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조선가지수가 100포인트 보다 높으면 선가가 올랐다는 의미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LNG선은 발주량이 확대된 동시에 가격도 크게 뛰었다. 10월까지 총 55척이 발주돼 27척이 늘었고 선가는 2억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억 달러를 넘어선 건 지난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지난달까지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 점유율은 약 90%에 달했다.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과 환경규제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앞으로 LNG선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30년에 운항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40% 감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선박들은 엔진출력을 제한하거나 벙커C유로 대표되는 연료를 변경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무탄소 선박’ 시대가 열려야 하지만 현존하는 기술로 이를 구현하기는 불가능해 친환경 에너지의 기술 상용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LNG가 이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NG는 주성분인 메탄이 연소되지 않고 배출돼 지구온난화지수를 높일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일 수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선박 추진을 위한 연료로 LNG를 활용할 경우 이산화탄소는 중유(HFO) 대비 최대 30% 가량 감축할 수 있다. 가격도 강세라 세계 각국의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16일 기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1MMBtu(열량단위) 당 5.18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량 오른 상태다.

올해 발주가 예상되는 LNG선은 60척 이상으로 추정된다. 60척 이상이 발주되면 2004년과 2014년, 2018년 이후 네 번째 사례에 해당 되며 내년에는 최대 80척까지 발주량이 치솟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생산 용량은 1년에 15척으로 삼성중공업과 공동 1등이다. 슬롯도 여유가 있는 만큼 높은 수주 실적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 카타르 국영 석유사인 페트롤리엄(QP)은 대우조선해양에 4척의 LNG선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QP는 국내 조선사들과 100척 이상으로 추정되는 LNG선 슬롯 예약 계약을 맺은 바 있는데 업계에선 QP가 올해 20척 가량을 발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 LNG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러시아와 미국, 모잠비크 등의 프로젝트도 대기하고 있어 LNG선 발주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광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우조선해양의 건조량은 과거 수주 공백으로 적지만 2023년 매출은 9조원대로 정상화되고 하반기부터 수주한 물량이 건조돼 확실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올해 LNG선 수주량이 9척에 불과해 선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