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유통


[클로즈업]롯데 신동빈, 수익성 개선 위해 구조조정 칼뽑아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 이어 인적구조조정 카드 꺼내
롯데마트 창사 첫 명예퇴직...조영제 이커머스 사업부장 사임
정기인사 서 젊은피 대거 영입...보수적 조직문화 바꾼다

 

[FETV=김윤섭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실적 개선을 위해 과감한 조치를 단행하며 승부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오프라인 구조조정에 이어 그룹의 2인자로 불렸던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더니 올해는 그룹의 이커머스 사업을 이끌어온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이 ‘롯데온’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업계에서는 지난 사장단 회의에서 강하게 혁신과 변화를 요구한 신동빈 회장이 본격적인 쇄신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월에 진행한 사장단 회의에서 “롯데 변화의 선두에 서겠다”면서 사업 혁신을 과감히 추진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특히 올해 신세계가 야구판에 뛰어드는 등 두 유통라이벌간 경쟁이 더욱 화두로 떠오른 만큼 신동빈 회장의 과감한 쇄신 전략이 롯데그룹의 실적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 이어 인적구조조정 카드 꺼내=신동빈 회장의 구조조정 전략은 롯데쇼핑 강희태 부회장이 앞장서서 실행하고 있다.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재신임하면서 올해 체질개선과 롯데온 반등을 이끌 인물로 다시 낙점했다. 강희태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을 통해 롯데쇼핑 채질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수익성 개선에 나서기 위한 조치이자 강 대표의 위기감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은 현재까지 116개의 오프라인 점포를 폐점했다. 작년 2월 오프라인 점포 700개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 200개를 닫는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지 1년도 안 돼 목표의 절반을 달성한 셈이다.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점포 정리가 이뤄질 전망으로 당초 3~5년으로 예상한 구조조정 기한도 2년 안에 마무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작년 가장 많이 폐점한 사업 부문은 롯데슈퍼(74곳)다. 이후 수익성이 79% 좋아졌다. 헬스·뷰티스토어(H&B) 롭스도 27곳 문을 닫았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롭스를 롯데마트에 편입하면서 4개 사업 부문으로 조직을 슬림화했다. 지난 2013년 롯데슈퍼의 TFT로 출발한 롭스는 H&B 시장 성장에 따라 덩치를 키워왔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CJ올리브영에 밀리면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실제 롭스가 포함된 롯데쇼핑의 기타 사업부문은 올해 3분기까지 총 217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1924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계속됐다. 매장 수도 지속해서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 129개였던 점포는 올 3분기 기준 108개로 21개나 문을 닫았다.

 

강성현 롯데마트 신임 대표가 앞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롭스 대표를 맡았던 것도 통합을 압당긴 요인으로 풀이된다. 강 대표는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롭스 대표를 역임하면서 당시 매장을 단기간에 100개 가량으로 늘리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간 주요 인사에서 정통 롯데맨을 중요시했던 롯데그룹이 외부 출신인 강대표를 롯데마트 대표에 맡길만큼 강 대표에 대한 신뢰는 매우 두텁다는 평가다.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과 함께 명예퇴직 등 인적 구조조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지난해 8월 깜짝 인사를 통해 그룹의 2인자였던 황각규 부회장이 물러나고 지주 경영혁신실 임원을 전원 교체했고 연말 정기 인사에서도 승진과 신임 임원 수를 지난해 대비 80% 수준으로 대폭 줄이면서 체질 개선에 나섰다.

 

