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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해외


바티칸 성베드로광장 맥도날드, "홍보 위해 노숙자 이용" 비난

지난 달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 인근에 문을 연 미국 햄버거 체인 맥도날드가 홍보 전략을 위해 노숙자들을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지역사회 단체인 ‘세이프가드 더 보르고’(Safeguard the Borgo)는 맥도날드가 향후 6개월 간 노숙자들에게 1000개 햄버거 세트를 제공한다는 최근 계획에 대해 “노숙자를 이용하려는 상술일 뿐”이라며 “극심한 빈곤 완화를 위해 수년 간 매일 일해온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햄버거 세트는 더블 치즈버거와 사과, 물로 구성돼 있다.

이날 맥도날드는 세트 메뉴 50개를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햄버거 세트를 받은 피에르프란세스코 스피가(46)란 이름의 한 노숙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기업들이 맥도날드를 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국적 (식품)기업들이 영업이 끝난 뒤 가진 게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버리지 말고 나눠주는 것은 좋을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르고는 가톨릭 자선기관 카리타스와 같은 단체들과 노숙자들의 생존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일하는 지역 주민들의 헌신을 인식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보르고는 성명을 통해 “공짜 음료 제공이 얼마나 오래갈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받게될 것인가, 또 노숙자들은 맥도날드 매장과 매장 내 화장실을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될까”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햄버거 무료 제공 계획은 지난 해 맥도날드 입점 계획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던 시기에 비정부기구(NGO) ‘메디시나 솔리달레’(Medicina Solidale)의 제안을 맥도날드가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메디시나 솔리달레 대변인은 한 주에 1번씩 햄버거 세트 100개를 제공하길 바란다며, 이 사업이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지를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지난 해 12월 30일 가톨릭 본산인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 근처 보르고 지역에서 최초로 매장을 오픈했다. 교황청 소유 건물 1층에 자리한 맥도날드는 점포 개설 계획 단계부터 추기경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가장 강경한 비판론자 중 한 명인 엘리오 스그레차 추기경은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와 인터뷰에서 맥도날드 음식이 로마의 미식가 전통과 동떨어져 있으며,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맥도날드 입점이 수치스러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맥도날드와의 계약이 “논쟁적이고 정도에 어긋난 결정”이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광장인 성 베드로 광장 바로 옆에 맥도날드가 문을 여는 것은 건축적 전통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오해영 전문기자/이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