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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중공업


[FE리포트]현대중공업그룹 기상도...현대중공업 '맑음' vs 한국조선해양 '흐림'

17일 한국중공업 IPO, 원자재 압박에도...청약규모 6위 오르며 ‘흥행 성공’
끌어모은 자금은 모두 미래로…친환경·스마트 선박 위한 기술개발 ‘박차’
더블 카운팅으로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주가 하락...밸류에이션 매력이란 분석도

[FETV=김현호 기자] 올해 하반기, IPO(기업공개) 최대어로 평가받는 현대중공업이 17일 상장됐다. 원자재 부담이 여전하지만 조선업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증권업계에서는 목표주가를 11만원대까지 설정하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하는 한국조선해양은 지주사 할인이 반영되면서 울상이다.

 

 

◆원자재 압박 여전하지만...현대重 흥행 ‘성공’=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5일 기준, 중국 칭다오항에 수입된 철광석 가격은 톤당 116.65달러를 기록했다. 연중 최저치로 사상 최고가를 나타냈던 지난 5월12일(톤당 237.57달러) 대비 51% 하락했다. 반면, 철강재 가격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주 열연 유통가는 지난해 보다 두 배 오른 132만원,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 유통가는 130만원을 나타내 3개월째 요지부동이다.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에 약 20%를 차지한다. 조선업계 입장에선 강재 가격이 오를수록 제조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조선해양은 원자재 부담이 커지자 2분기에만 8960억원을 충당금으로 설정했다. 향후 철강사들로부터 후판을 납품받기 위해 관련비용을 회계에 선반영 했던 것이다. 원자재 압박이 여전하지만 이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현대중공업은 흥행에 성공하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이달 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현대중공업 공모주 청약에는 56조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몰렸다. 일반투자자들에 배정된 물량인 460만8003주를 모집하는데 18억6853만8420주의 청약이 접수됐다. 통합 청약경쟁률은 405.5대 1에 달했다. 이번 청약은 올해 상상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80조9017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198억원), 카카오게임즈(58조5542억원) 등에 이은 6위 규모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았던 이유는 업황 회복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적 발주량은 3239만CGT(표준화물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했다. 지난주 기준 신조선가지수는 147.6을 나타내 올해에만 2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신조선가지수가 100포인트보다 높으면 선가가 올랐다는 의미로 국내 조선사들이 싹쓸이하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선 가격은 2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신규수주 호조와 후판 등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해 신조선가 역시 상승세가 지속됐다”며 “상반기 신규수주 호조로 주요 조선사들이 2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게 됨에 따라 대형선 건조슬롯이 부족해지면서 조선사들의 협상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증가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올해 말 신조선가 지수는 150~155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 친환경기업으로 ‘도약’=세계 각국은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잇따른 친환경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제해사기구(IMO)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모든 선박에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를 확대 도입하기로 했다. 조선사들은 IMO 규제에 따라 선종 구분 없이 2023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30%로 감축해야 하며 2050년에는 70%까지 줄여야 한다. EEDI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선박은 속도를 줄이거나 연료를 바꿔야 하며 에너지 저감장치까지 달아야 한다.

 

환경규제로 조선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스마트 선박 건조는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LNG선에 강점이 있지만 수소와 암모니아를 활용하는 무탄소 선박과 자율운항시스템 등은 기술개발 초기단계에 그친다. 산업부는 “LNG선 기술 국산화‧고도화를 통한 경쟁국과의 초격차 실현과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선박 핵심기술 개발이 친환경 선박에 대응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중공업도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IPO로 끌어모은 자금을 ▲친환경 선박 및 디지털 선박 기술개발 ▲스마트 조선소 구축 ▲수소 인프라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친환경 선박은 수소 및 암모니아 선박, 전기추진 솔루션, 가스선 화물창 개발 등에 집중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생산에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조선소 구축을 계획한 상태다.

 

 

◆가치 하락하는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의 아픈 손가락?=현대중공업은 전세계 조선업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수주 잔량은 올해 7월 기준, 삼성중공업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측은 이번 상장으로 ‘세계 1위’ 위상을 굳건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위 조선사를 자회사로 둔 한국조선해양의 가치는 추락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가치를 독점하다 시장과 공유하다 보니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16일 종가기준, 11만8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52주 신고가를 세웠던 지난 5월11일(16만500원) 대비 26% 감소한 수치다. 이달 9일에는 6개월 사이 가장 낮은 10만85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 한 달 사이, 외국인들은 125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기관과 연기금 등이 각각 1490억원, 940억원을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일반적으로 모회사는 상장사를 자회사로 두면 ‘더블 카운팅(중복계산)’ 효과가 발생한다. 자회사의 실적이 연결기준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주가가 할인되는 것이다. 100만원이 넘던 LG화학 주가가 70만원 대까지 떨어졌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고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소식이 들여왔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2곳의 자회사를 두고 있어 이번 IPO에 따라 할인율이 더 높아지게 됐다.

 

각 그룹의 지주사인 ㈜한화, ㈜LG, ㈜두산 등의 할인율은 60%대에 달한다. 이는 자회사의 가치를 절반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진다. 한국조선해양이 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주가 하락은 앞으로도 어어질 가능성 높은 보인다. 반면, 반론도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자회사 상장은 부정할 수 없는 약점이지만 회사의 밸류에이션(주식가치감정평가)은 지주사라는 틀에서 접근해도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장사인 현대미포조선이 업종 내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고 향후 상장 예정인 자회사들에게도 동일한 프리미엄이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자회사 상장이 오히려 밸류에이션 매력을 환기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