또 50대 초반의 젊은 임원들을 대거 등용하면서 그간 그룹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과감함과 혁신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지난 2019년 연말 약 180여명의 임원을 교체한데 이어 2년 연속 대규모의 인사를 이어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한 인사로 승진과 신임 임원 수를 지난해 대비 80% 수준으로 대폭 줄여 체질 개선에 나섰다”며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 롯데마트 창사 첫 희망퇴직 진행...수익성 개선 총력전=롯데마트는 1998년 창사 이래 최초의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지난달 24일 롯데마트는 이날 오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사원부터 부장까지 전 직급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전직원 4300여명 중 동일직급별 10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롯데마트는 온라인 쇼핑으로의 급격한 트렌드 변화에 최근 3년간 누적 영업적자가 660억원에 이르는 등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비효율 점포 구조조정에 따라 12개 점포를 폐점하고 7~12월에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외환 위기(IMF) 당시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지만 유통 트렌드 변화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롯데푸드, 롯데아사히주류, 롯데하이마트, 롯데GRS, 롯데호텔, 롯데시네마, 롯데자산개발 등도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거나 마무리 했다. 대부분 유통 계열사들이다. 롯데호텔은 16년만에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만 58세 이상(1961년~1963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창사 20년만에 직원 8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롯데푸드는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롯데리아 등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롯데GRS도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중이다. 일본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5월에 희망퇴직을 실시한 뒤 2차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9개월 만에 두 번의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것이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직원과 개별 협의 과정에서 무급휴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해 강제성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도 지난해 8월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을 진행중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영악화가 더욱 극심해지면서 추가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 조영제, 이커머스 사업부장 '롯데온' 부진에 사임=롯데의 칼바람은 그룹의 야심작인 롯데온도 피할 수 없었다. 이커머스 사업을 총괄해온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 사업부진에 책임지고 사임한 것이다. 롯데 측은 "조 전무는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 등의 사업을 이끌어왔으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으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ON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최근 조 전무가 건강이 악화되는 등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회사에 밝힌 바 있다"며 "롯데는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롯데ON을 정상화 궤도로 올릴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곧 영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롯데온은 지난해 4월 롯데의 백화점과 마트, 슈퍼, 닷컴, 롭스, 홈쇼핑, 하이마트 등 7개사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합해 출범했다.

 

신세계그룹이 2019년 이마트와 신세계의 온라인 법인을 통합시킨 뒤 SSG닷컴을 출범시키며 이커머스 사업을 빠르게 확대한 것에 비해 출발부터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롯데그룹이 지닌 오프라인 인프라가 막강한 만큼 시너지 효과가 잘 발휘된다면 이커머스 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롯데쇼핑은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롯데온의 지난해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쿠팡의 결제액이 전년 대비 40% 성장한 20조원, SSG닷컴이 37% 늘어난 4조원에 이른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장률이다.

 

신동빈 회장도 롯데온을 염두해 둔 것 같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열린 올해 첫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롯데온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롯데는 1996년 국내 최초로 온라인 쇼핑몰 ‘롯데닷컴’을 선보인 바 있다.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의 감사도 이뤄졌다.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은 지난해 말부터 약 3개월간 롯데이커머스에 대한 감사를 벌이며 롯데온 출범 과정과 실적 등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롯데이커머스는 2018년 롯데쇼핑이 롯데닷컴을 흡수되며 신설된 조직으로 지주의 감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에서는 계열사들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받는 정기 감사로 컨설팅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질책성 감사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 호텔롯데 상장도 무소식...지난해 매출, 영업적자 동반 감소=롯데그룹과 신동빈 회장이 여러 전략을 통해 위기 탈출을 위한 총력전에 나선 가운데 수년간 미뤄지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 연기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동빈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마지막퍼즐‘로 꼽힌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에서 지주사를 제외하고는 계열사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다. 그룹 주력 계열사의 지분도 상당하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9월 30일 기준 롯데지주㈜ 11.04%, 롯데물산㈜ 32.83%, 롯데캐피탈㈜ 32.59%, 롯데지알에스㈜ 18.77%, 롯데쇼핑㈜ 8.86%, 롯데칠성음료㈜ 5.83%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일본 주주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일본의 ㈜롯데홀딩스가 호텔롯데 19.07%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L 투자회사'로 이름지어진 다수의 일본 계열 회사들이 총 99.28%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그룹이 일본 회사라는 비난을 받아온 이유기도 하다. 이에 롯데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일본 지분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수년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고 사드 사태가 이어지면서 호텔롯데 상장은 계속 미뤄졌다. 2018년 신동빈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고 2019년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업계에서는 2020년을 호텔롯데의 상장 적기로 봤으나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면서 또 한번 상장이 미뤄지게 됐다.

 

올해도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상장 작업이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호텔롯데의 지난 3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4623억원에 달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상장 작업에서는 치명적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영업현금창출력이 크게 약화된 가운데,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으로 인해 기업공개(IPO)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되며 높은 재무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일단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9월 롯데호텔 시애틀을 오픈했고 향후 5년간 현재 2배 규모까지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롯데호텔 '시그니엘 부산' 오픈 행사에 직접 참석하면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코로나19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을 위한 기업가치 끌어올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