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해=후지로얄코리아 대표] 커피에 관한 이야기 중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일에 집중하고 싶을 때나 잠을 깨고 싶을 때, 주로 찾는 것은 액체로 된 커피지만 인류 최초의 커피는 음료가 아니라 분쇄한 커피가루를 동물기름(버터)과 섞어 둥글게 반죽한 덩어리 형태였다고 한다.
그냥 씹고 뱉었는지, 덩어리를 떼어내어 물에 끓여 마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략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커피 덩어리’의 용도는 호전적이었던 민족이 전쟁에 나갈 때 전투력 향상을 위해 지참했던, ‘에너지 볼’이었다고 한다. 전투에 활용된 이 에너지 볼과 함께 기원전 2~3세기 에티오피아에서는 부족간 전투를 앞두고 전사들의 힘과 정신을 북돋우려고 전쟁을 위한 ‘커피의식’을 치렀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이 의식이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분나 마프라트’라는 관습으로 뿌리를 내렸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기원 전부터 커피는 이미 인류의 전쟁 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커피는 원래 숲 속에 자생했던 식물이었고, 이를 채취해 의식에 쓰거나 전쟁에 사용하거나 했었다. 그렇다면, 에티오피아가 고향인 커피나무가 어떻게 최초로 예맨으로 건너가게 되었을까. 최근 알려진 바로는 그 계기 역시 전쟁(분쟁)으로 인한 인류 이동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7세기경 이슬람교가 부흥하면서 기독교 국가인 악숨왕국이 에티오피아 서남부로 밀려 왔고, 해당 지역을 침략하면서 원주민을 노예로 끌고 갔다.
그곳이 바로 에티오피아를 대표하는 커피 자생지였다. 한편 이슬람교도들도 상업을 목적으로 에티오피아에 건너간 것이 기록에 남아 있으나, 최대의 수출품은 ‘노예’였고 이때 많은 에티오피아인이 예맨으로 건너가게 되었는데, 그들이 노예였기 때문이었는지 커피에 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2017년 출판된 <커피의 세계사(탄베 유키히로)>에 따르면, 이렇게 거대한 사람들의 이동이 있은 이후 15세기 예맨에 커피에 관한 기록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소개하고 있다. (중략) 더 보고 싶은가요?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