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정부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코로나19發 경영난으로 돈줄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한시름 덜게 됐다. 물론 지원 댓가는 뒤따른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4일 지원 배경을 설명하면서 “항공사의 자체적인 자본확충과 경영개선 노력 등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미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어떤 카드를 추가적으로 꺼내들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원태 회장은 이미 그룹의 자산을 매각과 고정비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지분, 파라다이스 호텔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매각 과정이 진행중이다. 또 제주시 연동에 있는 사원주택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렌탈이 ㈜한진의 렌터카사업을 인수했다.

모든 매각이 완료되면 한진그룹은 수천억 원의 현금실탄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올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회사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4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상반기에 갚아야 할 돈이 1조2000억원이다. 따라서 국책은행의 이번 지원은 상반기만 고려된 것으로 대한항공은 자구 노력을 통해 하반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올려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코로나19 기세가 잠잠해지면서 국내·제 노선 수요가 2분기 넘어 회복 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영 정상화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항공, 관광 등의 산업이 4분기를 넘어 내년에 회복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대한항공이 1분기에 248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부채비율을 늘리지 않기 위해서는 자산 매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미국 뉴욕특파원 간담회에서 항공산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다른 사업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호텔업을 핵심사업으로 분류했지만 매각이 가장 유력한 사업으로 분석하고 있다. 호텔업에 적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호텔사업의 영업이익은 56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주요종속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도 지난해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2018년 전체 매출은 1070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24.3%가 떨어진 800억원을 기록했다. 한진칼 호텔사업은 총자산이 1조5730억원으로 평가 받고 있어 가장 유력한 매각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정석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주요 빌딩도 매각 대상으로 분류된다. 정석기업은 오피스빌딩 임대 및 건물관리 등의 용도로 부동산임대를 담당하고 있으며 서울시 소공동에 위치한 한진빌딩 2개동과 인천, 부산 등 빌딩·토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항공예약시스템인 토파스여행정보와 여행알선과 임대사업을 담당하는 ㈜한진관광의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