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쿠팡의 질주가 이커머스를 넘어 새로운 사업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과감한 투자와 인재영입으로 유통업계의 대표기업으로 자리잡은 데 이어 OTT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사업영역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시작으로 콘텐츠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쿠팡, OTT 시장 진출 공식화...‘쿠팡플레이’ 론칭=쿠팡은 지난 24일 영화와 국내외 티브이(TV)시리즈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동남아시아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 ‘훅’을 인수한지 약 5개월만이다.
가장 큰 강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월 이용료 2900원은 기존 OTT 업체보다 절반 혹은 3분의2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또 계정 1개당 5개까지 프로필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프리미엄 기준 프로필 4개까지 구축할 수 있다.이미 쿠팡 멤버십인 로켓와우를 이용하는 사람은 추가 가입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 확보된 콘텐츠는 '오리지널 스파이더맨 시리즈', '밤쉘: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등의 영화와 '맛있는 녀석들', '금쪽같은 내 새끼' 등 국내 드라마 및 예능 중심이다.
김성한 쿠팡플레이 총괄 디렉터는 “쿠팡은 독창적인 서비스로 고객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와우 회원들은 쿠팡플레이로 사랑하는 가족들과 언제 어디서나 무제한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며 재미있는 일상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쿠팡이라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를 활용하는 만큼 초기 시장 안착은 매우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향후 쿠팡플레이를 지금까지의 '롤 모델'인 아마존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할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아마존은 지난 2011년 OTT서비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를 선보인 바 있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는 아마존의 높은 인지도, 콘텐츠 경쟁력 등을 앞세워 현재 미국 내 4위의 OTT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업계는 쿠팡플레이가 OTT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국내 OTT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넷플릭스가 주도하고 있는 시장 흐름에 변화가 있을지가 관심이다.
국내 OTT 시장 규모는 연평균 26.3%씩 성장해 올해 7801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OTT 사업자인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상륙을 예고한 상황에서 쿠팡까지 가세하면서 고객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국내 OTT 시장 1위는 넷플릭스로 약 33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해 점유율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2위인 웨이브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어 티빙, 시즌, U+모바일tv 등 국내 통신사들의 서비스와 왓챠 등의 서비스들이 경쟁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콘텐츠 공룡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가 내년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11번가와 협업으로 한국 진출에 나서는 아마존도 아마존 프라임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1일 디즈니는 공식트위터를 통해 "디즈니플러스와 핫스타, 훌루, ESPN 플러스(+) 등 디즈니의 컨슈머 서비스 구독자가 1억3700만명을 넘어섰다"며 "2021년에는 디즈니플러스가 동유럽과 한국, 홍콩 등 더 많은 국가에서 런칭될 것"이라고 밝혔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가 지난 2019년 11월 론칭한 자체 OTT 서비스 플랫폼으로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의 나라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컨텐츠들을 모아 서비스 중이다.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 내년에 `스타워즈 만달로리안`, 마블 `완다비전` 같은 디즈니의 오리지널 컨텐츠들을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월 구독료는 6.99달러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3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돼 지난 2일 기준 8680만명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은 OTT 서비스에 이어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경쟁하고 있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 네이버, 카카오 주도 라이브커머스 진출도 공식화...3조시장 도전=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은 ‘쿠팡 라이브 크리에이터’(이하 쿠팡 라이브)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다.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코로나19로 큰 주목을 받으면서 기존 쿠팡 판매자의 편익을 위해서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쿠팡 라이브는 준비 단계로, 내년 초에 정식 론칭할 전망이다. 쿠팡 라이브는 판매자와 크리에이터 모두 참여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는 브랜드를 소개하고 수수료를 얻고, 벤더는 자신의 제품을 크리에이터를 통해 홍보할 수 있다.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규모는 올해 약 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베스트증권은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2023년까지 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현재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네이버는 지난 3월 네이버쇼핑 입점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라이브 방송 서비스 ‘쇼핑라이브’를 시작했다. 쇼핑라이브는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에 판매자 수가 10배, 콘텐츠 수는 12배 증가했다.
카카오쇼핑라이브는 베타 서비스 포함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시청률 1000만회를 돌파했다. 누적 시청률 1000만회는 베타 서비스 시작 이후 6개월 만에 얻은 성과로, 하루에 1~2회 큐레이션해 방송을 진행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쇼핑라이브의 거래액은 10월 기준 5월 베타 서비스 오픈대비 21배 성장했다. 9월 대비 10월 방송 거래액 역시 2.5배쯤 늘어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이커머스 업체들은 가격과 배송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으나, 최근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콘텐츠를 앞세워 고객들을 묶어 두는 락인(Lock-in) 전략을 취하고 있다"라며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쇼핑 사업만 하기 때문에, 아마존이나 네이버에 비해 락인이 어렵다. 이번 인수는 콘텐츠 서비스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 쿠팡 이커머스 한계 넘어 신사업진출 가속화...한국의 아마존 될까=쿠팡이 코로나19라는 악재속에서도 최근 신사업에 적극 진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작년부터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쿠팡의 나스닥 상장이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장을 앞두고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것이다.
