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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한다더니...되레 늘어난 은행 판관비

4대 은행, 1분기 전년보다 1637억 더 써...국민>하나>신한>우리 순
인건비 증가 등의 영향..."디지털 전환 효과 높여야"

 

[FETV=권지현 기자] "지금 당장 서둘러야 하는 것은 '디지털 전환'입니다. 디지털 전환 성공 여부에 조직의 명운이 달려있습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올 1월 신년사 중에서)

 

시중은행이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을 선언한지 1년이 지났지만 이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인건비와 성과급이 크게 늘면서 판관비가 증가했다. 은행들이 비용 절감 및 효율성, 소비자 편의 등을 이유로 앞다퉈 '디지털화'를 외쳐 온 만큼 이제는 수치로 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판관비는 3조326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3조1627억원)보다 1637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판관비'는 기업의 판매와 관리, 유지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통틀어 칭하는 용어로 급여와 복리후생비, 접대비 등도 포함한다.

 

가장 큰 폭으로 판관비가 늘어난 곳은 국민은행이다. 올 1분기 국민은행이 판관비는 1조24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기간(8872억원)보다 1300억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국민은행의 1분기 판관비가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은행의 판관비가 큰 폭으로 늘어난 데는 인수합병(M&A)에 따른 비용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4월 캄보디아 프라삭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인수한데 이어 8월에는 인도네시아 중형은행인 부코핀은행의 경영권을 취득했다. 판관비의 약 70% 정도가 인건비인 만큼 국민은행은 올 1분기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비용 절감보다 인수합병으로 인한 인건비 확대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국민은행은 영업이익 대비 판관비 정도를 나타내는 영업이익경비율(CIR)이 1분기 50.4%를 기록해 전년 동기(49.4%)보다 1%포인트(p) 악화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프라삭, 부코핀은행 인수 등 각종 인수합병에 따라 각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급여, 감가상각비, 물건비, 기타 비용 등이 발생해 올 1분기 판관비가 증가했다"면서 "디지털 관련 비용 절감의 경우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비용 감축의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신한은행의 판관비는 7371억원으로 1년 전(7436억원)보다 65억원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한은행이 행장 차원에서 지난해 비대면·디지털 강화에 대폭 힘을 들인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감소세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최근 5년간의 판관비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한은행은 2017년 이후 5년 동안 판관비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7년 1분기 6717억원이던 판관비는 1년 뒤 6758억원으로 증가하더니 2019년에는 7049억원을 기록해 7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와 올해는 7400억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4년 만에 판매비와 관리비만 654억원 증가한 셈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직 디지털화에 따른 비용 절감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고 보기에는 부족하지만 꾸준히 디지털화에 힘쓴 결과 고정비가 줄어들어 판관비가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비용 절감에 아쉬움을 남겼다. 하나은행의 1분기 판관비는 7697억원으로 1년 전(7269억원)보다 428억원 증가했다. 이는 특히 하나은행이 작년 판관비를 줄여 비용 효율을 높인 후 나온 결과라 더욱 눈에 띈다. 하나은행은 작년 1분기 전년(8501억원)보다 1200억원 이상 판관비를 줄였으나 올해 400억원 이상 다시 늘며 감소세를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그사이 디지털화에 힘썼으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데는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 1분기 성과급 지급을 위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해 판관비가 늘었다"면서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인 일반관리비는 연간 경영계획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판관비가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됐다. 1분기 우리은행의 판관비는 7950억원으로 전년 동기(8050억원)보다 100억원 줄어들었다. 그러나 자산규모를 감안하면 여전히 판관비가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보다 자산이 120조원 이상 적지만 판관비는 579억원 많으며, 하나은행과는 100조원 가량 자산 차이가 나지만 판관비는 253억원 많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판매관리비용률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적극적인 판관비 절감정책을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