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조직도에서 미래로봇추진단이 DX부문 산하 공식 편제에 포함되며 로봇 사업 강화 의지가 조직 구조 차원에서 확인됐다. 반도체 중심 호황 국면에서 로봇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HBM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43조60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도체 중심 실적 회복을 이뤘다. DS부문이 실적 반등을 견인한 가운데 이번 조직도 변화에서는 향후 성장 전략 방향이 함께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최근 공개된 조직도에서는 DX부문 중심의 변화가 확인된다. DX부문 산하에 생산기술연구소가 새롭게 신설됐고 기존 경영지원실은 경영지원담당으로 개편됐다. CTO 직속 디바이스플랫폼센터는 AI플랫폼센터로 명칭이 변경됐다. 여기에 지난해 말 신설됐던 미래로봇추진단이 올해 조직도에 공식 합류하며 제조 기술 고도화와 AI 플랫폼 강화 흐름 속에서 로봇 조직이 새로운 전략 축으로 배치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말 지분 인수를 통해 카이스트 휴보랩(Hubo Lab)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당시 미래로봇추진단의 경우 인수 발표와 함께 언급된 조직이었으나 이번 조직도 편입을 계기로 전략 조직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래로봇추진단은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와 함께 설립한 대표이사 직속 조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추진단은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미래 로봇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향후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원천 기술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미래로봇추진단은 레인보우로보틱스 창업 멤버인 오준호 KAIST 명예교수가 단장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분 인수 당시 카이스트 명예교수인 오 교수를 삼성전자 고문 겸 미래로봇추진단장 자리에 임명하며 “오랜 기간 산학에서 축적한 로봇 기술과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미래로봇 개발에 힘을 보탤 예정”이라 강조한 바 있다.
올해 인사에서도 이러한 방향성이 확인됐다. 2026년 삼성전자 정기 임원 인사에서는 최고은 DX부문 삼성 리서치 로봇플랫폼 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최 상무는 자율주행 로봇 개발, 실시간 조작 기술 등을 담당해온 로봇 SW(소프트웨어) 전문가다. 여기에 2024년말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를 맡아 AI, 로봇, 바이오, 반도체 등 유망기술 투자를 주도해온 윤장현 삼성전자 DX부문 CTO사장의 합류까지 이어지며 미래 기술 중심 조직 강화 움직임이 확인됐다.
로봇 전략은 계열사 제조 현장과의 연계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중공업의 스마트조선소 구축 과정에서 자동화 로봇 활용 확대가 예상된다. 또 삼성전기 등 제조 계열사 생산라인 적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 현장 적용을 통해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적 접근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이번 조직 변화는 DS부문이 HBM 중심 고성능 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DX부문이 AI 기반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 축으로 육성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반도체가 현재 실적을 담당한다면 로봇은 미래 ‘피지컬 AI’ 확장 국면을 대비한 투자 성격이 강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2025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로봇 사업 방향을 직접 언급했다. 당시 다니엘 오 삼성전자 부사장은 “미래 대비 측면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대해서도 성과를 낼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은 미래로봇추진단의 ‘신설’이 아니라 ‘조직 내 안착’에 있다. 반도체 중심 성장 구조를 유지하면서 로봇을 차기 플랫폼 사업으로 병행 육성하려는 전략 변화가 조직 구조에서 먼저 나타났다는 평가다. DS부문의 HBM과 DX부문의 로봇이라는 투트랙 체계가 자리 잡을 경우 삼성전자의 성장 축은 반도체를 넘어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