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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클로즈업]마침표 사라진(?) 정용진의 광폭행보...SK와이번즈 인수

이마트 통해 SK와이번스 인수 추진...약 2000억원
정 부회장 “유통업 경쟁상대는 테마파크·야구장”
정 부회장, SNS 경영 선두주자...“고객에게 광적 집중”
이마트 연매출 15조원 돌파...연결매출 20조 가시화

 

[FETV=김윤섭 기자] 젊은 패기일까? 아니면 무모한 용기일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결국 또 일을 냈다. 이번엔 프로야구단 인수다. 정 부회장은 유통업계를 넘어 프로야구단까지 도전장을 내밀면서 마침표 없는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SK텔레콤이 운영하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전격 인수한다. 이마트는 26일 SK텔레콤과 SK와이번즈인수와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방침이다.

 

SK와이번즈는 인천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굳간이다. 이마트의 SK와이번즈 인수 시점과 방식, 가격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두산 채권단이 최근 두산 베어스의 가치를 2000억원으로 책정한 점을 감안하면 SK와이번스 몸값도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인수는 이마트를 이끄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의 중심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대형마트만으로는 미래 성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SK와이번즈 인수를 선언한 정 부회장은 만 52세의 젊은 최고경영자(CEO)겸 오너다. 그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외손자이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개성상인의 피를 물려 받은 정 부회장은 태생적으로 승부사 기질을 갖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트레이더스, 이마트24, 프리미엄 아울럿 등이 모두 정 부회장의 머리에서 나왔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나 가전유통채널인 '일렉트로마트', 만물상 잡화점인 '삐에로쑈핑' 등의 사업을 추진하며 체험형 공간 마련에 힘을 쏟아왔다. 2016년 스타필드 1호점을 열 당시 정 부회장은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테마파크의 경우 이미 경기도 화성에 약 418만㎡(127만평) 규모로 건립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이번 인수를 통해 정 부회장이 추구하는 유통업과 레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 시너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일까? 결국 정 부회장은 프로야구단인수까지 손을 뻗쳤다. 특히 프로야구의 경우 소비의 중심 세대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강하다. 정 부회장의 승부사 기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그룹과 SK텔레콤은 프로야구를 비롯해 한국 스포츠 발전 방향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큰 틀에서의 접근이 이뤄졌고 조만간 상세한 설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현재 삼성라이온즈 지분 14.5%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SK와이번스 인수 작업을 통해 해당 지분은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야구단 인수를 통해 소비자들과의 거리좁히기에 나선 정 부회장은 이미 SNS 경영의 선두주자로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경영자로 자리잡고 있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정 부회장은 이미 SNS상에선 이름이 널리 알려진 톱스타다. 지난 11일 이마트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튜버'로 변신한 모습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은 지난달 17일 이마트LIVE가 공개한 '정용진 부회장이 배추밭에 간 까닭은?'의 촬영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당 영상은 정 부회장이 이마트를 홍보하는 영상으로 전남 해남의 한 배추밭에서 배추를 직접 수확하고, 직접 배추를 활용한 요리를 하는 모습이 담았다.

 

정 부회장이 출연한 이마트 홍보 영상은 그가 직접 연기와 내레이션을 한 것이 알려지며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다. 11일 기준 조회수는 125만회를 넘기며 이마트 홍보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이날 첫 선을 보인 'YJ로그'는 정 부회장의 공식 유튜버 데뷔인만큼 '마트맨 YJ'라는 호칭으로 소개됐다. 영상은 정 부회장의 이마트 홍보영상 촬영 뒷 이야기를 주로 담았는데 추위에 몸을 떨면서도 직접 배추를 나르고, 요리하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담겼다.

 

배추로 2행시를 짓거나 해남읍 5일장에서 직접 장을 보는 등 일상 속 모습도 공개됐다. 해남읍 5일장에서는 장을 보는 정 부회장에게 상인이 "뭐하시는 분이냐"라고 묻자, 정 부회장은 "장사해요"라고 답해 촬영 스태프의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끝내 정 부회장을 정체를 알지 못한 상인이 "셰프(요리사)냐"고 묻자, 정 부회장은 "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해 12월에는 스타벅스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 '스벅TV'에 출연해 '와이제이(YJ)'라는 스타벅스 닉네임을 인증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벅스 음료를 소개하는 등 스타벅스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영상에서 정 부회장은 1999년 이화여대 인근에 스타벅스 국내 1호점을 열었던 때를 회상하며 "21년 전에는 커피는 주로 카페(다방)에서 즐기던 때였다. 원두커피 개념의 아메리카노 등이 처음 소개되었는데 생소한 맛 때문에 설탕, 프림 등을 찾던 고객이 많았다"며 "당시만 해도 직접 주문하고 결제를 선행해야 하는 점이나 커피를 앉아서 마시는 것이 아닌 테이크아웃하는 문화가 신선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21주년을 맞은 지금 항상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많은 고객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며 스타벅스코리아 1호 팬으로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가장 좋아하는 스타벅스 메뉴로 자몽허니블랙티, 제주유기농 말차로만든라떼, 나이트로 콜드브루 3가지를 꼽았다. 나이트로 콜드브루에 대해서는 "20년간 아메리카노만 먹다가 스타벅스 파트너께서 제안해서 마시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정 부회장의 광폭 행보에 힘입어 이마트도 연매출 15조원을 돌파하면서 코로나19 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목표로 잡았던 연결매출 20조원 돌파도 가시화됐다.

 

이마트는 지난해 1~12월 총매출액이 별도 기준 15조 5,354억 원을 기록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 2019년 총매출액인 14조 6733억 원보다 5.9% 증가한 것은 물론, 지난해 초 세운 목표치인 15조 3,100억 원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사업 별로는 할인점의 매출이 1.7% 증가했고 창고형 마트인 트레이더스와 전문점은 각각 23.9%, 15% 신장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고 외식을 자제하면서 먹거리와 생필품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특히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폐점 대신 기존점 리뉴얼을 택한 체질 개선 작업이 빛을 발했다. 지난해 서울 월계점을 비롯해 9개 점포의 전관 리뉴얼을 진행한 결과 할인점 부문 기존점 매출 신장률이 3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창고형 마트인 트레이더스의 활약도 컸다. 코로나19로 장 보는 횟수를 줄이는 대신 한 번에 대용량을 구매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매출이 23.9%나 증가했다. 별도 기준으로 지난해 실적 목표치를 충족하자 연결 기준 실적 목표인 사상 첫 매출 20조 원 돌파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마트는 물론 온라인 쇼핑 증가로 SSG닷컴의 매출이 급증하고, 편의점 이마트24 역시 점포 5000개를 돌파하면서 적자 폭을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을 넘어 스포츠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면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 부회장이 올해에도 이마트의 상승세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