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송은정 기자] 헬로비전과 현대HCN 등 대형 케이블TV 업체다 잇따라 매각되거나 우선협상자를 찾은 가운데 딜라이브와 CMB의 후석 기업인수합형(M&A)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CMB와 딜라이브 등은 케이블TV 시장에 매물로 등장, 케이블TV시장 진출을 노리는 대기업들의 시선을 유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M&A 시장에 주파수를 맞춘 대기업들 사이에선 딜라이브의 적정한 몸값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통상 기업의 가치는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에비타)에서 10(년)을 곱한 뒤 부채를 차감하는 것으로 매긴다.
하지만 케이블TV의 경우엔 이 공식을 적용하지 않고, 보통 가입자당 가치에서 가입자 수를 곱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IPTV(통신사) 업체들이 케이블TV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유료방송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안정적인 인수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딜라이브 적정 매매가격 얼마?...가입자 숫자 등 감안해야=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딜라이브를 인수한 것은 2008년이다. KCI는 2015년부터 매각에 나섰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이후 차입금 상환도 순조롭지 않았다. 이에 딜라이브 채권단이 KCI측으로부터 딜라이브 지분을 넘겨받고 주도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CMB의 인수가액은 2000억~3000억원, 현대HCN은 5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각 사가 당초 희망하는 호가에 비해 적게는 1000억원에서 많게는 2000억~3000억원가량 낮은 금액이다.
케이블TV 업계에선 CMB의 경우 당초 매각 호가를 5000억원, 현대HCN에선 6000억원을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은 8000억원에 LG측에 매각됐다. CJ헬로비전이 CMB나 현대HCN 등에 비해 월등히 많은 가입자를 확보했기 때문에 몸값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됐다는 게 전문가 해석이다.
앞서 채권단은 2016년 채무구조 조정을 단행했고, KCI의 차입금 1조5000억원중 8000억원을 출자 전환했다. 채권단은 KCI에게 9600원 규모 신규 대출을 제공하면서 잔여 차입금 7000억원을 차환하고, 나머지 2000억원으로 딜라이브 전환사채를 매입토록 했다.
이에 따라 딜라이브의 차입금은 6000억원대에서 4000억원대로 줄었다. 연장된 3년 만기가 도래한 지난해, 채권단은 또 다시 KCI가 갖고 있는 채무에 대해 1조원 규모 출자전환을 단행했다. KCI가 3년전 새로 대출받은 9600억원이 모두 출자 전환되면서 차입금은 사라졌다.
채권단 보유 채권은 딜라이브 차입금 4000억원만 남게 됐다. 지난해 말 딜라이브의 장기차입 부채는 3700억원. 여기에 매입채무, 단기차입부채, 미지급법인세 등 유동부채를 합친 부채총계는 6679억원 안팎이다. 총자본금이 3400억원 상당인 점을 감안하면 딜라이브 부채비율은 200%에 육박하는 셈이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시중에 떠도는 1조5000억원 부채설은 처음 은행에서 자금을 빌릴 때의 가격이다"며 "지난해 7월 채무조정으로 모두 해결한 상태"라고 말했다. 즉, 부채로 소문난 1조5000억원은 과거 은행이 KCI에 빌려준 돈일뿐 딜라이브의 부채와 아무 관계없는 가짜뉴스라는 것이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또 분리 매각에 관해서는 "다른 유료 방송사에 비해서 부채가 조금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몸값 낮추기 위해 분리 매각을 선택했다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매각작업 수년째 제자리 "맴맴"...인수 희망기업 안개속=딜라이브의 매각은 진척없이 수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공식 매물로 나온지 5년이 지났지만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은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1조원 상당으로 추정된 몸값이 매각 작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케이블TV 업계에선 딜라이브 채권단은 빠른 M&A를 위해 몸값을 9000억원까지 낮췄다는 말이 무성하다. 하지만 이같은 가격 역시 일각에선 부정적 시각을 표시하고 있다. 딜라이브 측은 이와 관련, "시중 나도는 9000억원은 희망가격이 아니다"며 "LG헬로비전, 현대HCN, 티브로드의 경우처럼 시장에 준하는 적정한 가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지난해 기준 딜라이브의 부채비율은 192.1%다. 이는 50% 미만인 현대HCN과 CMB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을 높은 가격으로 인수하는 것은 미래의 사업성이 높거자 시너지가 기대될 경우"라며 "딜라이브의 경우 이런 부문에서 신속한 매입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