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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홈플러스·고려아연으로 드러난 사모펀드 ‘책임 공백’

[FETV=이신형 기자] 최근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검찰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기각됐긴 했지만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사모펀드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넘어, 사모펀드 전체에 대해 '책임 공백'이라는 문제를 던진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다시 제기된 질문은 단순하다. 사모펀드는 기업 경영에 개입하면서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간 이 질문은 늘 단순히 논쟁의 영역에 머물렀지만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와 '고려아연 영풍 분쟁 개입'을 통해 보다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국내 사모펀드 시장의 상징적 존재다. 지난 2015년에는 홈플러스를 통해 유통업 전반에 깊숙이 개입했고 최근에는 지난 2024년에는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갈등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 업종은 다르지만 재무 구조를 중심으로 경영에 깊숙히 관여하고 차입을 전제로 한 투자 방식을 통해 엑시트를 최종 목표로 삼는다는 점은 동일하다.

 

홈플러스 사태는 이 같은 투자 논리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검찰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한 상태에서도 단기성 채권을 발행했고 이것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저버린 사기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또 기업회생 준비 사실을 숨기거나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사법부의 몫이지만 구조는 명확하다. 경영진이 내린 판단과 그 결과로 발생한 유동성 위기와 구조조정 압박은 기업과 현장에 남았다. 사모펀드는 언제든 출구를 택할 수 있지만 국내 수많은 점포와 고용 노동자, 협력사들은 그 자리에 남았기 때문에 책임의 주체가 흐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도 확인됐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은 애초 경영 전략에 대한 시각 차이였다. 최윤범 회장은 제련 공정 고도화와 신사업 투자를 통한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강조해왔고 영풍 측은 안정적인 배당을 기반으로 한 기존 사업 구조 유지를 중시해왔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전략적 선택의 문제였다.

 

그러나 갈등은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잡으면서 성격이 달라졌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과의 갈등이 이전에는 경영 방향성 논의 수준이었다”며 “영풍이 MBK와 연대하며 갈등 국면으로 한순간에 돌아섰다”고 말했다. 투자 수익을 중시하는 사모펀드의 논리가 개입되면서 논의는 곧바로 경영권 분쟁 국면으로 이동했다.

 

다만 고려아연은 이사회에서의 우위를 유지해 영풍·MBK의 지분 공세에도 경영 의사결정 접근을 차단할 수 있었다. 공정 기술과 설비 투자, 장기간 축적된 산업 경쟁력은 숫자와 지분만으로 단기간에 장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고려아연의 특성이 사모펀드식 경영 논리에 제동을 건 셈이다.

 

홈플러스와 고려아연 사례를 나란히 놓고 보면 사모펀드의 한계는 더욱 분명해진다. 사모펀드는 기업의 지배에는 능숙하지만 산업의 지속성과 그에 따른 책임까지 함께 지는 구조는 아니다. 엑시트를 전제로 한 투자 논리 속에서 고용과 기술, 장기 경쟁력은 늘 후순위로 밀린다. 지배 권한은 행사하지만 산업의 미래는 책임지지 않는 책임의 공백, 이번 사태들이 던지는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