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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너진 기업은행 8000선 주가...누구 책임

역대급 유상증자 이은 추가 증자 추진이 악재 작용
해외·비이자이익 실적 감소도 원인...주가 반등 가능성 낮아

 

[FETV=유길연 기자]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기업은행의 주가가 빠른 속도로 회복한 바 있어, 이번 사태를 잘 대응한다면 주가가 정상화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올 4월 12일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중)

 

올해 '역대급' 유상증자를 단행한 IBK기업은행의 주가가 추가 증자 전망에 8000선이 또 다시 무너졌다. 윤종원 행장 취임 이후 이어진 주가 하락 흐름도 계속되고 있다. 뾰족한 주가 부양 전략도 없어 향후 주가 반등도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전날 주가(종가)는 7880원으로 전 장에 비해 1.5%(120원) 하락했다. 이로써 기업은행의 주가는 지난 5월 27일(7960원) 이후 넉달만에 7000원 선으로 다시 내려앉았다. 올 초부터 기업은행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이 한창이던 지난 3월 19일에는 587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증시 강세와 함께 주가는 조금씩 회복해 한 때 9000원대까지 올라섰지만 이후 우하향했다.

 

기업은행의 주가 하락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등 공공성 강화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기업은행은 올해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역대급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기업은행은 올 3월 이후 네 번의 유증을 통해 총 1조2688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6개월 간 실시한 증자규모(1조3000억원)와 비슷한 규모다. 4차례 증자 과정에서 1억6000만주의 물량이 주식시장에 쏟아졌다. 또한 작년 말 20% 수준 이있던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은 11%로 절반 가량 줄었다. 

 

대규모 유상증자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기업이 주식을 새로 발행하면 주식 가치가 희석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 기업은행의 올해 1주당 순이익(EPS)은 추정치도 약 20%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최근 국회 여야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합의하면서 기업은행이 유상증자를 또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간 추경안에 기업은행 증자금액을 편성해 유증을 진행해 왔다. 정부는 4차 추경의 구체적인 계획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 3조8000억원 가량을 배정해 놓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당분간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국책은행 역할론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향후 증자 이슈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더딘 기업은행의 수익성 회복도 기업은행의 향후 주가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순익은 8166억원(연결·지배지분 기준)으로 작년 동기 대비 16.7% 급감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올 6월 말 기준 은행의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NIM·개별기준)이 1.65%으로 작년 동기 대비 0.2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주요 은행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이다. 

 

특히 기업은행은 최근 시중 은행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글로벌·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업은행의 해외법인은 10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기업은행이 해외에서 통해 벌어들인 총영업이익(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의 합)도 작년 상반기 대비 18% 급감했다. 작년에 출범한 인도네시아 법인의 180억원 적자가 주요 윈인으로 지목된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작년에도 182억원의 순손실을 거뒀다. 

 

기업은행은 작년 현지 은행인 아그리스은행과 미트라니아가은행을 인수하고, 두 은행을 합병해 IBK인도네시아은행을 탄생시켰다. 이는 기업은행이 해외에서 성사시킨 인수합병(M&A)의 첫 사례다. 야심차게 해외법인을 탄생시켰지만 출발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인도네시아 법인에 작년 유상증자로 6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고, 올해도 500억원의 추가 증자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인도네시아 경기가 코로나19 사태로 침체가 지속돼 실적 반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의 비이자이익도 하락세다. 올 상반기 기업은행의 비이자이익(개별 기준)은 273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이에 기업은행은 전체 총영업이익 가운데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9% 대에서 머물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은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되면서 상반기 펀드 판매 수수료이익이 24.7% 급감했다. 방카슈랑스(보험 판매) 수수료 수익도 반토막이 났다. 더구나 최근 기업은행 노사는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중시한다는 방침 아래 핵심성과지표(KPI)에서 비이자이익과 관련된 내용을 간소화해 향후 비이자이익이 늘어날 가능성도 낮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주가가 코로나19 사태 등 다양한 요인으로 내재가치에 비해 매우 저평가된 것은 맞다”며 “주가 상승을 위해 배당성향을 꾸준히 높이고 정책금융 수행에 따른 희석효과 최소화, 주주와의 소통강화을 계속적으로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