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조성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2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선고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이 부회장은 재구속 또는 집행유예라는 두 가지 갈림길에 서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8월 29일 국정농단 상고심 선고에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심이 무죄로 판단한 이 부회장이 최순실씨 측에 제공한 말 세 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등 50억원 등을 추가로 뇌물로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는 말 세 마리와 재단 후원금을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의 판단을 인정하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의 거취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경영 활동 차질이 불가피해 진 상황이다.
우선 파기환송심이 대법원 판단을 인정하게 되면 삼성은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파기환송심이 대법원 판단을 그대로 인정하게 되면 실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뇌물액을 말 세 마리 구입비용과 영재센터 후원금 등 50억원을 추가로 인정하면서 총 86억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뇌물액은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액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따라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으로서는 지난 2017년 이후 2년여 만에 또 다시 ‘시계 제로’에 휩싸이게 된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경영 환경에서 위기 탈출은커녕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되는 셈이다.
특히 글로벌 1위와 ‘초격차’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의 부재는 대규모 투자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백이 불가피해 삼성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상참작 시 ‘집행유예’ 가능성도
다만 파기환송심이 50억원을 추가로 뇌물로 인정하더라도 이 부회장이 최씨 측에 건넨 돈의 성격에 대해 대법원이 ‘강요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만큼 감경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대법원에서 재산국외도피죄 무죄가 확정됐고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된 횡령액을 전액 변제했다는 점도 정상참작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즉 파기환송심이 ‘작량감량’을 통해 이 부회장의 형량을 최대 절반으로 낮춰 징역 3년이하의 실형과 함께 집행유예 선고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삼성으로서는 집행유예 선고 시 그동안의 경영 불확실성에서 확실히 벗어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수년간 따라붙은 국정농단 꼬리표에서 벗어나 경영 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 ‘총수’ 역할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월 일본 수출 규제 조치가 실행된 직후 즉각 현지로 떠나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해 다양한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논의했다. 또한 국내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제 등도 만나 활로 찾기에 매진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선고 이후에도 이 부회장은 예상을 깨고 적극적인 대외 행보에 나섰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 추석 연휴기간 전자 계열사가 아닌 삼성물산의 사우디아라비아의 지하철 공사 현장을 찾는 등 ‘총수 역할’에 좀 더 집중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과 인도를 잇따라 방문하며 세일즈 외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일본 이동통신업계 2위인 KDDI사(社)와의 2조원대 5G 장비공급 계약에는 이 부회장이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지난 10일 2025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R&D)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원의 투자 계획과 지난 4월 무려 133조원 규모의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등 미래먹거리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오는 26일 삼성전자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이 부회장은 향후 삼성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 상황을 체크하고 미래 사업 전략 수립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 연장을 고려했지만 재판이 계속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물러나기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미래 걸린 판결…경제 상황 고려해야
재계에서는 이번 파기환송심의 판결에 대해 이 부회장의 거취는 물론 삼성의 미래와도 직결돼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국내 경제에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이번 판결이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법의 엄정한 잣대만 들이대기 보다는 현재 국내 경제가 처한 상황도 고려해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의 부재는 위기 탈출에 나서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컨트롤 타워가 사라지는 셈”이라며 “최근 정부와 발맞춰 신사업 프로젝트 진행 등 국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경제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