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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현대차 정의선, 애플과의 짝짓기 망설이는 진짜 이유는?

정해진 건 없다고 하지만... 애플과 협력 소식 나오는 현대자동차그룹
애플이 기아에 4조원 투자한다는 소식에 이어 협상 마무리 소식 까지
현대차, 위탁생산 ‘롤모델’ TSMC 될까…“막다른 골목 갈수도 있어”
폭스콘 아이폰 생산하고 있지만 주가는 ‘곤두박질’, 마진율은 1%
스마트폰과 다른 모빌리티…“애플, 모빌리티 시장 진출하기 어렵다”

[FETV=김현호 기자] "전기자동차 '애플카' 나오는거야 마는거야?"

현대자동차그룹과 애플이 애플카 생산을 위해 손을 잡는다는 소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세계 1위 기업인 애플과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소식에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주가가 꿈틀대며 시장의 기대감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자동차 생산기업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나온 반응으로 풀이된다.

 

 

◆정해진 건 없다고 하지만... “현대·애플, 손 잡는다”=미국 경제뉴스 전문방송 CNBC는 3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과 애플이 ‘애플카’로 불리는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한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애플이 기아에 4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는 소식에 이어 이틀 연속 ‘희망찬가’가 울렸던 것이다.

 

애플과의 협력 소식은 현대차그룹의 주가를 연이어 요동치게 만들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달 8일 “현대차가 애플과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위한 협상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지자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4만원 오른 24만6000원에 마감됐다. 장중에는 28만9000원까지 오르면서 시가총액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애플의 직접적인 투자소식이 들리자 기아의 주가는 장중 10만원을 돌파하며 52주 신고가도 갈아치웠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생산이 많아져 규모의 경제를 강화할 수 있고 위탁 생산의 저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걱정... ‘TSMC'냐 ’폭스콘‘이냐=자동차 제조 시장 규모는 10조 달러(약 1경1137조원)로 평가된다. 스마트폰의 연간 시장 규모가 5000억 달러(약 557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애플은 자율주행차 구동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상당한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 7~800만대의 생산규모를 자랑하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애플과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카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하고 생산은 기아의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이뤄진다. 시스템반도체가 위탁생산 공장에서 만들어 지듯이 현대차가 애플카를 위탁생산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수익성 확보가 담보되지 않을 경우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가 희석되고 자칫 단순한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슈퍼 을’로 자리 잡고 있다. 기본적으로 제조업체는 주문에 따라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발주량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시장에서는 을(乙)로 통한다. 하지만 TSMC는 공장을 풀가동 시켜도 팹리스(Fabless) 기업의 잇따른 주문으로 발주량에 비해 생산량을 맞추지 못하는 ‘행복한 비병’을 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TSMC는 지난해 매출 53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22조71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2%를 넘겼다. 100만원을 팔면 40만원 넘게 이익이 남는다는 말이다. TSMC의 영업이익은 2018년 삼성전자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그쳤지만 이를 3년 만에 넘어섰고 주가는 10년 만에 780% 이상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이 애플카를 생산할 경우 위탁제조업체로써의 ‘롤모델’은 당연히 TSMC이다. 하지만 애플과의 협력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만의 폭스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폭스콘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전자기기를 생산하는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 업체이지만 기업가치가 꾸준하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07년 아이폰 출시를 앞둔 애플의 주가는 3.16 달러에 그쳤지만 현재 주가는 137.39 달러로 14년 만에 4000% 이상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폭스콘은 199.17 타이완달러에서 70.50 타이완달러까지 추락했다. 승승장구하는 애플에 비해 폭스콘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졌던 것이다. 또 애플의 마진율은 40%를 달했지만 폭스콘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카를 계약 생산하는 제조업체엔 고통이 따를 것"이라며 “자동차 업체가 EV ODM(전기차 제조업자 개발방식)을 추구하는 전략은 애플처럼 막강한 브랜드와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해도 결국 막다른 골목으로 달려가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모빌리티는 전자기기가 아니다”…정의선의 선택은=반면, 모빌리티(Mobility·기동성) 시장을 고려하면 현대차가 단순한 하청업체가 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빌리티는 자율주행차와 같은 사람들의 이동 편의를 높여주는 혁신 서비스로 스마트폰과 달리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설계하고 이를 완성차로 만들어 생산까지 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기반을 갖고 있는 기업은 현대차그룹과 독일의 폭스바겐그룹, 미국의 GM, 중국의 BYD와 지리자동차 뿐이다.

 

애플은 14년 동안 협력 관계였던 인텔과 결별하며 자체 실리콘 칩셋인 'M1‘을 공개하며 반도체 기술력을 세상에 공개했다. 하지만 자율주행 전기차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로 애플이 모빌리티 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모빌리티를 대량 생산해 줄 수 있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위탁생산업체는 TSMC에 더 가깝다고 판단한다”며 “애플이 재고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모빌리티 산업에 들어와 다양한 모델과 부품수의 조합이 수백만 개에 달하는 완성차업계의 경우의 수를 관리 할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