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940/art_16012881352824_3e4816.jpg)
[FETV=김윤섭 기자] 70대까지 경영일선을 지켰던 여성 CEO의 대표주자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2선후퇴를 결정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해 각 사의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신세계그룹은 이 회장이 보유하던 (주)이마트와 (주)신세계 지분 가운데 각각 8.22%를 (주)이마트 지분은 정용진 부회장에게, (주)신세계 지분은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증여한다고 28일 공시했다. 정 부회장의 (주)이마트 지분은 10.33%에서 18.55%로 정 총괄사장의 (주)신세계 지분은 10.35%에서 18.56%로 높아지게 됐다. 이명희 회장의 (주)이마트 보유지분은 18.22%에서 10.00%로, (주)신세계 18.22%의 지분 역시 10.00%로 낮아졌다.
신세계그룹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해 각 사의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판단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증여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1943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이명희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막내 딸로 신세계그룹을 유통업계의 대표주자로 키운 인물이다. 1997년 삼성그룹과 계열분리 당시 신세계백화점 점포 2곳과 조선호텔을 맡아 2017년 기준 총자산 32조의 기업을 일궈냈다.
1993년 국내 최초의 대형마트인 이마트를 만든 것도 이 회장이다. 미국에 체류하면서 프라이스클럽과 월마트 등 창고형 점포를 둘러보다 사업 아이템으로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한 뒤 서울 창동에 테스트점포를 연 것이 이마트의 시작이 됐다. 창고형 할인매장 형태에 가까웠던 당시 이마트 창동점은 개점 첫날에만 2만명이 넘는 고객이 방문하는 등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신세계백화점 영업담당 이사로 경영일선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유통사업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신세계를 백화점부문 2위로 올려놨고 대형마트부문에서도 이마트를 대형마트 1위로 만들었다. 2016년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를 맡으며 남매경영을 본격화 한 뒤로는 경영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식 증여를 통해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에 대한 승계 작업도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고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1년 신세계로부터 대형마트 부문을 인적분할해 별도법인 이마트를 출범하면서, 이마트와 신세계가 두 개의 일반사업지주사 성격을 갖고 주요 계열사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이후 2016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각자 보유 중이던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 하며 사실상 남매 분리경영을 시작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신세계 지분 72만203주를 정 총괄사장에게, 정 총괄사장은 이마트 지분 70만1203주를 정 부회장에게 각각 넘겼다. 이 지분 맞교환으로 정 부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과 정 총괄사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은 0이 됐다.
이 회장이 두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하며 책임경영을 강조한 만큼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마트와 신세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영업손실 474억원을 기록했고 신세계역시 2분기 4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