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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클로즈업]"코로나19 위기는 기회다" 현대백화점 정지선의 역발상 투자

정지선 회장 M&A 통해 위기극복...SK바이오랜드 인수
패션외길 한섬,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인수하며 영역확장
인천공항공사 재입찰 파격조건 제시, 현대백 입찰 저울질
제주시내면세점 진출에도 관심...신세계와 정면승부
건강기능식품·바이오메디컬 사업 미래 먹거리로 육성

[FETV=김윤섭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역발상식 공격경영이 화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최근 화장품 원료시장 1위 기업인 SK바이오랜드를 인수키로 한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를 통해 화장품시장에 진출하고 코로나19발 불황도 넘어선다는 야심이다. 그동안 위기때마다 M&A를 통해 위기극복에 나섰던 정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이 이번에도 통할지 벌써부터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천연 화장품 원료시장 1위 기업 SK바이오랜드를 인수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사인 현대HCN을 통해 SKC가 보유한 SK바이오랜드㈜의 지분 27.9%(경영권 포함)를 1205억원에 인수한다고 18일 밝힌바 있다. 이와 관련, 현대HCN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SK바이오랜드㈜ 주식 인수 계약체결’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한 SK바이오랜드는 1995년 설립됐으며, 2015년 SK 계열사로 편입됐다. 화장품 원료와 건강기능식품, 바이오메디컬 사업이 주력이며, 국내에 5개 생산공장(천안·안산·오창·오송·제주)과 두 개의 중국 현지 법인(해문, 상해)을 운영 중이다.

 

SK바이오랜드는 국내 천연 화장품 원료 시장 1위 기업으로, 천연물을 활용한 추출·발효·유기합성 등에 핵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연결기준) 1063억원, 영업이익 145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SK바이오랜드가 화장품 원료를 비롯해 건강기능식품과 바이오메디컬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다, 향후 사업 확장에 있어서도 유연한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해 인수를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HCN이 인수 주체로 나선 데 대해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미래지향적인 신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어 이번 투자 목적에 부합된다고 판단했다”며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이번 SK바이오랜드 인수로 3대 핵심사업인 유통(백화점·홈쇼핑·아울렛·면세점), 패션(한섬), 리빙·인테리어(리바트·L&C)에 이어, 뷰티 및 헬스케어 부문으로 사업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정지선 회장은 유통과 패션, 리빙 등 기존 사업영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사업에서 대형 인수합병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인 방침은 현재 그룹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사업이 우선순위이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도 염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HCN 매각 결정 당시 “앞으로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사업이나 M&A를 추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적극적으로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그간 정지선 회장이 M&A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0년대에 거의 1년에 1건 정도로 기업인수를 진행했다. 그 중 가장 성공한 M&A로 꼽히는 것이 2012년 패션기업 한섬과 현대리바트다. 이 두 사업은 현재 그룹의 가장 큰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현대백화점은 2011년 LED조명업체 반디라이트(현대LED), 2013년 식품 가공업체 씨엔에스푸드시스템, 2015년 건설·중장비업체 에버다임(940억원), 2018년에는 건자재 업체 한화L&C(현 현대L&C)를 품으며 전방위로 영토 확장을 꾀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등 그룹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통해 건강기능식품과 바이오메디컬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추가적인 M&A와 투자 확대 등도 계획하고 있다.

 

 

정지선 회장과 현대백화점그룹의 공격경영은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면세사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올 초 진행된 인천공항면세점 4기 사업자에 선정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다음달 진행될 면세점 재입찰과 제주 시내면세점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월 사업권 입찰에서 유찰됐던 1터미널 내 6개 면세사업권에 대해 신규 사업자를 선정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를 고려해 임대료 예정 가격을 30% 낮추고, 여객수요가 60%를 회복할 때까지 최소보장금을 면제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이번 입찰은 지난 1월 입찰공고된 총 8개 사업권 중 유찰된 6개 사업권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사업권은 일반 대기업 사업권 4개(DF2/DF3/DF4/DF6), 중소·중견기업 사업권 2개(DF8/DF9) 등으로 구성된다.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예정가격(최저수용가능금액)을 1차 입찰보다 30% 낮추고 여객증감율에 연동하여 조정되는 최소보장액 변동 하한(―9%)을 없앴다. 또 여객수요가 2019년 동기 60% 수준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최소보장금이 없는 영업료(매출액×품목별 영업요율)만을 납부하도록 했다.

 

1월 입찰공고에 포함됐던 탑승동 매장은 상대적으로 운영 효율성이 낮아 사업자들이 기피한다는 점과 코로나19로 인해 악화한 영업환경을 고려해 이번 입찰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업자들은 다음달 7일부터 14일까지 입찰 참가 신청을 하고, 15일 오후 4시까지 사업제안서와 가격입찰서를 제출하면 된다.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 이후 계약 기간에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여객 수요가 40% 이상 감소하면 임대료를 감소율의 절반에 상당하는 비율만큼 즉시 감면해 사업자의 리스크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만큼 신라와 롯데·현대백화점 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T1) 면세사업권 2차 입찰에 참여할지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동일품목에 대한 중복낙찰을 허용하지않아 현대백화점면세점은 DF6(패션·기타) 구역에는 입찰하지 못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이달 공고가 나오는 제주 시내면세점 입찰전에도 참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11월 강남면세점을 시작으로 강북, 인천공항을 거쳐 제주까지 면세사업 확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신세계면세점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현대백화점그룹이 참여하게 되면서 2파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0일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운영위원회를 열고 서울과 제주에 각각 한 곳 씩 대기업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추가로 내주기로 결정했다. 이달 내 특허신청 공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신청 기업에 대한 특허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최종사업자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모기업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HCN을 수천억원대의 매각하면서 현금 확보에 나선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의 입찰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정지선 회장이 면세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집중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던 지난 2월에 시내면세점 2호점인 동대문점 오픈을 강행했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그 뒤 진행된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에도 참여해 신세계면세점을 제치고 공항면세점에 첫 발을 들이며 면세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인천공항은 세계 3위 규모의 공항인데다 면세점 매출도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현대백화점 면세점 입장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공항점 추가로 현대백화점면세점 점유율은 7% 수준까지 오를 전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현대백화점면세점 점유율은 2.66%이다.

 

정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비상(非常)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는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혁신적 사고’를 통해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창사 첫 계열사 매각부터 사업영역 확장, 면세점, 아울렛, 백화점 출점까지 코로나라는 전례없는 불황속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정지선 회장이 유통업계의 주도권을 쥐고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