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HD현대일렉트릭이 지난해 북미 전력 인프라 확대에 힘입어 실적 성장세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늘어난 변압기 수요를 모두 감당하지 못하는 생산 캐파 한계를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직접 언급했다. 전력기기 호황 속에서도 생산 능력이 성장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약 4조1000억원, 영업이익 995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2.8%, 48.8% 증가한 실적을 보였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전력망 교체 수요와 AI 관련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나타난결과다. 부채비율은 2024년 151.8%에서 2025년 134.6%로 감소했고 순차입금비율 역시 -38.5%를 기록하며 2024년 대비 순현금 기조가 강화되는 등 재무 구조 안정도 이뤄졌다.
이 같은 HD현대일렉트릭의 실적 개선 배경에는 고부가 변압기 중심의 전력기기 수요 확대가 자리한다. 업계에 따르면 전력기기 시장의 경우 지난해부터 북미와 중동 지역에서 노후 전력 설비 교체가 본격화됐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 등이 맞물리며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증가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노후 송전망 교체 수요와 함께 대형 AI 프로젝트에 따른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가 예고되면서 성장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유럽 역시 해상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투자 확대가 이어지며 전력기기 수요 증가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이번 컨퍼런스콜에서는 이러한 업황 호조와 별개로 생산 능력의 한계가 주요 변수로 부각됐다. 지난 6일 열린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옥경석 전략해외영업담당은 “미국 시장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신규 765kV 송전 신규 건설이 없었으나 2025년부터 신규 건설 계획이 확정되며 교체 수요가 아닌 신규 수요가 늘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많은 유틸리티 고객들이 현대화된 765kV 변압기를 원하고 있으나 생산 캐파의 제한으로 고객이 요청하는 물량을 모두 수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765kV 변압기는 대규모 전력을 장거리로 송전하는 초고압 송전망에 사용되는 핵심 설비로 최근 미국 내 신규 송전망 건설 재개와 함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수요 증가 속도에 비해 생산 확대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또 옥 상무는 “울산과 미국 앨라배마 공장 모두에서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비를 구축하고 있지만 생산 전략상 중점적인 제작은 울산에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미 수요 확대 국면에서도 생산 거점 운영 전략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력기기 산업의 경우 신규 설비 증설에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765kV 변압기와 같이 초고압 변압기의 경우 생산 공정이 복잡하고 테스트까지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수작업 비중이 높고 숙련 인력 확보가 필요해 단기간 내 캐파 확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수요 자체보다 생산 능력이 실적 성장의 상한선을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HD현대일렉트릭 역시 영업 상황 자체는 양호하다고 설명하면서도 수주 확대보다 생산 대응 능력 확보를 주요 과제로 언급했다.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드러난 HD현대일렉트릭의 상황은 전력기기 업황 호황 속에서도 공급 능력이 올해 성장세를 결정하는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북미 전력 인프라 투자와 AI 전력 수요 확대로 업사이클에 도입한 가운데 향후 실적 모멘텀 확대 여부 역시 신규 캐파 확보와 그를 통한 생산성 확보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변압기의 경우 절대적 캐파 규모 등에 따라 울산 공장을 중심으로 증설이 진행될 것”이라며 “스마트 공정을 포함해 올해도 지속적인 관련 증설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