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연초에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2025 보험개발원(KIDI) 은퇴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은퇴시장 설문조사 결과 40~50대의 90.5%가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이미 준비돼 있다’고 답한 비율은 37.3%에 그치고 있다. 노후에 대한 인식은 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준비를 하고 있지 못함을 나타내고 있다.
발표 자료에 따라 노후 준비 수단을 살펴보면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의존도가 여전히 높게 나타난다. 4050세대의 주된 노후 준비 방법으로 국민연금을 꼽은 비율은 69.5%로 가장 높았다. 반면 개인연금을 활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6.8%에 그치고 있다.
국민연금의 소득 보장 수준 역시 한계로 지적된다. 국민연금 통계의 분석을 보면 2024년 기준 노령연금 수급자의 소득대체율은 약 22%로 추정되었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이전 받던 월평균 소득 대비 연금으로 받는 소득의 비율을 뜻한다. 22%라는 수치는 은퇴 전 평균 소득의 5분의 1정도밖에 안되어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생활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60대의 절반 이상이 은퇴 이후에도 소득을 얻기 위한 근로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즉 은퇴 이후에도 평생현역을 이어가야만 하는 실정인 것이다.
하루 24시간을 쪼개 보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식사, 수면, 휴식 등을 취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약 11시간이 남게 될 것이다. 60세에 퇴직해서 80세까지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여유 시간은 무려 8만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인생 100세 시대가 열렸다. 의료, 과학 등의 발전이 뒤따른다면 기대수명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퇴직하고 유유자적하게 살기에는 길어도 너무 긴 시간이다.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계획을 세워 놓지 않으면 빈곤한 노후를 감수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그래서인지 주위에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려는 평생현역을 바라는 고령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재취업 시장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우선 연령 면에서 은퇴자는 불리한 면을 지니고 있다. 거기다 과거 직장 생활 때의 화려했던 경험이나 연봉 수준이 장애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재취업을 하게 되면 보통 연봉이 줄어들거나 사회적 위상이 낮아질 수 있는데 대기업 등을 다닌 사람들은 재취업 시장 현실을 감내하기 힘들 수 있다. 이러하기에 한 시민단체에서 조사한 재취업 체크 리스트를 보면 대기업 경험자가 재취업이 어려운 위험 군으로 꼽힌다고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자존심이 센 편이거나 타인과 잘 타협하지 않는 성격을 가져 사회적 유연성이 부족한 퇴직자 또한 재취업 가능성이 낮은 쪽으로 분류하고 있다.
반대로 재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유형은 전문성과 실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다. 풍부한 지식과 경험의 소유자도 은퇴자 채용의 1순위에 해당한다. 이런 능력과 성격뿐 아니라 넘치는 활기, 균형 감각, 사고의 유연성 등이 은퇴자 채용의 덕목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역할을 눈치 빠르게 알아차리고 젊은 경영자와도 대화 가능한 유연성 또한 재취업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은퇴 이후 무엇을 하며 먹고 살아야 할까? 이제 60세 정년퇴직 후에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개인 사업을 해도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평생현역 시대에 전문가들은 은퇴 후 생계 대책으로 ‘돈 되는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당부한다. 자격증은 주로 취미나 사회봉사 쪽에 몰려 있다. 그러하기에 자격증 중에서도 취득 이후의 효용성을 중요한 포인트로 꼽을 수 있다.
이 점을 감안해 보면 빛을 발하는 효자 자격증이나 비즈니스가 있을 수 있다. 바로 고령자 복지 관련 자격증이다. 예를 들면,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자격증일 것이다. 이 분야의 수요는 초고령사회가 진전될수록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기에 은퇴자들에게도 문이 활짝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앞으로는 일손 부족으로 남성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질 수 있다. 또한 이들 자격자들의 체인화도 필요해 보인다.
또한 노후 재무 컨설턴트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노후 자금은 본인이 나이 들어 쓰기 위해 모은 것임에도 정작 노후가 되면 통장이 바닥날까 두려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속세 수입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고령자들의 자산관리나 노후설계, 인생의 마무리 관리 등과 관련된 비즈니스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각종 IT 계열 자격증도 실무 경험이 많지 않으면 돈이 될 수 없고 재취업도 어려운 애매한 자격증일 수 있다. 녹록지만은 않은 은퇴자 재취업 시장에서 그나마 무난할 수 있는 것은 현역 시절에 쌓은 전문 지식과 기술을 전제로 한 자격증이나 비즈니스 창업 정도라는 전문가들의 추천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