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정몽규 HDC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백지화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채권단이 ‘재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비판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협상을 위한 카드는 꺼내지 않은 가운데 정 회장이 계약금 회수와 인수합병(M&A)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사전작업에 들어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비판을 우려했기 때문인지 정 회장은 아시아아나항공과 거리를 둔채 가격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인수작업 중단을 위한 명분쌓기에 나섰다는 소리가 파다하다.
![정몽규 HDC 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731/art_15958960647988_d79799.jpg)
◆HDC현산-아시아나, 사실상 ‘노딜’로 가나=HDC현대산업개발은 26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세부사항 재점검을 위해 정식 공문을 발송했지만 공식적인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금호산업이 계약종결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 “거래종결을 위한 노력보다 계약해제를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한 달 내 거래종결’을 요구한 데에 따른 답변이다.
이번 HDC현산의 입장은 정몽규 회장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회동 이후 한 달 만에 나온 것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최종 입장을 정 회장에 요구하며 사실상 재협상에 응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영구채 출자전환과 구주·신주 가격 재협상 카드가 거론됐다.
하지만 정 회장은 협상 테이블에 직접 나서지 않고 공개적인 비판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인수를 원하면 물밑 협상을 해야 하는데 당사자의 입장을 외부로 밝히는 건 의도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HDC현산은 “인수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다음 달 중순부터 아시아나항공을 12주 동안 재실사”하자는 내용도 덧붙였다. 하지만 재실사가 이뤄지더라도 HDC현산은 잃을 게 없어 M&A가 정상적으로 추진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금호산업과 채권단이다. M&A가 무산될 경우 인수금을 바탕으로 사업재편을 해야 하는 금호의 재기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직접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노딜'이 현실화 될 경우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때문에 이번 입장은 정 회장의 ‘명분 쌓기 용’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 실패의 책임이 정 회장으로 쏠릴 경우 2500억원의 계약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고 향후 M&A 시장에서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매도인이 계약 파기를 먼저 밝히는 상황을 위해 정 회장이 ‘명분 쌓기’를 위한 시간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떠맡게 되면?=M&A가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으로 넘어가게 될 확률이 높다. 이동걸 회장도 인수 무산에 대비해 27일,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사실상 코로나19로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가 불가능한 가운데 산은은 향후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 위해 자산매각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고강도의 ‘군살빼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이 직접 아시아나항공을 관리하게 될 경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매각은 필수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분기 기준, 23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는데 이중 자산가치가 2000억원이 넘는 기업은 아시아나IDT와 금호리조트, 에어서울, 에어부산, 금호티앤아이㈜ 등이다.
다만, 항공업의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을 담당하는 아시아나IDT는 분리 매각시 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 향후 통매각의 대상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다. 또 항공업 불황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원하는 매수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아 재무구조 개선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또 강력한 구조조정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직접 관리하며 2015년 1만3199명이던 임직원수를 2020년 9500명 수준으로 줄였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직원수는 9000여명에 달한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을 관리하며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파견인력으로 보냈다. 기업 내부 상황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항공업은 복합 산업이기 때문에 직접관리가 어려워 금호아시아나그룹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은 사람과 물류가 이동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관계가 중요하고 고객접점 산업”이라며 “국제관계도 얽혀 있어 복잡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