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푸드경제TV)=송현섭 기자]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사업전망이 불투명했던 두산중공업이 두산엔진 사업부문을 2300억원에 매각,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
15일 산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사모펀드(PEF) 계열사 두산엔진을 소시어스와 웰투시인베스트먼트로 2300억원에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두산중공업은 우선 두산엔진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 분할해 두산중공업과 두산엔진의 투자회사를 합병하고, 사업회사 지분은 모두 사모펀드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에 매각한다.
아주캐피탈 인수로 주목받았던 소시어스와 웰투시 등 인수자는 두산엔진의 차입금 1496억원을 떠안고 경영권 지분 42.66%를 822억원에 매입해 모두 2300억원을 들여 회사를 인수한다.
따라서 내달 26일로 일정이 잡힌 주주총회에서 이번 안건이 통과되면 오는 5월31일 두산엔진 사업회사 지분매각에 대한 명확한 일정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증권가에선 이번 M&A로 두산중공업의 자산은 별도법인 기준 1632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당장 두산엔진 매각대금을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며 올해 자체사업 역시 강화할 방침이지만, 국내 탈원전 정책에 따라 주력사업인 원자력·석탄화력발전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역부족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두산중공업은 연결기준 작년 매출 14조5236억원에 영업익 9257억원으로 외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냈지만 중공업 부문은 매출 5조7442억원, 영업익 1903억원으로 전년대비 7.4%와 33.8%씩 감소하고 이자비용 등을 감안하면 125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두산중공업은 당초 가스발전소 전환이 예상됐던 포스파워를 기존 석탄발전소로 유지하도록 결정됐다면서 두산중공업이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만큼 수주 기대가 높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정부가 작년말 발표한 ‘3020 신·재생에너지 대책’에 따라 16.5GW의 신·재생에너지 신규 설비들 중 13GW가 해상풍력 발전시설로 예상되는데, 국내에선 두산중공업이 유일하게 실적을 갖고 있어 유리하다는 입장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 호조를 이어가며 6년만에 지난해 최대실적을 낸 두산인프라코어와 미국 등 해외 건설기계 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두산밥캣을 제외한 중공업 부문의 사업부진과 불투명한 전망 때문에 증권가 일각에서 두산중공업 매각설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의 주력사업인 원자력·석탄화력이 정부의 에너지정책 때문에 직격탄을 맞았고 향후 실적개선 기대도 어렵다”며 “회사가 매각설을 전면 부인하고 신수익원 발굴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전히 매각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장 문제가 되는 두산중공업의 부채비율 개선과 신재생 에너지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데 시간과 자금이 많이 투여될 수밖에 없다”면서 사견임을 전제로 “그룹차원에서 상당한 위험을 감내하면서라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