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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중공업


'포스코맨 출신'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의 고뇌

안동일 사장, 취임 6개월 맞이했지만 상반기 성적 지지부진
원가 부담에 철강 가격 올려야 하지만…조선·자동차업 ‘반대’
트럼프發 관세 폭탄에 환경오염 문제 산적…하반기 전망 ‘어두워’

[FETV=김현호 기자]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현대가 최고의 라이벌로 손꼽는 포스코 출신이다. 현대제철이 경쟁사 출신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은 창사이래 안 사장이 처음이다. 적군의 야전사령관을 최고지휘부 수장 자리에 앉힌 만큼 현대제철 임직원은 물론 현대차그룹 최고경영진의 안 사장에 대한 기대감은 엄청나다.

 

안 사장은 줄곧 포스코에서만 35년 근무한 제철설비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현대제철 입장에서 안 사장은 경영실적으로 획기적으로 개선해줄 특급 구원투수다. 그런 안 사장이 현대제철의 지휘봉을 잡은지 막 6개월을 넘어섰다. 현대제철 외곽에선 요즘 안 사장 마음이 무거울 것이란 말이 무성하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의 기대와는 현대제철의 경영 성적표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 경기 악화, 원재료 가격 상승 등 현대제철을 압박하는 악재가 최근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오는11월 ‘현대제철 고로(용광로)’ 조업정지 취소' 여부를 판가름하는 법원의 결정도 현대제철의 지휘봉을 잡은 안 사장에겐 큰 부담거리다. 

 

현대제철은 올해 2분기 매출은 5조5719억원, 영업이익은 232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역시 매출은 2.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8.1%가 줄어들었다. 앞서 1분기에도 매출은 5조715억원, 영업이익은 212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7.6% 감소하는 등 비슷한 곡선을 보인 바 있다. 결과적으로 올해 상반기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급감하는 등 전형적인 외화내빈의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실적부진은 차입금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대제철의 1분기 순차입금은 전년대비 5660억원이 늘었다. 부채비율은 88.6%를 기록하며 2.4%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현대제철의 부진은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 상승과 중국 자동차 시장 부진으로 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철광석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4월에는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격이 오른 결정적인 이유는 전 세계 철광석을 50% 가까이 공급하는 호주와 브라질에서 공급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호주는 사이클론 피해가 발생했고 브라질에서는 올해 1월 댐이 붕괴됐다.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자연스레 원재료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됐다. 따라서 현대제철은 가격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사에 공급하는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을 올리려했지만 조선업계는 실적부담의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을 이유로 현대제철에서 납품 받는 강철판(강판) 가격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못 박았다. 자동차 강판은 2017년 이후 가격인상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자동차업계가 가격인상을 꺼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시장의 부진으로 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베이징현대차의 5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21만7136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5.9%가 줄어든 수치였다.

 

가격 인상이 어렵게 되자 현대제철은 ‘월별 고시제’를 시행중에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건설업계가 ‘단가 인상’의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악재에 둘러싸여 있는 현대제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 사업이 자동차 사업이고 특히 자동차 강판은 고급재로 쓰여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건설 자재로 쓰이는 봉형강의 판매 비중이 59.5%에 이른다. 사측은 이미 2020년까지 차량용에 쓰이는 판재류의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현대제철의 판재류 비중은 42%에 그친다. 결국 1년에 걸쳐 두 배 이상의 판매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의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테슬라 등 55건의 구매사 인증을 취득해 글로벌 자동차 강판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에 따른 자동차 강판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가 증가했다. 또 기아자동차가 30만대 가량을 인도에 공급하는 추세에 맞춰 자동차 강판을 공급할 예정이다.

 

안동일 사장은 사업부진 침체에서 벗어나야 하는 숙제와 더불어 환경문제 해결 숙제도 해결해야한다. 충청남도는 5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고로를 가동하면서 블리더(폭발 방지 안전밸브) 밸브를 개방해 대기오염을 유발시킨다며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에이 현대제철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집행정지 신청과 취소 심판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재는 조업정지를 하지 않고 가동 중”이라며 “11월쯤 위원회에서 심판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현대제철이 조업정지 처분을 받을 경우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조업정지가 4~5일이 넘으면 본체에 쇳물이 굳어 균열이 발생하고 이를 재가동하기 위해선 최대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로 1개에 복구기간이 3개월이 걸리면 최대 8000억원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한국산 송유관에 대한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미국산 철강재 사용을 유도하기 위함으로 현대제철은 29.89% 가량의 관세가 책정됐다. 안동일 사장 앞에 놓인 악재가 대내외적으로 겹쳐 있는 상황이다.

 

현대제철의 지주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안동일 사장을 구원투수로 영입하면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현대제철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차그룹 최고경영진의 기대감은 한 몸에 짊어진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이 산적한 난제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