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10년 넘게 장기불황에 빠졌던 글로벌 조선업에 ‘슈퍼 사이클’이 기대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목표 수주를 초과하는 성과를 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목표 달성에 성금 다가섰다. 조선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강재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원가 부담이 높아진 점은 큰 부담이다. 고정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특히 한국조선해양은 ‘조’ 단위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729/art_16266533248721_3161e7.jpg)
◆목표 초과했는데...한국조선해양, “1조원 적자 발생할 수도”=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누적 발주량은 2452만CGT(표준화물톤수)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대비 182% 증가한 것으로 글로벌 호황기를 나타냈던 2006~2008년 이후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 8배 이상 증가한 1088만CGT를 수주해 글로벌 누계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이에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수주 목표 달성은 사실상 확정지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목표에 70% 이상을 채웠고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5일, 아시아 지역 선사로부터 4571억원에 달하는 LNG(액화천연가스)선 2척을 확보해 당초 목표치를 뛰어넘었다.
늘어난 선박 수주에 조선사들의 올해 실적이 주목되고 있지만 그동안 저가 수주를 이어왔고 수주량도 부족했던 만큼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올해 각각 1590억원, 74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한국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흑자를 전망했다. 하지만 고정비 부담이 높아져 한국조선해양은 2분기부터 1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후판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조선사들의 2분기 실적이 시장예상치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조선해양도 이 여파를 피해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판가격이 유지된다면 충당금은 8000억원까지 증가할 수 있고 2019년과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고려하면 2000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2년치 임단협과 관련된 금액은 이미 선반영 했기 때문에 향후 분기실적에 반영되는 추가 비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값 떨어지질 않네...조선사 ‘한숨’=조선사들은 1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하며 고정비 부담을 호소했다. 이유는 강재(鋼材)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세계 각국이 잇따라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철강 수요가 높아진 영향이 컸다. 여기에 중국의 탄소중립 정책으로 철강 생산량 위축이 우려되면서 가격 강세에 ‘부채질’까지 했다.
철광석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중국 칭다오항에 수입된 철광석 가격은 톤당 221.43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가를 나타냈던 올해 5월12일(237.57달러) 보다 감소한 수치지만 같은 달 28일을 기점으로 상승곡선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서 공개한 철광석 가격도 같은 날 톤당 219.7달러에 달했다. 이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5월14일(226.46달러)에 가장 근접한 상태다.
원재료 부담이 높아지면서 강재 가격도 크게 올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국내 열연 유통가는 톤당 13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초 대비 51%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열연은 철강산업의 기초 소재 역할을 하며 자동차의 휠과 철구조물, 강관용 등으로 사용된다. 이밖에 철근은 105만원,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은 130만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각각 42%, 71% 증가했다. 선박 제조원가의 15~20%를 차지하는 후판은 올해 5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어섰고 현재까지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후판 [사진=현대제철]](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729/art_16266533257027_0d0cc1.jpg)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자 전방산업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철강업계가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장기불황에 빠져있는 조선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의 기저 효과로 발주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수주량이 대폭 늘어 쾌재를 불렀지만 손익은커녕 영업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조선사와 철강사는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후판가격 협상에 나선다. 아직 하반기 납품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양측의 입장은 팽팽한 상황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조선사들에 후판 공급가를 톤당 115만원으로 제시했다. 상반기에 비해 40만원 가량 높은 것이다. 반면, 헤비테일(Heavy Tail : 선수금은 낮고 인도 대금이 높은 계약)로 수주 계약이 이뤄져 조선사는 수익성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가격 강세 언제까지 이어질까=철광석 가격은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 발레(Vale)가 댐 붕괴 사고 이후 생산량을 끌어올리기로 결정하면서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되지만 후판 가격은 당분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재료 값이 높아지더라도 전방산업의 수요가 없으면 철강업계 입장에선 원가 반영이 어렵지만 선박 발주는 지속적인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클락슨은 글로벌 선박 신조 발주는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해 2023~2031년까지 연평균 발주량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1만5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매년 250~300척 발주를 예상하며 전년보다 2~3배 증가할 것으로 판단했고 국내 조선사들이 싹쓸이 하고 있는 LNG선은 연간 60척 이상의 발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강재 공급량도 위축될 것으로 보여 조선업계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중국의 조강(쇳물) 생산량은 지난해 10억6480만톤으로 2위인 인도에 비해 10배 이상 높았다. 그런데 최근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철강산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고로(용광로)를 통해 생산되는 철강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고로는 석탄 가운데 하나인 유연탄을 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 1톤의 철강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0.75의 석탄이 필요하다. 석탄이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만큼 중국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화’하기 위해 최근 자국의 최대 철강 생산 지역인 당산시와 허베이성 한단시에 생산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중국 내 탄소배출량의 15%는 철강 산업에서 배출돼 시장을 직접 통제하려 했던 것이다.
생산량을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글로벌 공급 위축이 우려됐다. 이에 철강재 가격을 부채질했지만 WSA는 1분기 중국의 조강 생산량이 지난해 1분기 보다 오히려 15.6% 늘어난 2억7100톤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예상과 달리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점진적인 하락이 전망되고 있다. 정혜정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2025년까지 철강생산설비 축소가 이뤄질 것”이라며 “중국의 철강 순수출량은 지난해 4800만톤에서 연평균 34.4% 감소해 2023년에는 1400톤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