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1분기 마감을 앞둔 조선업계가 수주에 ‘훈풍’이 부는 분위기다. 친환경 규제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선을 연이어 수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합병 여부가 결정되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으로 난항을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대비 조선3사(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LNG선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17년에는 LNG선 발주량의 67%를 차지한데 이어 2018년에는 90%가 넘는 비율을 차지하며 72척 중 66척을 따냈다. 지난해 발주된 물량 중 국내 몫은 80%에 달했다. 수주 물량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한국의 LNG선 수주 규모는 최대 80척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NG선 발주량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때문이다. IMO는 2020년부터 황산화물을 3.5%에서 0.5%로 대폭 낮춰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황산화물은 산성비를 유발하는 대기오염물질을 말한다. 친환경 선으로 분류되는 LNG선 발주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셰일혁명과 호주의 해양가스전 생산 증가로 LNG선의 발주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르웨이 선박중계업체인 펀리스는 “2026년까지 800척의 LNG선이 전 세계에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 국의 LNG선 발주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토탈’은 모잠비크에서 가스전 개발계획을 세우기 위해 LNG선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발주 물량은 17척으로 3조4000억원 규모다. 최근 조선해운 전문매체인 트레이드원즈는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이 LNG운반선 10척의 입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노바텍과 쇄빙 LNG운반선 15척을 모두 수주한 경험이 있고 삼성중공업도 노바텍의 해양가스전 프로젝트에 참여해 LNG운반선을 수주한 경험이 있다. 러시아발(發) 수주가 기대되는 이유다.
LPG 수주 바람도 예고되는 분위기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LPG 수출량은 두 자릿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LPG선의 신규 발주가 전년 보다 30% 가량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배세진 현대자동차 증권 연구원은 “2020년 LPG선의 본격적인 발주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는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양측의 합병은 6개 국가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첫 승인을 받았다. 남은 5개 국가 중 한 곳이라도 합병에 동의하지 않으면 세계 시장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매머드 조선사는 탄생하기가 어렵게 된다. 동의하지 않은 국가에는 수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대우는 유럽연합(EU)의 심사가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EU는 산업간 경쟁법이 가장 발달해있어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7월 합병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EU는 이미 1차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2차 심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심사에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오해의 소지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와 일본도 넘어야할 산으로 분류된다.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도 EU와 마찬가지로 “사업이 중복돼 조선사 간 경쟁체제가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양사의 합병은 협정 위반이라며 신고했다. 다만, 현대중공업 측은 “일본이 문제를 제기한 곳은 국토교통성”이라며 “기업결합 심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합병 심사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공정취인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