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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수렁'에 빠진 은행

코로나 충격에 상반기 현지법인 실적 동반 부진
향후 전망 불투명 속 실적 회복에 나서

 

[FETV=유길연 기자] 최근 국내 대형은행들이 '기회의 땅'으로 불리던 인도네시아에서 고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7000만명으로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제성장률 5% 내외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특히 현 정부의 ‘신남방’ 정책 추진으로 인도네시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실제 시중 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앞 다퉈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경기침체에 직면하면서 현지 진출 시중은행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들의 현지 법인들은 순익이 크게 줄거나 적자폭이 커졌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정부의 인도네시아 종합금융사인 '티파 파이낸스' 인수를 완료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인도네시아 DSU그룹으로부터 티파 파이낸스 지분 80.65%를 인수하는 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코로나19 충격으로 실사 및 협상이 난관에 부딪혔지만, 8개월여의 협상을 통해 성공적으로 인수를 마무리했다.

 

산업은행은 이번 인수로 인도네시아에서 강점인 기업금융 및 인프라 개발금융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또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삼아 향후 성장전망이 높은 동남아 전지역으로 영업기반을 확장해 미래 글로벌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장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중형급 은행(BUKU3)인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인수한 후 지난달 총 67%의 지분율로 끌어올리면서 경영권을 획득했다. 작년에는 기업은행이 글로벌 부문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현지 은행 두 곳을 인수 합병(M&A)해 인도네시아 법인(IBK인도네시아은행)을 출범시켰다. 기업은행이 해외에서 M&A를 성사시킨 것은 인도네시아법인이 최초다.

 

앞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하나·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은 이미 상당부분 성장을 이뤘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전체 해외법인 가운데 규모와 수익성에서 두 번째로 크다.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우리소다라은행)도 전체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익을 거두고 있다. 신한은행도 인도네시아에 현지 법인(신한인도네시아은행)을 설립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충격으로 인도네시아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32%를 기록했다. 이는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은 1999년 1분기 이후 21년 만의 최저치다. 코로나19 충격은 특히 고용 부문에 타격을 줬다. 올 4월 기준 코로나19 충격으로 28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급기야 일부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예금자들이 입금한 돈을 찾기 위해 몰려드는 ‘뱅크런’ 사태도 겪었다. 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올 들어 0.25%포인트(p)씩 총 네 차례 금리를 인하를 단행해 은행의 수익성 하락도 예상되고 있다. 

 

 

국내 은행의 현지 법인 실적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국민은행이 인수한 부코핀 은행은 올 상반기에만 105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18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올해 적자폭이 6배 가까이 불어났다. 기업은행 인도네시아 법인도 상반기 18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적자폭을 약 네 배 가량 커졌다. IBK인도네시아법인은 작년에도 실적 부진을 겪으며 18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는 실적이 더욱 악화돼 이미 적자폭이 작년 전체 손실규모에 근접했다.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도 상반기 189억원의 순익을 거두면서 작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다.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도 같은 기간 27% 줄어든 27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다만 하나은행은 주요 대형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작년 동기에 비해 두 배가 넘는 353억원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은 인도네시아 올해 0.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올해 성장률이 0% 내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기업은행은 향후 적극적인 투자로 흑자 전환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이 인도네시아에 412개의 지점을 가진 중형급 은행인 만큼 국민은행의 금융·비금융적 지원을 이어간다면 빠른 시일 내에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부코핀은행에 자영업자, 중소기업, 개인금융 부문에서 국민은행이 가진 체계적인 리스크관리 노하우 및 디지털 역량 등을 접목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도 향후 유상증자에 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미 기업은행은 작년에 600억원의 자금을 쏟아 부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법인은 합병이 완료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향후 시간이 지나고 인도네시아 경기가 회복되면 흑자전환 될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