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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중공업


[FE리포트] 철강업계, 중국發 리스크에 가격압박 우려

감산정책 나서는 中, 철광석·철강재 가격 끌어내려
감산량 커지는데 ‘헝다 쇼크’ 겹쳐…철강 수요 전망 불투명
"가격 급락은 없다" 증치세 폐지와 감산정책은 타이트한 수급 이끌어

[FETV=김현호 기자] 지난 5월 최고가를 찍었던 철광석 가격이 곤두박질치며 4개월여 만에 반토막났다. 경기회복을 위한 철강재 소비가 확대되면서 원재료값을 부추겼지만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는 중국의 감산정책이 에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헝다그룹이 파산위기에 내몰리면서 중국내 철강 수요 급감 전망이 철광석 가격하락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관측이다.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국내 철강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강재 가격도 감소하고 있어 전방산업에 납품하는 물량에 대한 가격 인상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 철강사들에 부여한 세금 혜택을 폐지하면서 저가 경쟁을 벌일 이유가 사라진 점은 고무적이다. 가격 하락 압력을 벗어날 수 잇는 만큼 수익성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헝타 사태에도 타이트한 철강수급이 이어질 예정이다. 

 

 

◆중국, 철강생산량 본격 감축...하반기는 강도 높일 듯=철광석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에 수입된 철광석 가격은 24일 기준, 톤당 111.33달러로 집계됐다. 1년3개월 만에 100달러 이하로 하락한 이달 20일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역대 최고가를 나타냈던 지난 5월12일(237.57달러) 대비 53% 줄어들었다. 17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서 밝힌 철광석 가격은 톤당 114.26달러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원재료값이 감소하자 철강재 가격도 하락했다. 지난주 선박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강판)의 국내 유통가는 톤당 125만원을 기록했다. 5월24일부터 3개월 가까이 130만원을 유지한 이후 처음 하락한 것이다. 또 중국의 열연과 냉연유통가는 각각 5779위안(약 105만원), 6485위안으로 한 달 만에 감소세를 나타냈다. 열연은 철강산업의 기초 소재 역할을 하며 냉연은 열연을 상온에서 압연한 강판을 뜻한다.

 

철강산업과 관련된 소재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중국의 영향이 컸다. 중국은 탄소중립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자국 내 철강 생산량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재 생산국이 감산에 나서자 시장에 영향을 준 것이다. 중국의 지난달 조강(쇳물)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줄어든 8324만톤으로 집계됐다.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것으로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중국의 감산량은 4분기에 더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중국의 누적 조강생산량은 7억3300만톤 가량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상반기 생산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던 만큼 최근 감산량이 이를 상쇄하지 못한 것이다. 내년 2월에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까지 예정돼 있어 중국은 대기오염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 중국의 철강산업은 고로(용광로) 비중이 높아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유연탄 사용이 필수적이다. 중국 내 철강산업은 자국의 탄소배출에 15% 가량을 차지한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팀장은 “7월과 8월로 미뤄봤을 때 중국이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본격적인 철강 감산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며 “상반기 생산량 급증의 영향으로 누적 생산량은 여전히 플러스(+)로 연초 중국 발개위(NDRC)에서 언급했던 올해 생산량 감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말로 갈수록 감산 강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헝다 사태에 철강재 소비 줄어들까=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이어진 이후 세계 각국은 경기 회복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쏟아내며 철강재 소비를 촉진했다. 이에 올해 강재 가격이 크게 올라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발(發) 영향에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자 철강사가 강재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명분이 사라졌다.

 

 

더군다나 중국 2위 부동산 기업인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이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중국의 철강 수요 전망이 불투명해진 모양새다. 헝다는 중국이 레버리지를 규제하고 경제정책을 공동부유로 전환하면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에 몰렸다. 부채는 1조9700억 위안(약 360조원)이 쌓이고 올해 상환해야 하는 달러 채권 이자만 5억3000만 달러(약 6266억72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헝다는 중국 전역에서 약 1300여개의 건설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관계기업도 줄도산 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해졌다.

 

중국이 이번 사태에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헝다의 파산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 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경기부양책을 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동부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규제와 더불어 경기부양정책이 수반돼야 한다”며 “2022년은 올림픽과 최고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어 경기와 금융시스템 안정이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공동부유는 소수에 집중된 소득을 분배해야 한다는 경제정책을 뜻한다.

 

◆수출증치세 폐지한 中...저가 경쟁은 없을 듯=중국은 강재 생산량이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철강 제품 소비량도 전 세계 1위 국가다. 소비와 생산물량이 높은 만큼 글로벌 철강 가격의 지표가 중국에 영향을 받게 된다. 중국의 생산물량이 저가 수출되면 철강사들은 자동차, 건설, 조선업계 등 전방산업에 납품하는 철강재 가격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감산 정책과 헝다의 위기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철강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 이유다.

 

여러 악재가 터졌지만 급격한 가격 하락 우려는 ‘기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철강재 가격이 역사적 고점을 이어갔던 만큼 가격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중국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동시에 내수 소비를 키우기 위한 조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5월, 열연과 철근 등 146개 품목에 대한 수출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을 없앴고 지난달에도 냉연, 아연알루미늄합금도금강판 등에도 증치세 폐지를 추가 결정했다.

 

증치세는 철강사들의 수출을 독려하기 위한 제도를 뜻한다. 이에 중국 철강사들은 생산제품을 수출하면 13%의 증치세를 돌려받아 글로벌 철강사들과 저가 경쟁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혜택이 사라지면서 중국의 수출물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또 중국이 내수 진작을 위해 수출세 부과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중국산 제품 가격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

 

또 헝다사태에도 급격한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중국 정부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 정책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 부동산 신규착공 둔화에 따른 철강 수요 감소는 이미 예상되었던 상황이지만 헝다 리스크로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내년 1분기까지 수요 감소를 훨씬 상회하는 규모의 공격적인 철강 감산으로 타이트한 철강 수급은 지속될 전망이라 헝다 파산으로 인한 철강 수요와 가격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