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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투데이]회장 취임 한돌 조원태...한진그룹 앞날은?

 

[FETV=김현호 기자]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취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4일, 1주년을 맞는다. 취임 1주년을 자축해야 하는 분위기지만 대한항공의 유동성 위기와 경영권 분쟁 장기화로 조 회장의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측은 1주년 행사는 열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원태 회장은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공개저격에 이은 KCGI, 반도건설의 합동 작전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경영권 위기 속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지를 받았고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까지 품에 안으면서 지난달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임기 3년을 보장받게 됐다.

 

한진칼 주총에서 반드시 경영권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던 주주연합은 사내외 이사 추천 후보자 모두 이사회에 진입시키지 못하며 대패를 당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최근 주주연합의 지분이 조 회장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주주연합은 KCGI(19.36%),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 반도건설(16.90%) 등 총 42.75%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41.30%)을 넘어섰다.

 

조 회장에게 악재가 겹친 이유는 KCGI와 반도건설이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분을 추가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조 회장 측은 ‘백기사’ 역할을 했던 델타항공이 코로나19 여파로 구제금융까지 신청해 지분 확보가 쉽지 않게 됐다. 새로운 우군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항공업의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적절한 후보자 탐색도 어려워 보인다.

 

조양호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석태수 한진칼 대표는 “항공업은 자본집약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며 운항, 객실 등 복잡한 기능을 통합하고 관리하기 위해 시간과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이 16년 동안 훈육과 가르침을 받으며 대한항공을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조 회장은 조 전 회장의 지도아래 경영전략본부, 자재부, 여객사업본부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의 창업 이념인 ‘수송 보국’을 재현하려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에 빠진 대한항공을 구출해야 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대한항공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전세계 쇄국(鎖國)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빠지며 1분기에만 248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1조6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4월에만 갚아야 하는 회사채 규모가 2400억원에 달한다. 또 임직원 급여와 항공기 리스료 등 고정비 납부 금액 규모도 4000억~5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만해도 4조원이 넘는다.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 인원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휴업에 들어갔고 임원진들의 급여는 30~50%까지 반납하기로 결정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정부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 조성을 발표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항공업계에는 공항시설료 감면·납부유예는 8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정류료, 계류장 사용료 ▲착륙료 ▲공항시설 사용료 ▲구내영업료 등을 감면하기로 했다.

 

정부의 지원으로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대한항공을 지원하기 위해 회사채 직접매입 등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주주의 적극적인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미 조 회장은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등 유휴 자산을 매각하며 현금 '실탄'을 챙기려하고 있다. 또 그룹 계열사인 ㈜한진은 15년 만에 렌터카 사업까지 정리하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1조원대의 유상증자와 칼호텔네트워크 등 자회사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1년간 각종 잡음에 시달리며 '빛'을 보지 못했다. 그룹을 재건시켜야 하는 중책까지 떠 안게 돼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주주들에게 신뢰를 받으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조 회장이 위기 경영을 극복하고 '오너 경영'이 아닌 항공업 전문 경영인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