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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보험시장 '2차 공세' 준비

1차 M&A 이어 '디지털·통합' 통한 판 깨기 나서
대형사에 외국계·중소형 보험사도 대응 착수

 

[FETV=권지현 기자] "하나손해보험에 대해 그룹에서 다양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금융지주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보험시장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이어 계열 보험사에 대한 ‘힘 싣기’를 통해 시장 주도권 확대에 들어갔다. 지주 내 은행, 증권 등이 보유한 강력한 '디지털' 인프라를 앞세워 지주-보험사 간의 시너지를 통해 보험업계 세력구도를 바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8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은 NH농협손해보험과 디지털플랫폼 강화를 위한 협의회를 개최했다. 오는 9월 양 사가 힘을 모아 만든 첫 보험 상품 출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디지털보험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농협은행은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 바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은행권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플랫폼을 구축했으며, 그동안 시장에 내놓은 상품은 저축(변액)보험, 연금보험, 보장성보험 등 총 25종에 달한다. 금융지주 차원의 든든한 지원도 예고돼있다. 함용문 NH농협은행 부행장은 “앞으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며, 다양한 상생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6월 하나손해보험을 출범시켰다. 하나손보는 하나금융그룹 내 최초의 손보사이자, 하나금융지주의 14번째 자회사다. 교직원공제회가 보유하던 더케이손해보험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해 본격적인 디지털 종합 손보사로서의 영업을 시작했다.  보험사업 라인 구축은 그동안 하나금융의 오랜 숙원이었다. 하나금융은 하나손보를 통해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비은행 부문 이익의 극대화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 역시 지주 차원에서 자사 손보사에 힘을 실어주면서 하나손보를 디지털 기반 종합 손해보험사로 만들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와 온라인 채널 및 외부 네트워크 협업을 통해 여행자, 레저, 특화보험 위주의 그룹 플랫폼 활성화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기존의 자동차 보험 등 전문 분야에 디지털을 더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신생활보험 플랫폼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손보와 하나생명의 시장점유율(지난해 수입보험료 기준)은 0.6~0.7%에 불과할 정도로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디지털 전환에는 오히려 작은 몸집을 강점이 될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 계열 신한생명은 이달 초 법인보험대리점(GA) ‘신한금융플러스’를 설립하고 다음 달 중 영업을 개시한다. 신한금융플러스는 인슈어테크(보험+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상품 추천 시스템을 도입해 보험시장 공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표준화된 영업 모델을 통해 차별화된 완전판매 프로세스를 구축해 그동안 GA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불완전판매 단점을 극복해 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내년 7월 1일을 목표로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와의 통합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지 약 3년 만에 신한생명과 통합하는 셈이다. 양사 통합이 완료되면 신한금융은 당기순이익 기준 업계 3위이자 국내 생보업계 업계 탑 티어(Top Tier·일류) 보험사를 보유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총자산 합계는 68조498억원에 달해 64조8154억원의 NH농협생명보다 커진다. 수입보험료도 8조원을 넘겨 NH농협생명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매각 이후 보험 자회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 역시 보험사 인수 가능성이 열려있다.

 

금융지주들이 이처럼 보험산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저금리·저출산·경쟁 격화 등 지속적인 보험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보험업이 꾸준한 현금원을 창출하는 등 여전히 ‘괜찮은’ 사업부문이기 때문이다. 보험업이 대표적인 보수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기존 시장 선점 구도를 뚫기에는 쉽지 않지만 금융지주 차원에서 인프라를 활용한 디지털 강화를 통해 자사 보험계열사를 집중 육성할 경우에는 판도 변경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 전제된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보험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있다. 보험을 괜찮은 비즈니스로 보고 충분한 기회가 있다고 본다”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발언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비대면’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보험산업에 디지털을 접목할 경우 발생하게 되는 다양한 사업의 수요는 보험사들에게 ‘미래 먹거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산업의 디지털화는 상품 설계 및 개발, 요율 산출 및 인수심사, 판매 및 유통, 사후관리 및 지원, 지급관리 등 여러 연관 사업의 서비스 개발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융지주들은 보험사 M&A를 통해 보험시장 ‘1차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지난 4월 KB금융은 업계에서 ‘알짜 보험사’로 평가되던 푸르덴셜생명보험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당시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인수 목적을 “그룹 내 생명보험 사업부문의 경쟁력 강화”라고 밝혔다. 생보 계열사 강화는 그동안 KB금융의 오랜 숙원이었다. 윤 회장은 작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생명보험 분야를 더 보완해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여망이 있다”고 생보사 인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었다. KB금융 생명보험계열사인 KB생명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기준 160억원으로 금융그룹의 계열사로서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인수 전인 푸르덴셜생명의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준 1407억원이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018년 9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품에 안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해당 인수를 두고 신한금융이 KB금융과의 1등 금융사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움직이라는 해석이 우세했었다. 보험업 강화 여부가 그만큼 금융사의 순위를 가르는 주요 산업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한편 금융지주들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보험사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특히 그동안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와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대형 손보사가 주도했다면 최근엔 외국계 및 중소형사로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AIA생명은 디지털 역량 강화에 기업 방점을 두고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통신 기기를 최신화하고 클라우드와 네트워크에 선진 기술을 적용해 자사는 물론 파트너사와 함께 디지털 전환을 이뤄낸다는 구상이다. 인재영입에도 속도를 낸다. AIA생명은 카카오뱅크, 라인뱅크 등 디지털 은행 설립을 자문하고 국민은행, 라이나생명 등의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최고기술디지털책임자(CTDO) 등으로 합류시켰다. 

 

교보생명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 정회원사로 등록하고 혁신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낸다. 아울러 인터넷 판매 채널 확대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흥국화재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통해 디지털혁신 업무를 추진한다. 흥국화재는 RPA 도입 후 지난 해 기준으로 연 3만8000시간의 업무량을 절감했으며, 전사적으로 스마트워크를 추진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효율적으로 업무시간 활용을 통해 고객서비스 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