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철강 산업이 역대급 호황을 이어가는 가운데 동국제강 주가가 뒷걸음질 치고 있어 주목된다.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높은 실적이 기대되지만 시장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는 주가가 급등했던 만큼 조정이 이뤄졌고 중국발(發) 리스크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반기는 주력제품인 철근 수요가 이어지고 그동안 악재가 발생했던 브라질 일관제철소(CSP)의 성장이 예상돼 올해 동사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게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728/art_16260501356626_9ce54f.jpg)
◆강재값 인상되자...동국제강, 2분기도 ‘청신호’=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9일 중국 칭다오항에 수입된 철광석 가격은 톤당 214.77달러(약 24만5900원)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에 달했던 5월12일(톤당 237.57달러) 보다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초와 비교하면 30% 가량 증가했고 지난해 대비 102% 오른 수치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서 공개한 철광석 가격도 이달 9일, 톤당 219.88달러를 나타내 지난해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원가부담이 확대되지만 강재 가격이 인상되고 있어 제조업체의 고민을 덜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국내 열연 유통가는 톤당 130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94% 증가했다. 또 철근은 108만원, 후판은 130만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각각 64%, 97% 상승했다. 이밖에 30만원대 초중반에 머물렀던 철스크랩(고철) 가격도 현재 60만원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철강사들은 철스크랩을 통해 철근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동국제강 입장에서 고무적인 부문은 주력제품인 철근가격 상승이다. 동국제강은 현대제철에 이어 국내 철근 생산 2위 기업으로 생산 캐파(CAPA : 생산능력)는 275만톤에 달한다. 건설경기가 활성화되면서 가동률도 급증했다. 1분기 기준, 형강과 철근이 포함된 봉형강류의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8.5% 증가한 89.1%에 달했다. 생산량도 10.5% 늘어난 85만7138톤을 기록했다.
냉연부문의 수익성 개선으로 1분기 실적이 크게 오른 동국제강은 2분기는 철근 특수를 예고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앞서 동사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39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5% 오른 1094억원을 기록해 19개 분기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분기는 봉형강 등 철근이 실적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주가는 역주행, 조정기간·중국영향 반영된 듯=실적 전망과는 다르게 동국제강 주가는 최근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 9일 종가기준, 2만1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보다 650원 하락한 것으로 2만원 대가 붕괴되기 일보직전이다. 동국제강 주가가 1만원대를 기록한다면 지난 4월20일 이후 처음 벌어지게 된다. 최근 주가는 이달에만 5거래일 동안 하향세가 나타나 철강업 호황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최근의 약세는 지금까지 이어졌던 오름폭과 비교하면 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동국제강은 올해 첫 거래일 당시 8680원으로 시작했다. 이후 3월12일부터 본격적으로 1만원대 벽을 허물었고 지난 5월11일에는 2만695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세웠다. 두 달 만에 210% 이상 증가했던 것이다. 동국제강은 올해 상반기, HMM과 카카오, 대한전선 등과 함께 주가 상승률 선두권에 위치한 기업으로 분류된다.
중국발(發) 철광석 가격이 하락했다는 소식도 주가 추이에 영향을 줬던 것으로 풀이된다. 고로(용광로) 생산 비중이 높은 중국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생산량을 일시적으로 줄였다. 고로는 유연탄을 이용하기 때문에 철강재가 생산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국의 철강산업은 자국의 탄소배출에 약 15%를 차지한다. 당국의 생산제한 조치로 중국 내 최대 철강 생산 지역인 당산시와 허베이성 한단시가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중국에서 생산량을 줄이기로 결정하자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은 글로벌 철광석 수입 1위 국가이자 철강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공급량 위축이 우려됐던 것이다. 이에 중국이 매점매석 등 가격 조작 행위에 대한 엄중처벌을 경고하자 중국의 원자재 선물시장 가격이 하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5월14일, 중국 다롄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인도분 철광석 선물 가격은 톤당 187.10달러로 전날 대비 20% 가까이 급락했다. 실제 당시 KRX철강 지수는 전 업종 중 하락률 1위를 나타냈다.

◆13년 만에 최대 실적 노린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올해 연결기준, 6조2122억원의 매출과 5385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매출은 4년 만에 6조원을 넘어서고 영업이익은 2008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는 하반기에도 철근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보이고 그동안 골칫거리로 여겨졌던 브라질 일관제철소(CSP)의 약진도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철근 유통가는 100만원을 상회하며 고점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달에 비해 약 30만원 하락했다. 현대제철이 철근 생산을 재개해 공급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현대제철 열연공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당진제철소 철근공장이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여기에 철근 가격이 급등했던 만큼 하반기에도 하락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기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아파트 분양물량은 전년보다 10만 세대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생산된 철근이 해외로 수출되는 경우는 1% 미만에 불과해 공급물량이 모두 국내에서 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이 국내에서 올리는 매출은 전체 90%에 육박한다. 또 저가공세를 이어왔던 중국이 철근 생산량을 줄이면서 자국의 수급불균형이 커지자 수출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국내 철근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해질 수 있는 것이다.
김현욱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철근의 국내 수요는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거와 달리 해외 수입이 제한적인 상황이고 철근에 쓰이는 스크랩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철근의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을 비롯해 포스코와 세계 최대 철광석 회사인 브라질 발레(Vale)가 합작해 설립한 CSP는 오랜 부진을 벗어나 올해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동국제강이 보유한 CSP 지분은 30%로 CSP 실적이 동국제강의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54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CSP는 브라질 화폐인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 4년 동안 동사에 반영된 손실액이 49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효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슬래브 수출 단가 상승세가 지속돼 CSP 영업이익은 흑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최근 달러 약세 및 철광석 강세, 브라질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헤알화는 강세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CSP는 고로의 쇳물을 통해 만든 반제품 철강인 슬래브를 생산하는 곳으로 수출가격이 증가하자 올해 1분기 1541억원의 흑자를 냈다. 이는 전분기보다 8배 가량 증가한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