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CJ대한통운을 향해 ‘대국민 사기극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잇따른 택배기사 사망사고직후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보호를 위해 내놓은 종합대책이 눈가리고 아웅식이란 이유를 내세웠다.
대책위 지휘부는 과로사 문제의 핵심인 분류작업 비용부담 문제와 관련, "CJ대한통운이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강제로 비용을 전가하려 한다“며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앞서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 잇따른 택배기사 과로사 발생 사태에 대해 직접 대국민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분류인력 지원 비용, CJ대한통운이 전부 부담해야”=대책위는 CJ대한통운이 종합 대책을 발표한지 보름 만인 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CJ대한통운은 비용부담 전가로 국민을 속이고 택배노동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하며 약속한 분류작업 인력투입과 그 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옥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CJ대한통운 본부장은 “택배 분류인력 투입 비용에 관해 CJ대한통운이 대리점과 노동자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CJ대한통운은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내달(11월)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며 ”추가 비용으로 예상되는 500억원은 집배점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주부터 택배분류인력 지원비용의 50%만 본사가 부담하고 절반은 대리점 내에서 협의하라고 통보했다. 대책위는 이로 인해 경기도의 A대리점은 남은 절반 가운데 30%는 대리점이, 20%는 택배기사가 부담하고 또 다른 곳은 분류비용 50% 전부를 노동자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신고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택배노동자들의 급여가 깎일 수밖에 없다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택배기사들은 극한의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재벌 택배회사의 책임이 미약하다”며 “500억원은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는데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CJ대한통운은 지난 2분기, 코로나19 특수를 맞아 8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역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분류지원 인력 비용은 대리점과 절반을 전제로 하여 대리점의 규모와 수익에 따라 다양한 비율로 부담하는 것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리점에서 택배기사에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세규 대책위 교육선전국장은 “규모가 큰 대리점은 부담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있겠지만 소규모 사업장은 지원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CJ대한통운이 대리점에 분류인력 비용을 전가할 경우 택배기사들의 부담은 100%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 대국민 약속은 지키고 있나=박근희 대표이사가 직접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던 CJ대한통운의 종합대책은 실제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책위와 회사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른바 ‘까대기(택배를 지역별로 분류한 이후 상차시키는 은어)’ 작업부터 현장인원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까대기 작업에 투입되는 현장 인원은 총 800여명이다.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 인원이 2만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분류인력 1명당 택배기사 약 25명의 분류작업 몫에 투입된다는 뜻이다. 사측은 이를 4000명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아직 현장 투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는 “지원인력은 5일이 지난 현재까지 투입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태영 CJ대한통운은 택배부문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유족들과 위로금 지급에 관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아직 절반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책위 추산으로 올해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는 6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 8일 사망한 CJ대한통운 강북지사 송천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가 고(故) 김원중씨를 비롯한 3명이 사측으로부터 위로금을 지급 받았다. 박석운 대표는 “CJ대한통운이 위로금 지급과 관련해 세밀한 내용은 비공개를 요구했다”며 “대책위의 입회하에 협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