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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걸린 4대 금융지주 첫 '중간배당'

 

[FETV=권지현 기자] "KB금융의 정관에는 이미 중간배당이 허용돼 있다. 최근 금융주는 배당주로서 큰 기대를 받는 만큼 분기 또는 반기별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주주들에게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오는 8월 중순 올해 2분기(4~6월) 실적 발표를 마치고 중간배당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간배당을 시사하는 지주회장의 언급과 정관 개정, 실탄 확보 등의 움직임이 올 1분기 역대급 실적과 맞물리면서다. 중간배당 성향은 10%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배당제한 종료 시점이 아직 남았고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4대 금융은 '신중' 모드다. 이들이 하반기 중간배당에 나설 경우 대형 지주 모두가 배당을 한 첫해가 된다. 

 

● 매년 배당한 하나금융, 30일 기준으로 권리주주 확정

 

하나금융은 최근 중간배당을 받을 권리주주를 확정할 목적으로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을 이달 30일로 결정, 중간배당 실시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하나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2006년 이후 매년 중간배당을 실시해 왔다는 점에서 올해도 예외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액 역시 최고 수준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13~2015년 주당 150원이던 중간배당은 2016년 250원, 2017년 300원, 2018년 400원, 2019~2020년 500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KB·신한·우리금융에도 중간배당에 대한 기대가 실리고 있다. 먼저 KB금융은 지난 3월 윤종규 회장이 주총을 통해 직접 '분기·반기별로 안정적인 현금흐름 공급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며 중간배당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3개월 뒤인 지난 10일에는 JP모건이 주관한 해외투자자 대상 온라인 기업설명회(IR)에서 "시장 친화적인 주주정책을 펼쳐나가겠다"며 중간배당 등을 통한 적극적인 주주환원 의지를 또 한 번 드러냈다.

 

신한금융은 중간배당 실시를 확정하고 현재 주당 배당 금액과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던 3곳의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정관도 바꿨다. 지난 3월 신한금융은 정기 주총을 통해 최대 연 4회까지 분기 배당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변경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주총에서 "안정적인 경영 성과로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실행해 주주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중간배당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은 분명하다"며 "현재 중간배당 금액과 시기를 두고 내부적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배당 관련 재원 확보에 나서며 중간배당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우리금융은 최근 자본잉여금에 있는 14조7640억원 가운데 4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유입, 이익잉여금을 총 4조6647억원으로 늘렸다. 우리금융이 이익잉여금을 늘린 것은 주주 친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3월 주총에서 "올해는 실적 개선과 더불어 다양하고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통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 등도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이지만 다른 금융지주들이 중간배당 가능성을 보인 만큼 우리금융 역시 중간배당으로 기울 것이란 전망이다.

 

● 중간배당,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

 

4대 금융지주가 이처럼 올해 적극적인 중간배당 관련 움직임에 나선 것은 '주주 달래기'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4대 금융은 지난 1월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배당제한으로 인해 예년보다 낮은 20%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발표했다. 이에 배당제한이 이달 말 종료되는 만큼 '슬슬' 중간배당 가능성을 열어둬 성난 주주들의 마음을 달랜다는 전략이다.

 

실제 금융지주 회장들은 최근 "중장기적으로 30% 정도의 배당 계획을 갖고 있다"(윤종규 KB금융 회장), "배당 성향을 2023년까지 30% 수준으로 상향할 계획이다"(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라며 20%를 훌쩍 뛰어넘는 배당성향을 언급, 주주 이탈을 막고자 했다. 금융권은 금융지주들이 30%의 배당성향을 염두에 둔 만큼 올 하반기 중간배당 성향은 10~15%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4대 금융이 올 1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해 주주들의 배당 기대감이 한껏 고조된 점도 금융지주들이 중간배당을 적극 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4대 금융은 1년 전보다 평균 39.6% 증가한 분기 순익을 거뒀다.

 

A금융지주 관계자는 "매년 중간배당을 실행한 하나금융의 경우 올 1분기 신한금융보다 적은 순익을 냈지만 주가는 더 높다"면서 "중간배당이 주주 이탈을 막고 충성 주주 확보에 효과가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금융지주들이 1분기 호실적을 거둬 충분히 여력이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 금융당국 배당제한 연장 여부가 변수 

 

회장들까지 직접 나서 중간배당을 시사했지만 금융지주들은 중간배당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배당제한 조치 연장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조치의 효력은 오는 30일에 만료된다.

 

KB금융 관계자는 "주주친화 정책으로 중간배당 외 자사주 소각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면서 "현재까지 배당제한이 진행 중이고 2분기 실적도 지켜봐야 해서 중간배당 관련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도 "중간배당의 경우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없지만 정관에 이미 중간배당이 가능하다고 명시된 만큼 관련 사안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직 스트레스 테스트가 끝나지 않은 점도 금융지주들이 당국의 '눈치'를 보게 한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환율·금리 변동, 경기 침체 등의 위기가 금융사의 자산, 대손충당금, 당기순이익 등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금융사들이 얼마나 외부 위기에 잘 대처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4대 금융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오는 8월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B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 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끝나지 않아 중간배당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지난 1월 유일하게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한 신한금융만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성향(22.7%)을 결정한 것을 보면 금융지주들은 각자 당국의 건전성 테스트를 통과해 높은 배당성향을 확보, '적극적인 주주친화 기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