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한국의 대표적 전통발효식품으로 세계 5대 건강식품에 선정되며 전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지켜내기 위해 세계김치연구소(소장 박완수)에서 김치 시장과 산업에 대한 분석에 나섰다. 푸드TV뉴스는 김치 산업의 발전을 위해 세계김치연구소의 보고서를 중심으로 김치 시장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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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7년 설립된 농가식품은 국내는 물론 일본·중국 등 해외에도 김치를 판매하고 있는 우수중소기업이다. 농가식품은 2003년 일본에 김치 수출을 시작한 데 이어 2007년 중국으로의 수출에 성공하며 해외수출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중국수출 규모는 200만 달러에 달한다. 고객 중심의 경영을 실천하는 김치은 대표의 ‘김치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농가식품의 시작은 사업 실패로 나락에 떨어진 김 대표의 김치공장의 배달부터 시작된다. 통근차 기사로 일하게 된 그는 자정 무렵 모든 업무가 끝나고 나면 새벽에 영업하는 점포를 중심으로 김치 배달 일을 시작했고, 이는 1년 후 김치 대리점 사업을 시작하는 동기가 됐다.
김치대리점 사업을 시작한지 2년째 되던 해, 영종도에 공항이 설립되는 것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국제공항 건설 초기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갯벌만이 있었지만, 김 대표는 그곳에서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게 된다.
"김치 판매 적자봐도 신뢰로 영업망 확대"
국제공항의 건설이 시작되면서 당시 지인이 국제공항 건설현장에 있는 식당(이하 현장식당)에 영업을 해보라는 조언을 해줬다. 주위의 조언을 듣고 찾아간 영종도에서 그는 갯벌 한가운데 조립식으로 지은 현장 식당을 발견했다. 기쁜 마음에 무작정 그곳에 김치를 팔고자 했더니 현장 식당의 대표는 의아해하며 이곳까지 배달이 가능하냐고 되물었다.
김치은 농가식품 대표는 “당시 100~200Kg의 주문을 기대하고 무조건 배달이 가능하다고 대답했고, 현장식당의 대표는 김치 10kg을 주문했다"고 회상했다. 문제는 당시 김치 10Kg을 팔아서 5천원을 남겼는데 도강 비용만 1만8천300원이었던 것. 김 대표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영종도 국제공항에 적자 1만3천300원 을 보면서 배달을 했다.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10Kg 김치 배달이 3개월간 계속됐고 적자는 늘어만 갔다. 중간에 배달을 그만둘까 고민도 했지만 고객과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철학이 있었기에 손해를 보면서도 계속 김치 배달을 했다.
시간이 지나자 김치 주문량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10Kg에서 30Kg으로, 그리고 50Kg으로 김치 주문이 늘었고 현장 식당의 대표는 향후 그에게 점점 주문이 늘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현실이 됐다. 공사가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인부의 숙소로 활용되는 컨테이너가 하루에 20~30개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장식당은 하루 한 개씩 생겨나기 시작했고, 처음 거래했던 현장 식당 대표의 소개로 거래처가 24개까지 증가했다. 국제공항 건설 현장에 있는 거의 모든 현장 식당에 김치를 납품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그는 매일 약 2.4톤의 김치를 배달했고, 총 24개의 현장 식당 중 2곳을 제외한 모든 식당에 김치를 납품했다. 김 대표는 약 4년간의 영종도 국제공항 공사를 통해 큰 성공을 거뒀다. 김치 대리점에서 김치 제조업체로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
김치은 대표는 “당시 현장 식당 대표의 소개로 계속해서 영업을 늘려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 현장식당 대표가 공항공사로부터 공사의 모든 식당 운영권을 취득했던 사람이었고, 다른 현장 식당의 운영을 허가해주면서 김치는 김치은 대표의 김치를 써야 한다는 계약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며 "당시 손해에 연연하지 않고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을 지킨 것이 결국 큰 이익을 안겨준 셈이 됐다”고 말했다.

해외 현지인 입맛 맞는 김치 개발로 글로벌 시장 공략
농가식품의 주요 수출 국가는 중국이다. 2006년 중국에 김치 수출을 시작해 올해로 10년 동안 중국 수출을 지속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정부의 지원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 김치를 선호하지 않는다. 한국 김치는 양념이 강하고 맵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중국에 김치를 수출할 때, 한국이라는 브랜드 신뢰도만을 가져갈 뿐 수출용 김치 제품은 국내와는 다른 방법으로 제조한다. 매운 맛을 줄여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만든다. 또한 바이어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바이어들이 원하는 제품이면 무엇이든 ‘맞춤 김치 제품’을 만들어 공급했다.
중국에는 둘 사이의 신뢰와 의리를 중시하는 ‘꽌시’ 문화가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국가와 거래를 할 때는 합리성이 가장 중요한 미덕이지만, 중국의 문화는 다르다. 처음에는 큰 손해를 보는 것 같더라도 일단 신뢰관계가 구축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일이 일사천리로 해결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손해를 보더라도 중국 바이어들과의 신뢰를 구축했고, 그 결과 중국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김치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른 중소형 유통 채널 공략
김치은 대표는 현재 5명으로 구성된 ‘마켓 운영팀’을 운용한다. 마켓 운영팀의 역할은 중소형 마트, CVS채널 등을 관리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곧 김치 유통이 대형할인점 중심에서 온라인, 중소형 유통 채널 등 다각화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치은 대표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 이들은 김치를 구매할 때, 대형 할인점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집 근처에 있는 중소형 유통채널에서 2Kg 이하의 소용량 제품을 산다. 이미 농가식품은 김치 포장 소형화 작업을 마무리했고, 전문 영업팀을 만들어 중소형 마트 시장 영업에 매진하고 있다. 김치의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데 변화하지 않고 안주한다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는 것은 오히려 중소업체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대형 할인점은 중소업체에서 충족시키기 어려운 납품 기준이 있는데 반해 중소형 마트는 상대적으로 납품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또한 브랜드 인지도가 대기업의 유명 브랜드 대비 약하더라도 공급 가격이 낮고, 제품의 품질이 좋으면 중소형 마트에 입점할 수 있는 것도 중소업체에게 유리한 점이다.
김 대표는 “향후 중소 김치 업체의 생존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어려운 시기에 김치의 유통시장이 다변화 되는 것은 중소업체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다가오는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해야만 바늘구멍 같은 시장 기회를 잡고 생존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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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