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선박 발주가 올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 수주 물량만 전년대비 190% 이상 상승한 것이다. 조선업계의 수주는 글로벌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선박을 집중적으로 확보하며 하반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저가 수주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선가가 급등하면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상황이다.
올해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수주 목표 달성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부 조선사들은 올해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철광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원자재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하반기 발주 물량은 비싼 가격에 건조되는 LNG선이 대기하고 있어 조선3사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727/art_16256166118008_fcdd62.jpg)
◆수주 목표 90%까지...고부가 선박 싹쓸이=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전체 수주량(2402만CGT) 가운데 44%에 달하는 1047만CGT를 수주했다. 이는 중국에 이어 글로벌 2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년 동기대비 7배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발주 물량은 192% 증가,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특히 한국 조선업에 고무적인 부문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쓸어 담았다는 점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상반기 발주된 선박 가운데 가격이 가장 높은 17만4000㎥급 LNG선 16척을 수주해 모든 물량을 싹쓸이했다. 지난달 LNG선 가격은 1억9000만 달러를 나타내 전월대비 100만 달러 증가했다. 또 550만 달러가 증가해 1억2800만 달러를 기록한 컨테이너선(1만3000~1만4000TEU급)은 전체 발주 물량 가운데 55%를 수주했고 유조선과 LPG운반선은 각각 82%, 72%를 확보했다.
선박가격이 오름세를 나타낸 이유는 신조선가지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지수는 138.5포인트로 25주 연속 상승세를 유지해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신조선가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선가가 올랐다는 의미를 뜻한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조선가지수는 유가 급락 직전이었던 2014년 10월 수준을 회복했다”며 “물동량 회복 속도도 빠르고 발주 되지 않은 선박들도 많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 빅3는 올해 수주 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만 한국조선해양은 연간 목표(149억 달러)에 92%에 달하는 138억 달러를 확보했고 대우조선해양도 39척을 확보해 목표 대비 71.4%를 달성했다. 지난해 수주 1위를 기록했던 삼성중공업은 컨테이너선을 앞세워 총 65억 달러를 수주해 총 71%를 채웠다.
◆주가는 올랐지만...상반기 실적은 떨어져=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6일, 13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52주 신고가를 세웠던 지난 5월11일(16만500원)보다 하락한 상태지만 8~9만원대를 나타냈던 지난해 7월보다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대우조선해양도 3만5700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45% 올랐고 삼성중공업도 1000원 오른 6900원을 나타냈다.
주가의 오름폭은 수주량 확대에 따른 결과로 풀이되지만 조선3사의 상반기 실적은 기대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1분기 연결기준, 한국조선해양 영업이익은 67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44% 이상 감소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2128억원, -5067억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이들 기업의 실적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고정비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철광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선박 제조시 필요한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 유통가는 이번주 톤당 13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1분기 적자를 밝히면서 “강재가 인상에 따른 원자재 가격이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조선업은 산업 특성상 철강사들과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후판가격을 협상하는데 하반기 원가가격은 이르면 2분기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원가부담이 높아진 만큼 2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는 공사손실충당금 등 원재료비 상승 관련 대규모 일회성비용의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조선3사의 후판가격이 톤당 100만원 정도만 되더라도 이들 기업은 1조원 이상의 관련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대우·삼성은 올해 적자 예고...발주량 확대는 이어진다=선박은 수주 이후 건조까지 대략 2년의 시간이 필요해 수주량이 높아도 조선 3사의 올해 실적은 크게 확대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5조2042억원의 매출과 2858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며 전년대비 각각 2.0%, 284% 증가한다고 판단했지만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적자로 내다봤다.
하지만 발주물량 확대는 조선업계의 기회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 3사의 상반기 전체 수주 물량은 총 258억 달러로 지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인데 하반기에는 대규모 LNG선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과의 수주 경쟁도 선가를 끌어올려 저가 수주에 대한 부담도 덜한 상황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적정수준 이상의 일감을 확보해 조선사들의 협상력이 개선됐다”며 “시장 지배력이 빠르게 강화돼 선가에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는 하반기에 대규모 발주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QP는 지난해 6월, 국내 조선 3사와 100척 이상의 LNG선 슬롯(선박을 만드는 공간) 예약 계약을 맺었고 올해에는 ‘노스필드 가스전’ 프로젝트에 참여할 선사를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 LNG 생산국으로 LNG 생산능력을 2027년까지 1억2600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워 LNG선 발주가 필수적이다.
‘카타르 프로젝트’가 시작된다면 조선 3사는 향후 7~8년간 매년 2~30척 가량의 LNG선을 나눠 갖을 예정이다. 앞서 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카타르에서 최대 10척 정도의 수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타르 LNG선 및 컨테이너선 발주가 여전할 것”이라며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3사 중 우위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