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3분기 실적 발표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현대글로비스는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역대급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자동차 생산량이 위축된 상황에서 예상되는 호실적이란 점에서 남다른 분위기다.
현대글로비스가 양호한 3분기 성적표를 기대하는 배경은 해운 운임 상승으로 수익성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항만 적체 현상이 장기화 되면서 컨테이너 운임료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기아가 생산한 차량을 세계 각국에 나르는 역할을 주로 하지만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여 수출 물량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에 악영향이 우려되지만 연말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운임 강세가 기대되고 있다. 또 전력난이 심화된 중국이 석탄 가격을 자극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현대글로비스, 3분기도 ‘실적 호조’…운임료 상승에 활짝=차량용 반도체 생산부족 여파에 자동차 생산량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화물운송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는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1731억원, 영업이익은 2599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41.03%, 61.00%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전망치가 적중한다면 현대글로비스의 3분기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성적표를 받는 셈이다.
이는 해운 운임이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이 컸다.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지수인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지난주 기준, 4588.07을 기록했다. 전주 대비 59.53포인트 감소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지난 2009년 처음 집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BDI(발틱운임지수)도 지난달 말부터 올해 초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5000선을 상회하고 있다. BDI는 석탄, 철광석 등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벌크선의 시황을 나타내는 지수를 뜻한다.
운임이 증가한 이유는 글로벌 물류대란 여파에 따른 결과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소비 물량이 늘어나면서 물류 수요량이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여파에 항만에서 일하는 인력과 컨테이너 운송기사들이 줄어 선박 운항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 덴마크 해운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해운업계의 8월 정시성은 33.6%에 그쳤다. 10척의 선박 가운데 3척 정도만 정해진 일정을 지켰다는 의미로 지난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들어 컨테이너 해운에 이어 벌크 운임 역시 급등해 PCC(완성차 해상운송)는 오히려 완성차 물량이 줄어든 자리에 더 비싼 운임으로 컨테이너 화물을 수송할 수 있어 수익성이 기대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벌크 부문은 10년 내 가장 좋은 영업환경이 펼쳐졌고 CKD(반조립제품) 역시 화물 공급이 극도로 부족해 환율도 올라 사상 최대 이익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생산 위축 장기화...운임료 호재는 지속될 듯=자동차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에어백을 터뜨리는 기본 장치부터 전동화로 분류되는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내연기관차에는 기본적으로 300개의 반도체가 필요하고 전기차는 600개까지 사용량이 늘어난다. 자동차에 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만큼 차량용 반도체는 부품을 제어하는 기본 기능에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통합·제어하는 역할로 활용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사들은 마진이 크지 않아 생산을 선호하지 않는 제품으로 분류된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차량 1대 당 차량용 반도체의 단가는 500달러 가량으로 전체 원가에 2~3% 수준에 불과하다. 자동차 수요가 회복되자 반도체 주문량이 늘었지만 제조사들이 생산량을 끌어올리지 않은 이유다. 이에 완성차 5개 기업의 지난달 판매량은 56만8308대로 전년 동기대비 18.9% 줄어들었다.
특히 현대차는 생산공장 가동을 잇따라 중단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측은 지난달 국내에서는 4만3857대, 해외는 23만7339대 등 총 28만1196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국내 판매량은 34.6%, 해외는 19.4% 줄어들어 총 22.3% 하락했다. 추석 연휴에 따른 근무일 감소도 영향을 미쳤지만 3개월 연속 판매 감소세가 이어졌다. 앞서 현대차 아산공장은 지난달 9~10일과 15~17일 생산을 중단했고 울산 4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공장도 반도체 수급문제로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자동차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선 반도체 부족 사태가 조기에 해결될 필요가 있지만 구체적인 회복 시점은 전망이 엇갈린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를 이끄는 올라 캘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열린 IAA 모빌리티 2021'에서 “공급 부족이 2023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단기적일 것”이라며 “반도체 공급난이 내년에는 끝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1042/art_16345155845719_a305af.jpg)
운임료는 일시적인 하락세로 판단돼 완성차기업의 고충에도 운임 호재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전력난이 기업들의 생산량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와 일부 선사들이 운임을 동결하면서 SCFI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프랑스 선사 CMA CGM는 내년 2월까지 운임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CMA CGM의 선복량은 약 300만TEU로 덴마크의 머스크라인과 스위스 MSC에 이은 글로벌 3위에 달한다.
문제는 4분기다. 4분기는 통상 크리스마스, 블랙프라이데이, 추수감사절 등 연말 이벤트로 소비가 촉진되는 전통적 시기다. 항만 적체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화물 수요가 늘어나면서 운임 강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정시성 회복을 위한 연장근무와 휴가근무 등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외국 항구의 직원들이 이를 선호하지 않아 글로벌 물류대란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메랑을 맞은 중국으로 석탄 수요가 급증한 점도 호재다.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은 내년 동계올림픽을 위해 대기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성(省)별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명령했고 목표치를 지키지 못한 지역에는 패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각 지방정부가 당국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전력 공급을 제한하고 감산에 나서자 거리의 신호등이 꺼지고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전력난을 겪고 있다.
호주와의 외교 갈등 여파도 전력난을 키웠다. 중국은 미국의 우방국인 호주가 “코로나19 발원지로 조사해야 한다”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지난해 12월부터 호주산 석탄 수입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전력을 생산해야 하는 석탄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이에 중국은 석탄 수입을 거의 하지 않은 남아공을 필두로 러시아, 미국, 캐나다, 필리핀 등 세계 각국에서 석탄을 쓸어담고 있다. 석탄 가격은 지난 15일 기준, 톤당 240.00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318% 이상 증가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