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꿈을 위해 항공업 진출을 선언했던 정몽규 HDC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좌초 위기에 몰렸다. 지난 9일, 채권단에 재협상 요구를 했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인수 철회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HDC현대산업개발]](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624/art_15918338592616_e9c9c1.jpg?iqs=0.2407422138987499)
[FETV=김현호 기자] 항공산업 진출을 노렸던 정몽규 HDC 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급제동’ 시켰다.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9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재협상’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시계제로’에 빠지면서 국내 항공산업에 재편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인수 철회가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로 악화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황이 ‘악화일로’에 빠졌기 때문이다.
◆최악으로 치닫는 아시아나항공 재무상태=현산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지난해 2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함께 경쟁하던 애경그룹보다 무려 1조원 높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아시아나의 시가 총액은 11일 오전 기준, 9421억원에 불과하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등 자회사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도 3배 가까운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게 현산의 입장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무상태도 최악이다. 1386%였던 지난해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6279%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부채금액은 1조원 가까이 늘어난 13조2040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4분기 모두 적자가 발생했고 올해 1분기에도 208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2020년 1분기 말 자본총계가 2019년 반기말 대비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신뢰하지 않는 정몽규 회장=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정확한 재무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아시아나 측에 11차례에 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신뢰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 금융감독원 공시에 올라온 아시아나항공의 3월19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내부 회계 관리제도에 '부적정' 의견을 냈다.
삼일회계법인은 부적정 의견의 근거로 '항공기 정비비용을 인식하기 위한 충분하고 적합한 통제활동' 및 '리스(항공기 임대) 회계처리의 정확성을 검토하기 위한 충분한 통제활동'을 설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이 제출한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힌 대목이다. 삼일은 지난 3년 동안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를 감사한 회계법인으로 아시아나 측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나 다름이 없어 보인다.
◆재협상은 이뤄질 수 있을까?=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산에 이번 달 27일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현산은 이에 대해 “직접적인 논의가 가능해진데 대해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 한다”며 “대승적 차원의 실질적인 논의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수와 관련한 재협상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이에 채권단은 10일, "구체적인 조건부터 제시하라"며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화가 없다면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와 신주금액을 가장 먼저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현산 컨소시엄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주당 4700원으로 계산해 322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며 약 2조1777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식매매계약(SPA)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구주 가격 조정이 이뤄지면 금호산업의 반발이 예상된다. 당초 금호 측은 구주금액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사업에 투자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구주금액과 관련한 논의는 회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비교적 수월하게 매각 대상자를 찾았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이 회장은 그동안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을 원칙으로 매각협상을 진행했다. 현산이 구체적인 재협상 조건을 제시할 경우 채권단이 이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아직 알 수 없지만 ‘특혜’ 논란에 빠질 우려가 커지게 된 것이다.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우선협상자를 재선정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악화로 입찰에 참여할 기업이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산업은행은 10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는 의지에 변함이 없는 현산의 입장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산이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