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한국의 대표적 전통발효식품으로 세계 5대 건강식품에 선정되며 전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지켜내기 위해 세계김치연구소(소장 박완수)에서 김치 시장과 산업에 대한 분석에 나섰다. 푸드TV뉴스는 김치 산업의 발전을 위해 세계김치연구소의 보고서를 중심으로 김치 시장을 점검한다.
-----------------------------------------------------
풍미식품의 유정임 대표는 1986년 수원 세류시장의 15평 남짓한 가게에서 김치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김치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주변에 말했을 때 유정임 대표의 김치가 너 무 맛있다며 돈을 주고 구매하고 싶다던 지인들조차 그녀를 말렸다. 주위 사람들은 유정임 대표가 담근 김치의 맛은 최고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돈을 주고 김치를 사먹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정임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1980년대에는 이미 핵가족화가 진행 중이었다. 인구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사람들은 편리함을 추구할 것이고, 돈을 주고 김치를 사먹는 것이 익숙한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김치 사업을 시작해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풍미식품을 분석했다.

발로 뛰며 김치 판매
유정임 대표는 정작 사업을 시작했지만 김치를 판매할 곳이 없었다. 유 대표는 시장에서 직접 김치를 판매했지만 당시에는 김치를 구매해서 먹는 것이 대중화되지 않았기에 판매가 쉽지 않았다. 생각을 거듭한 끝에 유 대표는 기업의 구내식당을 떠올렸다. 구내식당에서는 김치를 기본 반찬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잦아 상품 김치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 대표는 오전에 김치를 담그고 오후에는 직접 만든 김치를 아이스박스에 담아서 주변에 있는 기업부터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유 대표는 매일 본인이 만든 김치를 모두 판매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발로 뛰는 영업을 계속했다. 유 대표의 적극적인 영업 활동으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김치 판매량은 늘어갔다. 사업 초기에는 하루 10Kg의 김치도 판매가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매일 100Kg의 김치를 판매할 수 있었다.
사업 시작 후 15년 정도가 지난 2001년에는 약 1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00년대를 전후로 상품 김치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됐고, 여러 업체가 김치 사업에 진출했다. 유 대표는 이것을 기회로 봤다.

가격경쟁 대신 R&D로 승부
2000년대 초반에 상품 김치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많은 중소업체들이 원가를 낮추는데 주력하며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반면 풍미식품은 가격 경쟁 대신 R&D 투자를 결정했다. 당시 중소업체 중에서 R&D 부서가 있는 경우는 흔치 않았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향후 대기업과도 경쟁하기 위해서는 김치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유 대표는 2001년 풍미식품 내에 R&D 부서를 만들고, 인근 대학의 연구 인력과 협업해 김치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김치의 맛뿐만 아니라 각 지역 김치의 특징과 영양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여러 지역의 독특한 김치 제조법을 연구하고, 그 제조 방식에서 힌트를 얻어 기존에 없던 칼슘 강화 김치, 사골김치 등 새로운 김치를 개발하는데 적용하기도 했다.
지속적인 연구의 결과로 풍미식품은 김치 관련 특허 30개 이상을 보유하게 됐고, 이는 현재의 풍미식품을 만들 수 있는 큰 발판이 됐다.

대기업 독과점 B2C시장, 유정임 브랜드로 성공
유 대표는 지속적으로 사업이 성장하면서 B2C시장의 진출을 고려했다. 제품의 품질은 자신 있었지만 대기업과 비교해 낮은 소비자 인지도가 문제였다.
유정임 대표는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도 우리 제품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B2C시장 진출을 생각했지만 대기업이라는 벽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사업초기 시장을 회상했다.
B2C시장은 D사, C사 등 대기업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과 비교해 자원 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효과적으로 자신의 제품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소비자에게 중소업체의 제품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대기업 제품과 비교해 차별된 고객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풍미식품의 전략은 유정임 대표, 본인이 브랜드가 되는 것이었다.
유정임 대표는 2010년 1월 김치 산업에 대한 공로와 전문성을 인정받아 농림수산식품부에 의해 대한민국 식품 명인 38호로 지정됐다. 유 대표는 국가에서 지정한 식품 명인이란 타이 틀을 활용해 B2C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치명인 유정임이 전통 방식으로 제조한 대한민국 최고의 김치’라는 가치는 대기업도 제공할 수 없는 소비자 혜택이라고 생각했다.
국내의 중소 김치 업체 중 상당수가 B2C시장의 유통 채널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풍미식품은 CEO 브랜딩을 통해 다양한 유통 채널에 제품을 입점해 B2C시장을 확대할 수 있었다. ‘유정임의 명인 김치’는 상대적으로 입점이 용이한 온라인 채널은 물론 홈쇼 핑, 대형할인마트, 국내 유명 백화점에도 입점돼 있다. 국내 중소업체로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이다.
유 대표는 30년 전, 15평의 허름한 김치 공장에서 홀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는 약 2천평 부지의 공장에서 90여 명의 직원과 함께 사업을 하고 있다. 젊은 시절 김치 사업으로 성공하겠다는 유 대표의 꿈이 일정 부분 실현된 것이다. 이제 풍미식품은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의 본격적인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관련 기사
[김치 시장 분석1]김치, 2조원대 시장 형성…중국산 수입 늘어
[김치 시장 분석2] 김치 제조업체 900곳 경쟁…대기업이 B2C 시장 장악
[김치 시장 분석3] 김치사업 성공요인 "김치제품 중심 사고 벗어나 소비자 생각 살펴야"
[김치 시장 분석4] 유통업체별 마케팅 전략 차별화… 백화점 '프리미엄', 편의점 '소용량'
[김치 시장 분석5] 유통채널의 새로운 기회…'오픈마켓·소셜커머스·TV홈쇼핑'
[김치 시장 분석6] 늘만나식품 '신뢰' 무기로 B2B시장 공략…학교 급식시장 변화에 대처
[김치 시장 분석8] 대일, 고가 김치 브랜딩 전략 성공…"해외 수출비중 50%까지 확대"
[김치 시장 분석9] 농가식품, 일본·중국 수출 성공…"현지인 입맛에 맞는 김치 개발"
[김치 시장 분석10] 참식품, OEM·유기농 김치 브랜드로 틈새시장 공략
[김치 시장 분석11] 자연식품, '묵은지' 컨셉 살려 차별화…온라인·홈쇼핑 유통 시너지
[김치 시장 분석12] 도미솔식품 "김치 고급화로 승부…학교에서 호텔까지 공략"
[김치 시장 분석13] 이킴, 1979년부터 김치 수출 시작…일본·캐나다·홍콩 등 5개국에 100억 수출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