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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묵 삼성생명 대표 과제, 퇴직연금 균형잡기 '아직'은

상반기 계열사·DB형 쏠림 '여전'..."DC형 증가, 조정 중"

 

[FETV=권지현 기자] ‘실력’을 보여주기에 3개월은 짧았던 걸까.

 

지난 3월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 취임 후에도 삼성생명 퇴직연금의 계열사 및 확정급여형(DB) 쏠림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 전문가로서 기대감을 받고 출발한 전 대표지만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성과는 '아직'이라는 평가다.

 

전 대표는 삼성자산운용 대표 시절 생애주기펀드(TDF) 적립액을 크게 늘린 저력이 있다. TDF는 예상 은퇴 시점에 투자자들의 자산규모가 최대가 되도록 생애주기별 자산배분 프로그램에 맞춰 자동으로 투자해주는 상품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적립액 1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그의 삼성생명 대표행이 결정될 당시 보험업계에서는 전 대표가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 개인형(IRP) 적립액을 늘림으로써 계열사 및 DB형에 치우친 삼성생명 퇴직연금 구조를 균형감 있게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전 대표 취임 후에도 퇴직연금의 계열사 및 DB형 의존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삼성생명 퇴직연금 전체 적립액 29조4102억원 중 52.14%(15조3348억원)가 삼성전자 등 자기계열사에서 나왔다. 지난 1분기(52.51%) 대비 0.37%포인트(p) 소폭 하락한 수치다. 전 대표 취임 후에도 계열사의 적립금 비중에 변화가 없는 것이다.

 

 

생명보험사 ‘빅3’인 한화생명·교보생명과 비교할 경우 삼성생명의 계열사 의존도는 더욱 눈에 띈다. 올 2분기 한화생명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4조1531억원) 가운데 계열사 적립금 비중은 15.97%(6635억원)이며, 교보생명(7조3595억원)의 경우 2.33%(1720억원)에 불과하다. 삼성생명 퇴직연금 가입자의 경우 계열사 외 개인 등 기타가입자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퇴직연금 제도별로 살펴봐도 삼성생명 퇴직연금의 '쏠림 현상'은 여전하다. 퇴직연금은 통상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그리고 개인형(IRP) 등 세 가지로 나뉜다. DB형은 전통적인 퇴직연금 유형으로 회사가 퇴직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해 운용하다가 근로자 퇴직 시에 연금이나 일시금 등으로 확정된 퇴직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반면 DC형과 IRP형은 기업이 아닌 근로자 개인이 운용하므로 운영 결과에 따라 퇴직연금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올 2분기 기준 삼성생명 DB형 총 적립액(23조8562억원)의 62.0%에 해당하는 14조7963억원이 계열사로부터 적립됐다. 반면 DC형과 IRP형의 삼성 계열사 비중은 각 13.0%, 0%였다. 전체 적립액 중 삼성생명 DB형(81.1%)과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는 한화생명 DB형(81.7%)의 경우 계열사 비중은 14.8%다. 삼성생명의 경우 계열사 대부분이 DB형에 치우쳐있어 DC·IRP형은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DB형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 가운데 DB형의 비중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DB형 퇴직연금 비중은 63.2%로 전년 대비 1.3%p 하락했다. 반면 근로자가 적립금을 직접 투자·운용해 연금액을 늘릴 수 있는 DC·IRP형의 적립금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DC형 적립금(57조8000억원)은 1년 전보다 16.3% 늘었으며, IRP형(25조4000억원)은 32.4%나 증가했다. 특히 IRP형의 경우 고령화에 따른 수요 증가로 해마다 큰 폭으로 적립금이 늘것으로 전망된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IRP형의 경우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가입의무화 연령을 기존 55세에서 정년의무화 연령인 60세 수준으로 상향조정하고, 법정 퇴직금제도의 퇴직일시금을 IRP형으로 자동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이 같은 움직임을 쫓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 2분기 기준 삼성생명 퇴직연금의 DB형 적립비중(81.11%)은 올 1분기 대비 0.2%p 감소하는데 그쳐 여전히 8할 이상을 차지한다. 같은 기준 DC형(14.07%)의 경우 0.2%p 증가했으며, IRP형 적립액 규모는 4.81%로 전 분기와 동일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DB형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퇴직연금 적용을 받는 직원 대부분이 젊기 때문”이라며 "2013년 이후 DB형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DC형은 트렌드에 맞춰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