쿠팡의 나스닥 상장설은 올해 초 외신 보도를 통해 본격화 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1월 쿠팡이 이르면 내년께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실제로 쿠팡은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나스닥 상장을 위한 로드쇼(설명회)를 진행, 기업가치를 10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굳건히 지키고 있던 배달앱 시장에서도 쿠팡의 힘이 발휘되고 있다. 아직 1위와 2위간의 격차는 크지만 성장속도가 가파른만큼 향후 성장 기댓값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서 발표한 배달대행서비스 앱 사용량 모바일인덱스 보고서 에 따르면 쿠팡이츠 월간 사용자는 지난해 8월 17만4057명에서 올해 8월에는 74만8322명으로 4.3배 증가했다.
앱 실 사용률을 살펴볼 수 있는 총 설치기기 대비 사용자 수 비율은 61.0%로 요기요 59.5%를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이 집계한 9월 한 달간 배달앱 월간 순이용자 수(MAU)에서도 배달의민족(1318만명), 요기요(660만명)에 이어 쿠팡이츠(150만명), 위메프오(50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 우버 전 CTO, 청와대 출신 변호사 등 인재영입 통해 경쟁력 강화=쿠팡은 사업확장뿐 아니라 인재영입에서도 ‘로켓’의 속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케빈 워시를 이사회에 끌어들였다.
쿠팡은 또 나이키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며 외부 회계감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 등을 담당한 마이클 파커를 최고회계책임자(CAO)로 영입하면서 영입을 본격화했다. 올해엔 국내파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19로 국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정부의 규제 등 해결 과제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 4.15 총선 이후 국회 보좌관 출신 인사와 추경빈 서울시 전 정무수석까지 부사장급으로 영입하면서 대관 업무를 강화했고 삼성그룹에서 33년간 일하며 안전관리자 출신으로는 최초로 삼성 임원이 된 유인종 안전분야 부사장과 인사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김기령 부사장도 외부에서 끌어오면서 내부를 다지기에 나섰다.
쿠팡의 정체성인 로켓배송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재영입에도 나섰다. 지난 7월 영입한 전준희 신임 부사장이 그 대표적 사례다. 전 부사장은 국내 유명 정보기술(IT)기업 창업부터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구글, 우버 등 글로벌 기업까지 다양한 개발환경을 경험한 컴퓨터 사이언스와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링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또 지난달 28일에는 강한승 전 김앤장 변호사를 경영관리총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7년 로켓배송 소송을 대리해 승소한 이후 쿠팡의 법률 자문을 맡아왔다. 강한승 대표는 청와대 법무비서관, 서울고등법원 판사, 국회 파견 판사, 주미대사관 사법협력관 및 UN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정부 대표, 헤이그 국제사법회의 정부 대표 등을 역임했다.
29일에는 우버를 현재의 위치까지 성장시키는데 현격한 공을 세웠다고 평가 받는 투안 팸 전 우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신임 CTO로 영입했다. 팸 CTO는 세계 최대의 승차공유 업체인 우버에서 7년간 CTO로 재직하면서연간 승차공유 횟수가 1000만 건 수준이었던 우버를 현재 세계 800개 도시에서 매년 70억 건 이상의 승차공유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성장시켰다.
◆ 지난해 매출 7조 돌파...물류센터 투자 계속간다=물류센터 투자도 지속한다. 쿠팡의 대표적 전략인 ‘계획된 적자’ 전략을 유지하면서 쿠팡의 정체성인 배송에서의 경쟁력을 잃지 않겠다는 김범석 대표의 의지로 풀이된다.
쿠팡은 5일 충북 제천시와 대규모 물류센터 설립을 위한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올해 음성군과 김천시에 이은 3번째 대규모 물류센터 설립추진이다. 이 3곳의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금액만 3000억원을 넘어선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 7조15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64.2% 증가한 수치며 쿠팡 자체 최고 매출이자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에서도 최대 매출 기록이다. 영업손실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7205억원으로 감소했다. 아직까진 적자규모가 높지만 적자를 줄이면서 시장에서 제기되는 불안감을 일부분 해소했다.
올해 코로나19로 온라인쇼핑 비중이 크게 늘면서 매출액 10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분기 거래액만 3조원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처럼 적자 폭을 줄여나간다고 가정할 때 수년내 흑자 전환의 희망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삶에 녹아든 쿠팡이 한국판 아마존으로의 진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