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부동산 PF 부실과 책임준공 리스크가 신탁사 전반의 실적을 짓누르는 가운데 하나자산신탁이 차입형 토지신탁 중심의 사업 전략을 앞세워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 중 유일하게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모기업 자본 지원 없이도 실적과 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하며 KB부동산신탁·신한자산신탁 등 경쟁사와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는 평가다.
하나자산신탁의 연간 순이익은 ▲2021년 927억원 ▲2022년 839억원 ▲2023년 809억원 ▲2024년 588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부동산 경기하강으로 신탁업 업황이 악화된 점을 고려할 경우 타 신탁사 대비 선방한 실적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69억원으로 업계 선두를 달렸다.
하나자산신탁은 2025년에도 순이익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잠정)순이익은 248억원으로 집계되며 여전히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 연간 순이익이 3분기 누적 순이익보다 축소된 이유는 4분기 들어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은 영향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 설명이다.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들이 대규모 적자와 실적 변동성에 노출된 상황에서 사실상 ‘나 홀로 선방’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차별화의 핵심은 사업 구조다. 다수 은행계열 신탁사들이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비중을 확대해온 것과 달리 하나자산신탁은 2022년부터 차입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 구조로 분류되는 차입형 사업을 무작정 회피하기보다 분양성과 사업성이 검증된 사업장만 선별 수주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해 왔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의 구조적 한계를 선제적으로 줄인 점도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 책준형 사업은 PF 부실 발생 시 신탁계정대 변제 순위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고 우발채무 규모 역시 사전에 가늠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최근 신탁사를 상대로 한 책임준공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반면 하나자산신탁은 책준형 비중을 최소화하면서 현재까지 관련 소송이 단 한 건도 제기되지 않았다.
실제 경쟁사들은 소송 리스크가 재무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의 경우는 신탁사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도 항소를 통해 법적 다툼을 이어가는 쪽을 선택했다. 신한자산신탁은 정반대로 책임준공 의무 미이행 관련 소송 9건에 대해 대주단에게 약 3000억원의 대출 원리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함으로써 재무 부담을 확정했다.
반면 하나자산신탁은 신탁계정대 회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아가는 구조다. 차입형 사업장의 신탁계정대는 선순위 회수 구조를 갖고 있어 자금 회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향후 매각이나 분양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충당금 환입을 통한 추가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고정이하자산비중 등 주요 건전성 지표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수주와 수익 구조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차입형 토지신탁 신규 수주액은 2021년 400억원대에서 2024년 700억원을 웃돌며 꾸준히 확대됐다. 차입형 수익 비중 역시 2021년 10%대에서 2024년 40% 수준으로 높아졌고 2025년 1분기 기준 60%를 넘어섰다.

이 같은 재무 체력을 바탕으로 하나자산신탁은 지금까지 하나금융지주로부터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 인수 등 직접적인 자본 수혈을 받지 않았다.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KB·신한·우리 등 다른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들이 모기업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하나자산신탁은 현재 책임준공이 적용된 사업장을 제한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서울·수도권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차입형 구조의 공동주택 사업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사업 기간이 길고 안정성이 중요한 정비사업 특성을 감안해 보수적 리스크 관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하나자산신탁 관계자는 “현재 당사가 책임준공 관련 소송이 없는 이유는 이미 책임준공 토지신탁 비중을 줄여 해당 사업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기한 도과 없이 잘 마무리했고 이를 통해 PF 대출 상환을 적기에 종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타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는 특히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생활형숙박시설 등 수익형부동산에 집중했는데 부동산 활황세가 꺾이면 1차적으로 영향 받는 것이 수익형부동산이라 타격이 컸던 것 같다”며 “당사가 차입형으로 사업 중심을 변경한 것은 여의치 않을 경우 사업 중단을 포함한 자체적 컨트롤 기능, 즉 사업 주도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