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자산 규모에 따른 차등 규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업권 성장 경로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은행 전환 가능성도 열어두는 방향이 제시됐다. FETV는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은행 전환 가능성과 규제 변화 흐름을 점검한다. |
[FETV=임종현 기자] 저축은행 업권에서 지방은행·인터넷은행 전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SBI저축은행이 거론된다. 총자산이 14조원에 육박하며 업계 빅5 가운데 가장 큰 체급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은행 전환 논의에서 자산 규모와 지배구조 요건은 핵심 기준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1차 기준은 자산 20조원이다. 광주·전북은행 등 지방은행의 자산 규모가 20~30조원대에 형성된 점을 감안해 사실상 은행 체급의 최소 기준선을 제시한 셈이다.
◆건전성 관리 기조 속 자산 확대 속도 둔화
이 기준과 비교하면 약 6조원 가량 격차가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4조58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과거와 비교하면 자산 성장 흐름도 다소 둔화된 모습이다. 2022년만 해도 총자산이 16조원에 육박하는 등 공격적으로 대출을 확대했지만 최근에는 건전성 관리와 대출 규제 영향으로 여신 규모를 줄이는 흐름이다. 대출 포트폴리오가 중·저신용자와 부동산 대출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는 점도 자산 확대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금융당국은 일부 규제를 완화하며 저축은행의 생산적 금융 역할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 영업구역 내 여신비율 산정 대상에 자산 5000억원 이상 중견기업을 포함하고 영업 대상도 중견기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동안 영업구역 내 여신비율은 개인과 중소기업으로 한정돼 있었다.
이 같은 규제 완화는 기업대출 확대 여지를 넓히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대출금 운용 규모는 10조9238억원이다. 이 가운데 가계자금대출이 6조5791억원, 기업자금대출이 4조1110억원이다.
실제로 2022년 말 자산이 확대된 시기를 보면 기업대출 확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업자금대출은 7조745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50.96%를 차지해 가계대출보다 비중이 컸다. 업계에서는 당시 수준까지 기업자금대출이 확대될 경우 자산 성장 속도도 다시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현재 금융 환경에서는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2년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대출 확대 여건이 마련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금리 수준이 높아지고 경기 둔화로 건전성 부담이 커진 상태다.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연체율은 4.39%로 2022년 말(2.03%)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좋고 기업 활동이 활발할 때는 대출을 크게 늘리며 자산 성장을 이어갈 수 있지만 현재는 경기 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무리하게 자산을 확대하기보다는 건전성을 고려한 여신 운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정비 진행, 빅5 중 SBI만 요건 충족
은행 전환 요건 가운데 하나인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정비 작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당국은 저축은행 자산 규모에 따라 대주주 지분 보유 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자산 20조원 이상은 50%, 30조원 이상은 34% 등으로 지분 한도를 낮추는 구조다.
빅5 저축은행 중에서는 SBI저축은행만이 요건을 맞춰나가고 있다. 현재 SBI저축은행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최대주주는 SBI홀딩스로 76.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자기주식 14.77%, 교보생명 8.5%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일본 SBI홀딩스로부터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인수하기로 했으며 올해 말까지 지분을 단계적으로 취득할 계획이다.
반면 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는 최대주주가 저축은행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지방은행 수준의 체급으로 성장한다면 지분 구조도 일정 부분 분산될 필요가 있다"며 "규모에 맞는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은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