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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 '빅3', 보험설계사 영입 '부익부 빈익빈'

한화, 작년 삼성 3배 이상 증가...교보, '나홀로' 정체
제판분리·상품경쟁력 등 내외부 요인 복합적으로 작용

 

[FETV=권지현 기자]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 간 보험설계사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한화생명의 설계사 수가 2018년 수준을 넘어서며 늘어난 반면 교보생명은 회복하지 못했다. 특히 한화생명은 2년 연속 큰 폭으로 설계사 수가 늘어났다. 설계사는 대리점과 함께 보험사의 중요한 대면영업 채널이다. 보험 상품 개발과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분리' 등 시장 환경 변화와 상품 경쟁력과 같은 내부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빅3 생명보험사 가운데 전속설계사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한화생명이다. 작년 12월 말 기준 한화생명의 설계사는 2만263명으로 1년 전(1만7808명)보다 2455명 늘어났다. 한화생명은 2019년에도 전년(1만7676명)보다 132명 증가했다. 대형 생보사 가운데 2년 연속 설계사 수가 꾸준히 늘어난 보험사는 한화생명이 유일하다.

 

한화생명의 대규모 설계사 유입은 지난해 생명보험업계 전체 증가분을 고려하면 더욱 눈에 띈다. 작년 전체 24개 생보사들의 전속설계사 수는 9만4620명으로 전년(9만1927명)보다 2693명 늘었다. 신입 설계사 10명 중 9명이 한화생명을 선택한 셈이다.

 

반면 교보생명은 설계사 정체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교보생명의 전속설계사 수는 1만4338명으로 1년 전(1만4249명)보다 89명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은 물론 생보업계 1위 삼성생명이 673명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교보생명은 2019년에는 빅3 가운데 처음으로 1100명 이상의 설계사들이 이탈했다. 이에 2018년 1만5425명이던 설계사는 1만4249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해 교보생명의 설계사가 1만4400명을 밑도는 점을 감안하면 2년째 1만5000명대로 다시 진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계사 조직은 보험사의 '경쟁력'을 의미한다. 실제 지난해 처음으로 설계사가 2만명을 돌파한 한화생명은 순익이 71.6% 늘었으나 설계사 증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보생명은 29.9% 감소했다.

 

이에 한화생명으로 설계사들이 몰리는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한화생명이 적극적인 설계사 확대 정책을 편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본업 경쟁력을 높이고자 '리크루팅 넘버원' 전략을 추진했다. 본업 경쟁력 강화는 여승주 사장이 직접 꼽은 핵심과제인 만큼 한화생명은 설계사 확충에 심혈을 기울였다.

 

한화생명이 본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설계사 충원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급감한 순익'이 있다. 한화생명은 2018년 35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나 1년 만에 순익이 68%(2446억원) 급감하며 114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822억원 가량 더 거두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2000억원을 밑돌고 있다. 이에 원수보험료와 영업이익을 높이고자 설계사 확대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지속적으로 리크루팅을 실시한 결과 설계사 수가 많이 늘었다"면서 "코로나19 여파로 실직을 겪은 분들이 설계사로 전향하면서 그 수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제판분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에서 보험판매조직이 분리돼 설립된 국내 최대 규모 법인보험대리점(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지난 1일 출범했다. 빅3 생보사 중 첫 번째 제판분리 사례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설계사는 1만9000명으로 한화생명 설계사 2만263명(작년 12월 기준)중 93.8%가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이동한 셈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출범을 공식화한 것은 올 초이지만 업계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제판분리에 대한 검토는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을 것"이라며 "지난해 눈에 띄는 설계사 확충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 전 그 몸집을 키우기 위한 행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지속적인 채용 활동에도 불구하고 자연감소가 커 설계사들이 좀처럼 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에 비해 떨어지는 '상품경쟁력'이 설계사 이탈의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교보생명은 생보 빅3 중에서도 상품 개발·판매에 소극적이다. 이는 신상품 수에서도 드러난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내놓은 신상품은 종신보험 2종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반면 삼성생명은 작년 5인 미만 단체보험·간편보장보험·달러종신보험·인공지능(AI)펀드추천 서비스 등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활발하게 선보였다. 한화생명은 ‘보험상품’을 영업 경쟁력의 근간으로 여기고 GI(일반적 질병)보험, 암보험 등의 상품판매 비중을 확대했다. 여 사장은 지난해 직접 나서 임직원들에게 상품과 연계된 고객 서비스의 차별화를 통해 상품경쟁력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소송도 교보생명의 설계사 감소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소송 결과에 따라 교보생명의 지배구조가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기존 설계사뿐만 아니라 설계사 지원자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최근 신 회장의 소송과 줄어든 순익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설계사들로 하여금 당연히 '이왕 설계사를 할 거면 다른 곳을 우선적으로 고려해보자'라는 마음을 불러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